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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없는 날 ㅣ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잔소리......
어릴 적 그렇게 싫던 잔소리를 종일 입에 달고 사는 나를 본다.
그렇게도 싫었던 잔소리를 아이에게 무심코 하며 사는 내 모습을 느끼고 화들짝 놀라고 많이 찔렸던 책, <잔소리 없는 날>이다.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으로 일주일째 기분이 나쁜 푸셀은 단 하루 동안의 '잔소리 없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말만 들어도 얼마나 속이 후련하고 기분 좋은 날인가.
신바람 난 푸셀의 마음을 알고도 남는다.
위험한 일만 아니라면 다 좋다는 부모님의 말에 푸셀의 즐거운 하루는 시작되는데......
아이들이 완전 공감하며 쏘옥 빠져서 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자두잼을 실컷 퍼먹는 것부터 시작하여 선생님께 거짓말을 하고 수업을 빼먹는가 하면 비싼 오디오를 사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거리의 술주정뱅이를 집에 데려 오고,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는 일까지 끊임없는 '내 맘대로 하기'가 이어진다.
부모의 눈에는 어처구니 없고 위험하기까지 한 일들이지만
푸셀의 무용담(?)을 읽다 보면 묘하게 동화되어 자신도 모르게 짜릿한 쾌감을 함께 느끼게 된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어른인 내가 이러했으니 아이는 얼마나 통쾌하고 재미있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킥킥대며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내 맘대로 하기' 가 진행될 수록 푸셀은 무조건 즐겁고 통쾌한 것만이 아니라 뭔가 걱정스럽고 불안해짐을 조금씩 느낀다.
공원에서의 밤 야영에서 그 걱정과 불안은 정점에 달하게 되고 결국 아빠의 든든한 품에서 안정을 되찾게 된다.
간섭 없는 독립적인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무조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은 결코 행복하기만 한 자유가 아님을 푸셀의 신나는 모험을 통해 잘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무조건적인 자유가 가져올 위험과 그 결과에 따르는 책임까지 깨닫게 해줌으로써 즐거움 끝에 소중한 교훈을 안겨준다.
아이들에게 항상 잔소리를 늘어놓기보다 이렇게 한 번쯤은 아이에게 전적으로 맡겨보아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오랫만에 아이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기도 해서 더욱 예뻐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