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 - 2016년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경욱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김경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이 작가는 예상과 기대의 지평을 넘어서지 않는, 문학성을 획득하기에 편리한 유로(流路)만 보여주는 소설을 쓴다. 문창과 소설의 끝판대장이라 불릴만한 대상작은 주제와 구성과 상징이 확고하나 잘 조립된 완구형 제품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100자평의 섹익스피어이십니다.. ㅎㅎㅎ. 알라딘 100자평 중 가장 믿을 만한 곳은 이곳인 것..

수다맨 2017-01-11 16:38   좋아요 0 | URL
과찬이십니다 ㅎㅎㅎ
김경욱은 굉장히 다작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다작의 원동력 중 하나는 그의 패턴화된 작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서사 만들고, 문학성이 있을만한 주제(이번 작품에선 아버지의 투병 및 죽음과 그것을 지켜보는 딸의 고독과 슬픔)를 매설하고, 여운 넘치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짓고...
작품의 완성도 자체는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만, 바로 그 흠이 없다는 사실이 이 소설을 범작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딱 적당한 소재 잡아서 보기 좋게 살 붙이고, 그럴듯한 상징 집어넣고, 누구라도 예상 가능한 전개와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보니까 저 같은 독자의 심금을 찌르는 울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건 그냥 평론가/문학상 심사자 몇 명한테 박수 받기 딱 좋은 작품이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레고 블록 같은 캐릭터들 모여서 하자 없는 완성품 만들자는 인상을 준다고 해얄까요...
 
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훌륭한 작가는 낯익은 소재를 비틀어 낯설고 심원한 세계를, 흡인력과 매력을 갖춘 서사를 보여준다. 보통 사람(Everyman)이 청장년 시기의 목적과 활력을 잃고 고독한 무의 세계로 돌아가는 과정을 온정 없는 문체로 그려낸다. 노년, 그것은 전쟁이자 대학살이라는 소설속 문구는 쓰라리고도 웅숭깊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다맨 2017-01-1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한 편의 소설을 재독하는 일이 드물다. 그런데 이 소설은 2년 전에 읽고 한 번 더 읽었는데, 가슴에 미치는 울림의 크기가 한결 깊었다.
올 한 해는 로스의 글을 읽는 해로 정하려고 한다. 예전에 읽었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단 한 권만으로도 한국의 웬만한 후일담 소설들 한 트럭보다 더 값어치가 있다. 노벨상과 부커상(이건 한강이 타기는 했지만)을 그토록 바란다면, 적어도 이만한 작가와 작품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의 삶과 이념이, 공중의 오락으로 격하된 시대의 풍경을 잔혹하게 그려낸다. 로스는 '인간과 세계란 무엇인가?'라는 오랜 질문에 '세계는 혼돈과 오류의 무대며 인간은 그러한 세계가 놓은 덫에서 헤어나지 못해, 번민과 망상에 시달리다 최후를 맞는다'는 대답을 흡인력있는 서사를 통해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음 세기 그루브
서준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번 장편에선 잃어버린 대의와 혁명에 대한 관심을 밝혔다면 이번 창작집은 서준환 소설이 본디 추구했던 본령(쓰기/말하기란 무엇인가)으로 되돌아온 인상을 준다. 의식적 배열과 정돈보다 가상과 망상의 교직과 집적으로 소설을 구성해나가는 그의 작법은, 현재 한국 전위문학의 최첨단에 서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다맨 2016-12-1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한국에서 출간된 소설들 중에서 난해하기로는 가히 첫 손가락에 꼽힐 책이다. 서준환의 대다수 작품들은 독자의 편안한 독서를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들은 원형과 중심(이것을 철학적인 일자一者라고 바꾸어 불러도 좋으리라)에 대한 급진적인 해체를 추구하면서 개개의 미소한 사물들이 얽히고 설켜서 만드는 혼종과 착란(이것을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라고 바꾸어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에 주목한다. 시작과 끝, 실제와 허구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실체 없는 혼돈이 도리어 질서의 바탕을 이룬고 있다는 난해한 역설을 그의 텍스트는 보여준다.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창비시선 315
고형렬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형렬이라는 시인을 이제야 안것이 후회가 될만큼 매력을 품은 시집이다. 때로는 인과와 어법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인의 욕구가 지나쳐 어렵게 여겨지는 대목도 있지만 미소한 식물 하나하나를 보는 시선,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보듬고 아끼는 손길이 찬찬하다. 30년 시력에 진심담아 경의를 표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6-12-1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빛 물고기인가.. 그 책도 매우 좋습니다...

수다맨 2016-12-12 12:30   좋아요 0 | URL
시선이 참 섬세하고도 예리한 시인인 듯합니다. 시력 30년이 되고도 시 허투루 쓰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 사람은 언어에 여전히 긴장을 담고 있는 점이 참으로 미덥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2-12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제가 은빛물고기 가지고 있으니 다음에 만날 때 가지고 가겠습니다. 이 책 좋습니다..

수다맨 2016-12-13 12:00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다음에 뵐 때는 저도 책을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