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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신두리라는 낯선 지명에 어리둥절했다.
태안 바닷가 부근인가보다 하는 생각만 들었을 뿐...
기름 유출 사고로 언론과 전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태안이 먼저 떠올랐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 그림책>으로 반가운 김천일 님의 책이라니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먼저 짐작이 되고 믿음이 갔다.
오랜 세월 바닷바람에 날린 모래가 쌓여서 이루어진 야트막한 언덕, 신두리 모래언덕은 보기 힘든 풀들과 동물들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되었다.
쉽게 보기 힘든 예쁜 풀들과 다양한 생명체들이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경이로운가.
메마른 모래땅, 바람이 많고 일교차가 심한 악조건 속에서도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는 풀들이 하나같이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통보리사초, 해당화, 갯메꽃, 갯완두, 모래지치, 띠, 초종용, 갯방풍 등 생소한 것도 많지만 정겹고 사랑스런 이름을 가진 우리 풀들이 페이지마다 그 고운 자태를 수줍게 뽐내고 있다.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한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듯 푸근하고 정겹다.
아주 상세한 세밀화는 아니지만 정교한 붓터치가 살아있는 따뜻한 그림이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요즈음 아이들에게 이런 살아 숨쉬는 자연 그림책은 정말 꼭 필요하리라 본다.
단순한 풀과 꽃 그림만 지루하게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모래밭에 스며든 빗물이 고여서 생긴 연못, 두웅습지와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어 단조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금개구리, 물뱀 무자치, 표범 장지뱀 등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미꽃같은 해당화의 고운 자태에 빠져들다보니 어릴 적 즐겨 불렀던 동요가 떠오른다.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갈매기 한두쌍이 너~울거리네 물결마저 잔잔한 바닷가~에서....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해당화가 핀 해변을 걷는 상상에 빠져 본다.^^
신두리 모래 언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잔잔하게 스케치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덧 겨울을 나고 새봄을 맞이하게 된다.
생명력과 소박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풀꽃들도 모래만 남긴 채 사라지고 , 또다른 생명들이 탄생하는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개발 이익 논리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소중한 자연을 더 이상은 잃어버리지 말고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하게 물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두리 바닷가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이 영원히 지켜질 수 있도록, 이 아름다운 책 속 풍경을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실제로 보여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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