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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왕 - 트랙의 왕, 러닝슈즈의 왕
이케이도 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3년 2월
평점 :
일본의 전통 신발 "다비"를 만드는 직원 스무명의 영세한 기업 '고하제야'. 전통신발의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회사도 어려워진다. 백년동안 가업을 이어온 미야자와 사장은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사업인 '런닝화'제작에 뛰어든다.
가만히 있으면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작은기업, 그리고 그곳에 몸담고 있는 스무명의 직원들의 인생.
백년을 지켜온 전통의 무게.. 이런 부담감을 안고.
새로운 소재로 제작하는 런닝화 사업. 그곳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대기업들이
즐비한 곳이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을 우리는 기적이라 부른다.
작은 기업인 고하제야가 새로운 런닝화 "육왕"을 성공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소설속에선 이런 기적 같은 일들이 감동적으로 일어나, 독자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부상으로 선수생명의 위태로운 육상선수가 영세한 기업의 새로운 런닝화 "육왕"을 신고 재기하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늘 꿈과 희망을 주지만, 이번엔 과제가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
소설이니까. 언젠가는 희망적인 결말을 맞이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어도,
그과정이 너무나 지난하다.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이라 했던가.
고비때마다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 둘씩 합류해 힘을 합치는 모습이
판타지소설속에서 마왕을 무찌르러가는데 파티를 이루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케이도 준은 이 판타지를 더욱 실감있게 만들기 위해 현실적인 고난을 끊임없이
제시한다. 이래도 포기하지 않을꺼야?
그과정이 답답하기는 하지만 도전하는 사람들, 돈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주인공들을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게 된다.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 혹은 인간의 꺽이지 않는 마음은 일을 성사시킨다.
"고하제야 부지 옆 수로에 연꽃이 피어 있다.
아, 곧 연꽃의 계절이군.
왜일까. 오하시는그런 상관없는 일을 생각하며 앞유리 너머로 올려다본 하늘이
눈부셔서 눈을 가늘게 떴다."
진흙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떠올리게 하는 마지막 문단은 장르소설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작가의 역량이 들어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