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목가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8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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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로스는 질서와 안정을 복되게 여기는 이들에게 악몽을 주는 작가이다. 그는 선하게, 성실하게, 유복하게 살고자했던 인물의 삶에 파국(아내의 외도, 살인자 딸 등)이란 폭탄을 심는다. 그리하여 삶이란 오해와 몰이해의 연속이고, 미국적 이상주의란 그저 '가라'라는 것을 쫀득한 문체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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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2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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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대표작으로는 ˝광장˝이 호출되는 경우가 잦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대작이라 부를 작품은 ˝화두˝이다. 작가는 은둔의 시간을 거쳐서 현미顯微의 시선과 망원望遠의 시야로 인간사를 고찰한다. ‘읽기‘와 ‘쓰기‘와 ‘살아내기‘의 도저함과 괴로움을 이만한 스케일로 담아낸 작가의 필력은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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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7-2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회찬이 세상을 떠난 날에 최인훈도 세상을 떠났다. 한 사람은 자연사가 아니기에 씁쓸하고, 다른 한 사람은 천수를 누려서 와석종신을 했음에도 떠난 자리가 크기에 역시나 씁쓸하다. 내가 아는 한에서 최인훈은 지식인 소설-이러한 규정이 얼마만큼 한 작가의 세계와 역량을 한정 지으려는 폭력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의 전형과 모범을 확립하고, 그 넓이와 깊이를 최대한도로 확보하려 했던 작가였다.
이념에 치우쳐서 자기 성찰과 타인 이해를 도외시하고 편향성을 띠거나(이문열, 복거일), 자유라는 4.19세대의 가치를 대표하는 작가임에도 그에 반하는 퇴영적인 견해를 소설에 심거나(‘서편제‘의 이청준), 역사와 철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적 열정은 넘치지만 결국에는 자기 감상과 자기 연민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김연수)를 보고 있노라면, 최인훈이라는 작가가 새삼 얼마나 대단한 작가였는지 느껴진다. 그의 명복을 빈다.
 

 

 

 

 

 

 

 

 

 

 

 

 

 

 

"4년 동안 법사위원을 하면서 검찰과 법원을 죽 지켜봐왔는데, 과거처럼 정권이 판사에게 형량을 쪽지로 전달해 판결케 하는 쪽지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잔혹한 고문을 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요즘 검사들과 판사들을 보면 이들의 의식이 국민 전체를 평등하게 바라보면서 사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된다. 단순 집회 참가자를 쉽게 구속하면서 수백억 원을 횡령한 재벌은 불구속하거나 집행유예로 풀어주지 않나. 법조문만 제대로 적용해도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해 형이 가중돼야 할 인물들이다. 기업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했다고 해서 풀어준다.

정몽구 회장 판결을 보면 사회 공헌 기금 액수가 형량에 반영됐다고 한다. 돈을 낼 수 없는 사람은 형을 더 많이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법 앞에서 자신의 재력에 따라 평등도가 달라진다는 것 아닌가. 대법원장이 취임 초기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 개개인은 독립적인 존재라고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화이트칼라 범죄가 엄단됐는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경제권력, 정치권력 등 권력층과 평소 교류를 해오고 봐주고 그러기 때문에 그런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 로비가 계속되는 것이다.

ㅡ 노회찬, '떡값 검사' 촌철 살인의 비평가' 중에서

 

노회찬은 혁명가였다. 이 사회의 전복을 꿈꾸었던 사회주의자였고 노동 해방을 쟁취하려 했던 투사였다. 정부는 그에게 국가보안법을 위배했다는 죄를 물어서 감옥에 보냈다. 영어囹圄의 시간은 이 년 구 개월이었다.

그가 옥고를 치르고 출소했을 때(1991년)에는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 붕괴, 체제 변동의 시간을 겪어내고 있었다. 어제의 사회주의는 만민 평등의 대의를 간직한 빛나는 이름이었으나 그의 시야에 들어온 사회주의는 결국에는 자본주의보다 미만未滿하고 열등한 체제에 다름 아니었다는, 세상의 농담거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고 반체제적 전위 조직이 아니라 대중 친화적인 진보 정당 건설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한때는 맑스와 레닌을 읽었다는 그의 '무거웠던 언어'는 대중들과의 지속적인 접촉과 소통을 통해서 지향과 논리는 명학하되, 해학과 비유와 재미는 튼실한 '일상의 언어'로 바뀌었다. 그는 레드 콤플렉스의 망령에 시달렸던 이 나라 사람들에게 '능력에 따라서 일하고 필요에 따라서 분배 받는 평등한 사회'가 진보가 지향하는 세계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역설하려 했다.

평생을 진보 정치의 대변인이자, 파수꾼으로서 살아온 그에게 불법자금 수수 혐의는 무거운 부담감이자, 죄책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유서에서 청탁과 대가는 없었으며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이었기에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인이 말하는 '정상적인 후원 절차'란 도대체 무엇인가.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한 명에게 개인이 후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00만원이다. 그리고 국회의원 한 명이 일 년에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모금 한도는 1억 5천만원(선거철에는 3억원)이다. 이러한 자발적인 모금과 국가로부터 받는 급여가 있어도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려면 상당한 액수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정설이다.

어제자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고 한다. 이를테면 정몽준, 안철수와 같은 기업인 출신의 정치인들은 자산이 많기에 정치자금법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리고 일명 KS(경기고-서울대) 라인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서 여의도에 입성한 정치인들은 자산이 많지는 않더라도 주변에 인맥(의사, 변호사, 판사, 대기업 중역 등등)이 튼튼하기에 '음성적'인 형태로 그들로부터 후원금을 받는다. 이 경우 외부 누설의 부담이 없기에 정치자금법의 감시망에 걸릴 확률도 드물다. 이번에 노회찬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사람도 그와 동창인 경기고 출신의 변호사였다고 한다.

나는 고인의 실수를 탓하기에 앞서 '돈 없이는 정치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주리를 틀려는' 이 나라의 금권 지향적인 정치 풍토를 비난하고 싶다. 그리고 '진보 정치인'은 정치적 정직성이라는 가치를 다른 이념 성향의 정치인들보다 '더' 철저히 지키도록 강요하려는, 진보를 '도덕적 순결주의'의 프레임 안에서만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일체의 흠결조차 없는 정치인을 만나고자 한다면 차라리 종교인을, 탈속인脫俗人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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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2018-07-25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가 이젠 없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ㅠ
삼성과도 싸운 그가 그럴리 없다고 말했던 저같은 사람들이 그를 벼랑으로 몰았던 것 같아서..
마음이 더 좋지 않네요.

수다맨 2018-07-25 14:18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 들었을 때에는 오보인줄 알았습니다. 저는 노회찬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도 모르지만 어떠한 시련이나 또는 실수가 생긴다고 해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내릴 인물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거든요.....
이날 점심에 최인훈 작가의 부고 소식까지 들으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더군요. 그날은 거인들이 떠나간 하루였고, 그늘지고 얼룩진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빛을 모으고 밝히려고 했던 현인들이 우리와 작별을 고했던 시간대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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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과 질서와 정상성을 중시하는 어느 미국인의 삶에 일어난 파국을 (사족이 없지는 않으나) 근력 넘치는 문장으로 묘사해 나가는 작품이다. 작가는 자본/자유주의(아버지)와 극단적 사회주의(딸)에 기울어지지 않으면서 시대의 광기와, 이념의 충돌로 분열하는 미국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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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7-0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만 1권의 삼분의 일 분량을 차지하는, 네이선 주커먼의 초반 인물 설명은 지나치게 긴 감이 없지 않다. 아직 2권을 읽지 않았으니, 1권에서 느꼈던 약간의 아쉬움이 2권에서 해소되기를 바란다.
 
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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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의 천의무봉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그만의 재기와 따뜻한 시선, 신축섬세한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집임에는 분명하다. 특히나 이민자 청년이 고단한 일상을 살면서도, 끈기와 인정과 유머를 잃지않고 타인 배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마지막 작품은 이 작가의 품격과 저력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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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6-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만 책 말미에 실린 번역자의 상찬과 여러 언론들의 호들갑에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이 ‘좋음‘과 ‘대단함‘ 사이에 있는ㅡ어쩌면 대단함 쪽에 조금은 더 기울어진ㅡ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번역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경천동지할 대작가가 나왔다는 식으로 상찬에 상찬을 거듭하는 류의 평가는 확실히 오버(Over)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평가는 ‘대단함‘을 넘어서 ‘위대함‘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한 작품에 주는 것이, 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