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고 무심코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만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나는 밝은 편이고 웃음에 인색하지 않고 대체로 성실한 편이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 자유가 없다는 것과
누군가 나를 바둑돌처럼 여기고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버리기 힘들다.



그 어떤 것도 나에게 위안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충동
무기력한 감정
둘은 모순이면서도 공존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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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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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의 만남 (피상적이고 왜곡된 감상을 피하기 위해)


고전이나 세계문학 위주로 책을 읽다가 갑자기 왜 미술책을 집었느냐, 그건 바로 알라딘의 상술.. 아니, 샘플북 덕분이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미술관에 가면 슥- 가는 게 전부였다. 미술관이라고 해도 스스로 원해서 간 적은 없었고, 학교에서 강제로 견학을 간다거나 숙제 때문에 가야했던 경험만이 있었다. 딱 한 번 대학교 때 친구랑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간송 미술관을 간적은 있었는데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아무튼, 이렇게 서두를 길게 말한 이유는 미술에 대해서 정말 내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럼에도,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고 싶게 만든다!



물론 1,2권 두께가 상당한 책이라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는 버겁지만 컬러풀한 사진이 나와 있고 무엇보다도 상세한 설명이 곁들어 있다. 강의를 듣는 것처럼, 그러나 어려운 말, 현학적인 미사여구를 총 동원해서 아는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준다.



원시시대에 대해서는 벽화가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그리스 로마 문명에 왜 서양이, 그리고 세계가 열광하는지를.
물론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실제로 보고 싶다.
느끼고 싶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미술 작품을 만나고 싶다.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서.
멌있네, 아름답네, 라고만 하지 말고.



나는, 우리는 그동안 미술에 대해서 너무 소홀히 한 것은 아닐까.

p.s 세계사 지식이 풍부하면 좋으련만, 언뜻언뜻 단어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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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26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림을 편하게 보면서 ‘아름답네’라고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을 즐기고 있다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

방랑 2016-08-26 12:3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림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자칫하면 서양중심의 세계관(역시 서양은 멋있어, 작품은 위대해)으로 굳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글쓴이도 그 부분을 경계하면서, 이면을 읽어내자고 하거든요. 그림 이면을 읽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어요!
 

현실은 무대다, 그러나 배역은 형편없다.


<오 헨리 단편선>을 읽고, 다른 단편집을 찾다가 오스카 와일드 작품을 읽게 되었다. 기대 이상이다.


먼저 <오 헨리 단편선>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마지막 잎새나 크리스마스 선물은 워낙 유명하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인데, 결말 부분에 반전(?)이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오 헨리 단편선>에서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은 여자 주인공들이 남자를 찾을 때 경제적 능력(백만장자를 꿈꾸는 전형적인 신데렐라형) 만 본다는 것이다.


또, 그 여자 주인공들은 거짓말을 잘 하거나 터무니없이 약하거나, 허영심에 잔뜩 빠져있다.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을수록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이와 완전히 대비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결말의 반전도 워낙에 알려진 내용이라 딱히 반전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단편들에서는 의외의 결말에 약간 놀랄 수 있다.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행복한 왕자는 유명하지만 다른 작품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단편이 갖추고 있어야 할 미덕인 완결성, 캐릭터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단편도 재미있지만, 희곡도 꽤 재미있었다. 살로메, 진지해지는 것의 중요성 모두 몰입도가 있었다. 식상한 교훈보다 가볍게 주는 충고가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행복한 왕자
-아서 새빌 경의 범죄
-비밀 없는 스핑크스
-캔터빌의 유령
-모범적인 백만장자

-살로메
-진지해지는 것의 중요성


p.s 책이 두 권 이상이면 밑줄긋기가 안되네요..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
배우들은 운이 좋다. 비극에 나올지 희극에 나올지, 괴로워할지 즐거워할지, 웃을지 울지 선택할 수 있으니.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어울리지도 않는 역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길든스턴 같은 사람들이 햄릿을 연기하고, 햄릿 같은 사람들이 핼 왕자처럼 농담을 해야 한다. 세계는 무대다. 하지만 배역은 형편없다.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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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8-0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담았습니다~~

방랑 2016-08-02 23:01   좋아요 1 | URL
저는 재밌게 읽었어요ㅎㅎ 초딩님께도 좋은 책이 되길!
 

마치 앨리스처럼 살기, 이상한 나라에서.


drink me! 키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말을 하는 토끼, 목을 치라고 외치는 여왕, 웃음만 남기고 사라지는 고양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루이스 캐럴이 칼리지 학장의 딸인 앨리스 리델을 위해 즉석에서 지어서 들려주던 이야기를 수정해서 출간한 것) 어른이 읽어도 좋다.


다만, 영어로 읽었을 때 느껴지는 언어유희를 번역본을 통해서는 크게 느껴지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상한 나라, 그리고 앨리스.


어제는 모든 것이 평범했는데 갑자기 달라졌다면 사람은 의심을 하게 된다. 이 상황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도대체 난 누구지?


장자의 꿈까지 가지 않더라도, 의문이 든다. 나는 과연 내가 맞는 것인지, 어제의 나와 지금 이 순간의 내가 동일한 인물인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고, 기말고사를 보고, 방학을 기다리고, 개학식에 친구를 빨리 만났으면.


내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기억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고, 그때의 감정이 떠오르는데 지금의 나는 내가 맞는 것일까?


존재에 대한 의심이 들면서, 내가 내려야 할 수많은 결정에 대해서 머뭇거리게 된다.


어떤 게 좋은 선택일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리 말을 해 주었으면. 미리보기가 있었으면.
몇 년 후의 내가 나타나서 너 절대 그러면 안 된다, 후회해! 라고 얘길해 주었으면.


그러나 우리는 리허설이 없는 실전에 살고 있다.
마치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에서.
조금은 씩씩해져볼까.
체셔 고양이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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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8-02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클래식이 오탈자가 많다고 어디서 봤는데 정말 그런지요? 펭귄을 한 번 읽어 보고 싶은데 :-)
책 마다 다른지요?
시원한 밤 되세요~

방랑 2016-08-02 09:23   좋아요 1 | URL
저는 괜찮았어요~ 이번책은 오탈자 문제라기보다는 번역상의 차이 같아요. 번역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이야기나 노래가 엄청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영어 원서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초딩 2016-08-02 09:29   좋아요 0 | URL
아 :-) 감사합니다. 원서 ㅜㅜ 원서 항상 읽으려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맨날 주저해요. 시원한 하루 되세여!!!

방랑 2016-08-02 09:31   좋아요 1 | URL
저두요ㅎㅎ 원서는 나중에 보더라도 일단 다른 책부터 읽어야겠어요~ 더운데 건강조심하세요ㅎㅎ 더운 날은 시원한 음료에 책 보는 게 최고죠! 에어컨 밑이나 선풍기는 필수...

cyrus 2016-08-02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펭권클래식판 앨리스의 주석이 본문 뒤에 있어서 읽기가 불편했어요. 본문과 주석을 번갈아서 보는데 책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어요. ^^

방랑 2016-08-02 10:54   좋아요 1 | URL
저는 주석은 넘기고 본문만 먼저 봤어요ㅎㅎ 확실히 본문 밑에 바로 있으면 보기가 편하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