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 인간의 성과 진화에 숨겨진 비밀, 개정판
매트 리들리 지음, 김윤택 옮김, 최재천 감수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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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하기에 앞서 이책의 한국어초판이 2006년도임을 밝혀둔다.

원서 초판까지 계산하면 거의 20여년전 나온 책이기에 지금 읽다보면 어디서 들어본듯한 얘기가 많지만, 처음 이 책이 출판되었을때 큰 충격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붉은 여왕이란 동화 "겨울나라의 앨리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에 나오는 캐릭터로, 엄청난 속도로 달리지만,주위의 배경도 마찬가지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항상 제자리에 있는 인물이다.

이는 작가가 진화에 비유한 말로, 개체가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해도, 그 경쟁자들 역시 마찬가지 속도로 진화하기 때문에 진화 경쟁이란 결국 제자리 걸음이란 사실을 의미한다.

이 책은 성(性)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라고 알려저 있어서,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본성적인 차이에 대한 책으로오인되고, 또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내용 역시 남자와 여자의 본성(natual) 차이에 대한 것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성(性)에 중심을 두고 읽었고, 책의 리뷰 역시 그런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사실은 진화에 방점을 찍어야 제대로 이해가 될 책이다.

또한 이 책의 작가 매트 리들리는 과학자라기 보다는 동물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이기에, 책의 내용은 작가의독창적인 생각이 아니라, 여러 과학자들의 이론을 총망라하고, 개인의 의견을 살짝 덧붙인 논평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각장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장을 관통하는 한가지 주제는 진화와 성에 대한 다양한 변주이다.

읽다보면, 도대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헷갈리고 헤매이기도 한다. 총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구성에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론과 실험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번역이 정말.... 허접하다.)

그래서 결론을 먼저 알고 읽으면 좀더 이해하기 쉽다.

결론은 맨마지막에 나온다.

"나는 왜 모든 사람들은 서로 비슷비슷하면서 또 서로 다른가 하는 질문과 함께 그 답은 성의 독특한 연금술에 있을 것이라는 제안을 하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질병과의 끊임없는 체스 게임에서 유성생식이 만들어내는 유전적 다양성 때문에 각 개체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 풀에 있는 유전적 다양성이끊임없이 섞인다는 점에서 각 개인은 인류의 한 구성원이다.

이제 성에 관한 가장 기묘한 결론 하나를 내리며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그 결론은 인류의 정신이 광적이라 할 정도로 확장되어 온 것은 사람들이 짝을 까다롭게 고르기 때문이며, 기지와 재능 , 창의성과 개성이 다른 사람들을 성적으로 매료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외의 다른 이유는 있을 수 없다.

물론 종교적인 시각과 비교하자면 이런 식으로 인간성의 목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덜 고상한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자유로운 시각이기는 하지 않은가. 그저 달라지라고만 하니 말이다."

즉, 인간의 본성, 그리고 진화 이모든 것은 단지 다른 성. 남성과 여성의 유전자가 이성 생식으로 인한 다양성을 획득하기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물론 본성에 관해서는 작가 자신도 아직 밝혀진 것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지만, 우리가 천성이냐 교육이냐 하는 비생산적인 교리주의적 논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우리의 힘으로 서서히 밝혀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화란 발전하는 것이 아닌 단지 적응하는 것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이후, 진화라는 것이

인간이 단세포에서부터 발전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여, 그런 것이 아닌. 단지 적자생존의 메카니즘에 의한 것이란 사실은 이미 학계의 공론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 인간이란게 도대체 무엇인가. 종교나 그 밖의 인간 고유의 특질. 공감하고 사랑하고 동정하고, 사고 하고.. 이런 것이 다 유전자의 발현에 의한 기계적인 결과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를 읽고 났을 때 처럼 뭔가 가슴 서늘해 진 결론이긴 한데...

뭐, 작가가 밝혔듯이 작가의 이런 생각도 후에는 공격받아 없어질 잡설에 불과할 지도 모르지만...

결론은 간단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의 수많은 이론과 실험. 그리고 사고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진화와 성에 관해 이보다 흥미롭게 쓴책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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