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적, 은 남성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많이 다르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인종’이야기의 비중이 꽤 높아지고, 미국에서 유명한 드라마와 영화, 예능의 예시가 많이 나오는데 그런 분야는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진정한 ‘페미니스트’란 무엇인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
여성 ‘혐오’를 이야기할 때는 늘 조심스럽다. ‘혐오’라는 단어 때문에 약간 어리둥절하게 된다. ‘혐오’라는 것은 무언가를 극도로 싫어하거나 피하는 것 혹은 끔찍하다고 여기는 것, 즉 단어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서 나오는 ‘증오’의 감정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 혐오는 여성에 대한 멸시, 반여성적인 편견, 성 차별, 여성에 대한 부정과 비하, 여성에 대한 폭력, 남성우월주의 사상,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포함한 넓은 개념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나 비하, 부정, 폭력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그러나 과연 정말 여성과 남성이 100%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복잡한 사회적인 배경이 여러 가지로 얽혀있다. 그러나 이것은 여성 혹은 남성 한쪽의 일방적인 책임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사회 혹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 책에 나오는 ‘나쁜 페미니스트’ (Bad feminist)가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또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의하거나, 반대로 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할 필요도 없다. 결국은 자신의 선택의 문제이므로.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사람도, 여성이 남성보다 뒤쳐진다거나 여성은 항상 무언가를 해주어야 한다거나 남성의 보조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같은 직종에서 같은 위치에서 같은 시간 동안 일할 때, 어떤 사람이든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은 육아의 문제에서 남성에 비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는 국가 시스템, 예를 들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복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모든 남성을 적으로 만들어서는 이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적대시해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사라질까? 물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무리의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성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듣기 싫은 저질스러운 농담을 마치 유머처럼 포장해서 하는 사람들. 그러나 이들은 남성(물론 여성일수도 있다)이기 이전에 잘못된 성을 학습한 ‘가해자’이다.


-듣기가 거북하네요. 그것은 성폭력이에요.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인가요? 저는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이런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막상 본인이 ‘피해자’가 되는 순간이 된다면.



여성에 대해서, 그리고 남성에 대해서 우리는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한쪽 극단적인 주의가 아니다.



지금보다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여성의 적은 남성이 아니다. 남성과 싸우기만 해서는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여성이 적은 여성을 남성과 평등하지 못한 존재로 만드는 사회적인 분위기, 사회적 시스템, 복지 정책, 우리 마음속의 편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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