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조네 사람들 김소진 문학전집 1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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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이 낸책 중에서 가장 탁월한 작품집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이다. 어딘가 답답하게 사용된 감이 있던 토속어는 김소진의 고향 산동네에 이르러 비로소 진맛과 감칠맛을 내고, 지식인의 빈핍한 내면에 머무른바 있던 소설 영역은 바야흐로 힘없고 돈없는 장삼이사들의 세속적 삶으로 확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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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3-0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솜씨는 화려화되 자의식의 감옥에 갇혀 낑낑대는 글들이 너무 많은 지금, 그의 이른 죽음이 너무나 아쉽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6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의합니다. 김소진 정말 요즘 버터 냄새나는 작가들만 있는 세상에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투박하지만 예리한 문장력이 좋습니다. 그런데 투박하다고 해서 이문구하고도 좀 다릅니다. 영화 감독으로 치면 뭐랄까... 로버트 알트만 같다고나 할까요..

수다맨 2015-03-07 04:34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 쪽은 완전히 문외한이라 로버트 알트만이라는 이름을 검색해 봤는데, 굉장히 독특한 성격을 지닌 감독이네요. 할리우드 특유의 스타일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길을 올곧게 추구한, 꼬장꼬장한 태도가 인상 깊습니다.
김소진도 이문구처럼 토속어 가득한 문장을 구사했지만, 그 질감은 곰곰발님 말씀처럼 이문구와 무척 다르죠. 예컨대 이문구는 토속어를 (공부하듯이 배웠다기보다는) 시골에서 자라면서 자연히 습득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본인이 한산 이씨 양반가의 후손이라 유교 문화나 봉건 질서에도 어느 정도는 친화적인 게 글에 배어나죠. 반면 김소진은 사전을 읽어가며 토속어를 공부했고, 실향민 아버지와 함께 달동네에서 유년을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요컨대 이문구의 글에 유교 질서와 농촌 세계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김소진의 글에는 빈자들의 비애와 고통, 목적 없이 표류하는 (미아리 산동네의 정서를 가진) 지식인의 면모가 좀 더 부각되는 듯합니다.
 
이창근의 해고일기 - 쌍용차 투쟁 기록 2009-2014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2
이창근 지음 / 오월의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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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은 지금 아득한 굴뚝에 올라가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다만, 다같이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 전태일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시대의 아픔을 고발했듯, 이창근은 백척간두에 서서 시대의 비참을 알려준다. 이 책은 피와 눈물이 얼룩진 한편의 읍혈록泣血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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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3-06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인세와 일부 수익금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짓는 ‘분홍 도서관’ 건립에 쓰인다고 한다. 분홍 도서관은 2009년 정리해고 이후 죽어간 쌍용차 노동자들과, 남겨진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쓰일 공간이라 한다. 내가 이번에 산 책이 2쇄인데, 최소한 222쇄는 팔렸으면 좋겠다.
 
두번의 자화상
전성태 지음 / 창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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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전성태의 글에 깊은 호감을 가졌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접을 때가 온 듯싶다. 월경의 서사와 불온한 정신을 추구했던 과거의 면모는 온데간데없고 누구나 쓸 법한, 긴장도 열의도 없는 이야기들만 줄줄 늘어놓고 있다. 시대를 응시했던 섬세한 눈빛은 사라지고, 소시민의 관조만 남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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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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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우아한 문장쓰기만으로는 절대 탁월한 장편을 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고인이 된 아버지의 일기와 그것을 읽어나가는 딸의 소회로 구성된 이 책은 끝으로 갈수록 '아버지는 자유인이자 회색인이었다'는 동어반복만을 보여준다. 통일감과 짜임이 없는 장편은 지루하고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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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2-27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적확한 문장만 가지고는 매력적인 소설을 뽑아내기 힘들죠. 고종석이 항상 소설에서 실패하는 이유입니다.

수다맨 2015-02-27 11:49   좋아요 0 | URL
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고종석의 장기는 에세이나, 아주 짧은 단편에서 드러나더군요. 확실히 그런 글들은 정확한 문장력과 박학, 재치만 있어도 충분하지요. 제 생각에 고종석은 아기자기한 글맛을 보여주는 작가임에는 분명하지만 보다 큰 세계나 넓은 안목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듯합니다. 그렇다고 찰스 부코스키처럼 제대로 한 번 세상과 놀아볼(!) 만한 배짱도 없는 것 같구요.
 
영이 02 - 김사과 소설집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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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의 글에는 여느 글들이 넘보기 힘든 파토스가 넘실거린다. 이만한 극단성을 보여주는 한국 작가를 나는 손창섭, 백민석 이외에 더 알지 못한다. 헌데, 밀어붙이는 힘은 빼어나되 작품의 실감을, 리얼real을 살려내는 공력은 미약하다. 이 책은 한 전도 유망한 작가의, 실패한 습작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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