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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할머니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7
이규희 지음, 윤정주 그림 / 보림 / 2008년 2월
평점 :
아이들과 내가 솔거나라와 함께 한 지도 어느덧 7년여 시간이 흘렀다.
우리 전통과 문화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정겹게 보여주는 그림책, 솔거나라를 보고 자란 아이가 벌써 열 살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젠 굳이 그림책은 더 사지 않아도 될 것도 같은데, 솔거나라 신간이 나오면 저절로 관심이 가고, 자연스럽게 구입하게 된다.^^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 전통 문화에 관한 참신한 접근과 소개에 쏙 빠지는 즐거움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엌 할머니>....
표지부터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는 할머니와 손녀의 정겨운 모습이 눈길을 끈다.
처음에 우리 냄새가 물씬 풍기는 표지 그림과 제목을 보았을 땐, 표지에 등장하는 할머니가 부엌 할머니인 줄 알았다.
그러나 속 표지를 보니 흰 한복 차림의 가부좌를 한 조왕신의 모습이 나왔고,그때서야 비로소 부엌 할머니의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조왕 할멈의 정겨운 혼잣말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조왕 할멈과 부엌의 주인이었던 봄이 할멈의 추억들이 아련하게 살아나고 부엌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우리네 여인들의 질곡 많은 삶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정겨운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
불씨를 꺼뜨려 시어머니한테 혼나고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훌쩍이는 봄이 할멈.
정월 열 나흗날 밤, 삼태기를 들고 몰래 부잣집 문간의 흙을 훔쳐오는 봄이 할멈.
(복토 훔치기라고 하여 그걸로 부뚜막을 바르면 부자가 된다고 함)
부엌에 커다란 목욕통을 놓고 아이들을 씻기는 봄이 할멈.
명절, 제삿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들의 모습.
손녀 봄이에게 부엌 아궁이 잿불에 고구마를 구워 주는 봄이 할멈 등....
부엌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우리의 생활 모습이 그대로 표현된 살가운 그림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봄이 할멈도 떠난 부엌에 혼자 남은 조왕 할멈은 결국 어디로 갔을까.
'옳지,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했을꼬! 내가 갈 데는 오직 한 군데 뿐인걸.'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조왕 할멈은 아마 봄이네 집으로 거처를 옮기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은 주방 곳곳을 두리번거리며 틀림없이 어딘가에 조왕 할멈이 있을 거라고 한다.^^
아이들다운 말과 행동에 웃음이 났지만 맞장구 쳐 주었다.
다소 미신적인 이야기지만 열린 마음으로 전통 문화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기특했다.
책 뒷부분의 '엄마랑 아빠랑'코너엔 보석 같은 알짜배기 정보들이 가득하다.
옛 부엌의 이모저모와, 부엌과 가족을 지키며 불을 다스리는 조왕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어 초등 아이들의 깊이 있는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솔거나라가 단순히 유아들에게 적합한 책이 아님을 다시금 느끼며,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