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론 - 고통과 해석 사이에서
천정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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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과 근대의 자살의 문화사적 의미를 보여주는 책. 저자는 상당한 분량의 통계들을 바탕으로 자살(이라 쓰고 사회적 죽음)을 해야했던 장삼이사들의 삶을 실증적으로 추적한다. 금권/속물 지배체제 하에서 성과와 경쟁에 지쳐 극단적 선택을 내리는, '죽음들'이 만연한 풍경을 진지하게 고찰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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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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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과 정직, 인내와 겸허로 육십년 인생을 살다간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작가 특유의 서정적/사색적인 문체가 완만한 서사의 굴곡에 깊이와 감동을 부여한다. 역동과 화려와는 거리가 멀었던 고독한 인간의 삶, 모든 인간의 삶이란 실상 그러하다는 데 진실한 비감을 자아내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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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1-12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다맨 님 오늘 집회 안 나오십니까 ?

수다맨 2016-11-12 07:23   좋아요 0 | URL
저도 가고 싶은데, 오늘은 급한 사정이 있어서 아무래도 못 갈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1-12 08:5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혹 생각이 바뀌시면 낙원동 그 술집으로 오셔도 됩니다. 몇몇 모여서 낮술 마시고 있다가 시간되면 진격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버린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482
이이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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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에서 보여준 난해의 장막과 치기어린 포즈가 여전히 발견된다. 해설자는 시집에 사랑에의 광기와 통찰이 있다고 보는 듯한데 나로서는 언어 기술자의 숙련과, 류시화의 난해 버전(!)을 읽는 느낌이 든다. 해설자가 격찬한 `치장하지 않은 투명`보다 치장이 과해서 더부룩한 언어들의 박람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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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6-10-3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각을 읽고자 (한번 더) 읽어본 시집인데 여전히 별 감흥이 없다. 아쉽다.

heter 2016-11-04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위 젊은 시인들의 생각과 감각이 오롯이 드러나는 시집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최근에 첫 시집을 낸 백은선이라는 시인의 <가능세계>에 대한 기대가 생겨서 그 책을 주문해둔 상태에요. 아직 읽어보질 못해서 뭐라 말할 순 없지만, 혹 수다맨님께서도 기회가 된다면 그 책도 펼쳐보시면 어떨지.

heter 2016-11-0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면 김상혁 시인도 저는 괜찮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다맨 2016-11-04 17:28   좋아요 0 | URL
저는 평소에 시집을 잘 읽지 않습니다 ㅎㅎㅎ 어쩌다 한 번쯤 사서 읽어보는 정도라고 해야할까요. 그나마 최근에 읽었던 시집 중에서 괜찮았던 책은 백상웅(현재 이분가 관련된 성추문 사건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의 ˝거인을 보았다˝ 정도였습니다. 이이체, 황인찬, 김승일, 박준 등도 한 번씩 읽기는 했는데 특별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저와 젊은 시인들의 운문 세계는 궁합이 잘 맞지 않더군요. 제가 감식안이 낡고 진부한 사람이라 그런지, 예전 시인들의 작품에 친밀감을 느낄 때가 많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박영근, 김신용, 최승호, 유하, 함성호, 장정일, 박남철 이렇게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추천해 주신 김상혁과 백은선은 일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

heter 2016-11-2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와 다시 드리는 말씀이지만, 김상혁 시인의 이번 두번째 시집엔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백은선 시인의 시집은 장시가 많아서 전부 못 읽어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수다맨 2016-11-22 15:44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아직 구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ㅎㅎㅎ
위에서 썼던 대로 저는 시집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읽는다고 해도 문학적 성취와 성가가 어느 정도는 보장된(또는 보장되었다고 알려진) 시집만 읽는 편이지요. 솔직히 저는 젊은 시인들의 언술에 갈수록 관심이 떨어지더군요. 그냥 그들(만)의 암호/은어 모음집 같다는 인상을 저에게 주곤 합니다. 그러한 언술이 감각의 교란과 진동을 이끌어 내는 데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교감의 지평을 넓히는 데는 갈수록 장애에 부딪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진은영씨 같은 경우는 감각의 교란에 힘입은 미학의 심화 과정이, 문학의 정치적/사회적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주요한 바탕이라 보는 듯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로 거칠게 말하자면, 진은영이 애먼 랑시에르를 끌고 와서 지나친 오버액션을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미하엘 콜하스 창비세계문학 14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지음, 황종민 옮김 / 창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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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콜하스는 투지는 승하되 내면은 없는 존재이다. 그에겐 불의와 싸우는 신화속 영웅과, 복종을 지양하고 자유를 찾으려는 레닌적 인간의 모습이 뒤섞여 있다. 자신의 윤리를 지키고자 세계전체와 맞서는 인물은, 오늘날 소설에서 찾아볼 수없다. 바로 그때문에, 콜하스는 특권적 매력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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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6-10-28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하스는 자신의 윤리를 지키고, 이 땅의 불의에 맞서고자 세계 전체와 맞장을 뜨려는 각오까지 하는 인물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에게 타협점이나 에움길이란 존재하지 않으며ㅡ위에서 내가 내면이 없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ㅡ 오로지 죽음 아니면 승리만이 있을 뿐이다.
거칠게 말해서 나는 콜하스의 매력은 우리가 흔히 아는 현대의 인간(일례로 한낱 벌레로 은유되는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를 생각해보라. 현대인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노동과 규율에 얽매인 순종적 개체에 다름아닐 뿐이다)과 거리가 멀기에 생겨난다고 본다. 좋게 말하면 콜하스는 민중의 투사이고, 박하게 말하면 판타지적 영웅에 가깝다. 그는 레닌과 비슷한 계보에 서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근대성을 확보하지만, 때로는 그 근대성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존재이기도 하다.
 

구한말에 진령군이라는 무녀가 있었다.


중전 민씨는 1982년에 군란이 발생하자 궁궐을 탈출해 장호원(지금의 이천 일대)으로 피난을 갔다. 흥선대원군이 권좌에 복귀하고 그의 추종 세력들이 정계로 되돌아 왔기에 민씨의 안전은 중대한 위험에 처해 있었다.


이 시기에, 민씨는 관우를 신으로 모신다는 한 무녀를 만나게 된다. 무녀는 민씨에게 장차 궁궐로 돌아갈 수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는 예언을 한다. 민씨는 구식 군인들의 난이 일어난지 두 달이 지나서, 청국의 도움에 힘입어 궁궐로 돌아오는 데 성공한다. 무녀는 정확한 점괘(?)를 내려준 덕에 조선 왕조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무녀의 신분으로 진령군이라는 군호를 얻는 특전을 누린다.

 

이때부터 진령군은 벼슬을 얻으려는 이들에게 뇌물을 받고, 자신의 뜻대로 국사를 농단하고 전횡하는 세도를 부리기 시작했다. 진령군이 관우를 섬기려 지었던 사당(관제묘)에는 그녀의 눈도장을 받고자 온갖 선물을 가져온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궁중에선 진령군이 날마다 굿판을 벌여서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었고, 전국의 사찰에는 진령군이 보낸 무당과 광대가 모여서 왕실의 영원 번영과 세자의 무병 장수를 바라는 굿을 했다. 그 결과 국가 재정은 체제 정비와 내정 개혁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진령군이 벌이는 무당굿에 상당 부분 소용되었다. 고종과 민씨는 진령군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었고 조병식, 이유인, 이범진, 홍계훈 같은 고관대신들은 조선의 최고 권세가인 진령군과 의가족(義家族)을 맺으려고 했다. 진령군의 아들 김창렬은 무관(無冠)의 처지임에도 정3품 당상관 관복을 입고 조정에 나갔으며, 그에게 아첨하고 친분을 맺으려는 대신들이 적지 않았다.

 

무녀가 조선의 최고 권세가가 되어서 재정을 탕진하고 국정의 질서와 기강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사간원 정원 안효제, 장령 지석영(종두법을 소개한 그분 맞다) 등이 사직의 보존과 안정을 위하여 진령군을 벌하라는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직언을 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위리안치(가시로 울타리를 친 집에 가두는 형벌)라는 유배형이었다. 실록에 따르면 고종은 목숨 걸고 진언을 올린 지석영을 가리켜 '흉물스런 저 지석영'이라며 모욕을 서슴지 않았다. 그야말로 무술세도(巫術勢道)의 시대였다.

 

진령군의 세상은 12년 동안 이어졌다. 그녀의 세도에 치명상을 가했던 이들은 (고종도, 민씨도 아니라) 일본이 추진한 갑오개혁의 주도 세력으로 정계에 부상한, 개화파 정부였다. 김홍집을 중심으로 하는 개화파 세력은 만악의 근원인 진령군을 잡아가두고 그녀가 머물던 신당을 때려부수었다. 진령군은 그동안 모았던 모든 재산을 바치고서 목숨을 구했지만 남은 여생을 초라한 오막살이에서 보내야 했다.

 

무녀의 손에 놀아나서 재정과 국정이 붕괴된 지난날 구한말 조정과, 최순실이라는 사람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오늘날 한국 행정부는 그다지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각하, 더이상 추한꼴 보이지 마시고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 오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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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2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역사는 반복된다는 진리는 만고 진리입니다... 그래서 청산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그때 잘 들어가셨씁니까 ? ㅎㅎㅎ.. 이상하게 그날은 취하지가 않더군요.. 꽤 마셨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ㅎㅎ

수다맨 2016-10-26 13:4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날은 꽤 마셨는데, 집에 와서도 상당히 멀쩡했습니다 ㅎㅎㅎ 다음에 또 한잔 하시죠. 곰곰발님이랑 마시면 술맛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