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그리고 남자도. 우리는 좀 더 행복한 사회에 살아야 합니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든 남자든, 페미니스트라는 말에 대해서 거북함을 느끼고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들. 물론 나도 그중에 한명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페미니스트는 남자처럼 행동하고, 여성스러움이 전혀 없으며, 전투적인 이미지였기 때문에. 그런 의미의 페미니스트는 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페미니스트’는 되고 싶다.
페미니스트 :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오늘날의 젠더에는 어떤 문제가 있어, 바로 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해야 해, 더 행복한 여자와 남자로 살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해야 해. 이렇게 믿는 사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페미니스트와 관련하여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문제는
-그렇다면 여자를 남자보다 더 존중해주고, 우대해주어야 한다는 것인가?
-여자의 적이 남자라고 생각한 상태에서, 싸우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
아직도 이 문제는 명확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내 선에서는 여자의 적이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자도 결국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가장으로 짐을 짊어지고, 어떻게 자라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강요받았기 때문에. 여자의 적을 남자라고 돌리는 순간,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멈춘다면 나는 ‘여자마초’가 될 것이다. 남자도 피해자니까 여자가 이해해주자, 로 끝나서는 안 되고 여자가 피해자니까 여자를 더 우대해주자, 로 끝나서도 안 된다.
여자와 남자가 더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사회가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인식’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살고 있는 아이들은 과연 남자와 여자가 평등한가? 아직도 ‘여자니까’ 오빠의 저녁을 챙겨주거나, ‘여자니까’ 제사에 참여할 수 없고 밥은 남자와 따로 먹어야 한다거나, ‘여자니까’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어른들은 과연 남자와 여자가 평등한가? 아직도 ‘여자니까’ 집안일을 해야 하고 (맞벌이인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여자가 더 많이 버는 경우에도) ‘여자니까’ 승진에서 밀려나거나, ‘여자니까’ 결혼 시기를 놓치면 큰일이 난다. 특히 집안일인 경우에는, 남자가 집안일을 하면 “내가 도와줄게”는 성립하지만, 여자가 집안일을 하면 “내가 도와줄게”가 성립하지 않는다. 여자의 일이 당연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한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난 남자.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하고, 언제나 조용히 참아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난 여자.
좀 더 많은 남자가 이 책을 읽고, 좀 더 많은 여자가 이 책을 읽어서 문제를 인식하고, 더 행복한 사회가 그리고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보다 좀 더 공정한 세상을, 스스로에게 좀 더 진실함으로써 좀 더 행복해진 남자들과 좀더 행복해진 여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말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돈이 더 있는 사람이 내는 거야"라는 태도를 취한다면 어떨까요? 물론, 지금까지 누려온 이점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실제로 돈이 더 많은 사람은 대체로 남자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부터 아이들을 다르게 키운다면, 앞으로 오십년 혹은 백년 뒤에는 남자아이들이 자신의 남성성을 물질적 수단으로 증명해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더는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정책과 법률의 변화 덕분입니다. 그런 변화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태도의 변화, 우리 사고방식의 변화입니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남편과 똑같은 학위를 받았고 똑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집안일을 거의 도맡는데, 이건 대부분의 부부들이 그렇죠. 내가 그보다도 놀란 점은 남편이 아기 기저귀를 갈 때마다 아내가 "고마워요"라고 말한다는 거였습니다. 페미니스트 :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나는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
"너는 여자니까"하는 말은 무엇에 대해서든 유효한 이유가 아니라고 거부하겠다고. 나의 가장 진실되고 가장 인간적인 자아로 살고자 애쓰겠다고, 하지만 세상의 인정을 구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억지로 변형시키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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