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활동가나 이론가의 생각으로는 이런저런 미시정치적 활동이, 그것이 자기수양의 생활의 실천이건 개인적 소비 선택의 실천이건 간에, 대규모로 조직된 운동보다 더 중요한 행동의 중심지다ㅡ 이러한 억측은 조직의 새로운 유형을 조성하는 일에 어려움을 더하는데, 그것이 집합성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일을 훨씬 드물게 더 어렵게 하거니와 덜 '신선'해 보이기 하게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일부 활동가나 이론가는 감성상의 대상과 창작물들을 계급/정당/노조가 놓쳐버린 정치적 잠재력을 전시하는 것으로 취급한다. 이와 같은 감성적 초점은 노동자 인민의 조직된 투쟁으로부터 정치를 절연함으로써 정치를 구경꾼이 쳐다보는 것으로 만들어낸다. 이로써 예술 생산물들은, 실제 상품이건 상품화된 경험이건 간에, 정치적 투쟁을 거리에서 쫓아낸 뒤 화랑에 가져다두면서 정치적 정동을 유통시키기 때문에 자본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구경꾼들은 자기 손을 더럽힐 필요 없이 급진적인 것을 만끽하기 위해 지불(하거나 기부)할 수 있다...... 찰나적 행동과 특이한 우발행위에ㅡ 유희적 혼란과 순간적 논쟁거리가 되는 영화 혹은 소설에ㅡ 찬사를 보내는 일 또한 마찬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ㅡ "공산주의의 지평" 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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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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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에서 평경장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혼자 섞고 혼자 기리하고 너혼자 다 해먹는구나 야.‘ 이바구를 풀어내는 힘 자체는 좋은데 쏟아낸 이야깃거리를 하나의 주제로 수렴하려는 구심력은 약하다. 상실과 소외에 대해서 말하고자 했던 듯한데 말수의 많음보다 이야기의 절제/축소에 신경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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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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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함은 있으되 치열함은 없고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했으나 거기에만 얽매인다. 비단 박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 시인들의 시에서 보이는 공통적 현상이다. 보호와 위무에 대한 곡진한 말들은 많은데 삶의 모순적/분열적 국면들은 깊게 응시되지 못하고 시인의 테크닉 속에서 ‘스리슬쩍‘ 도외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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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11-05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동네에 도서관이 생겨서, 이른바 ‘새삥‘인 책들을 공짜로 읽어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이 도서관 덕에 책값을 아끼게 되어서 무척이나 기쁘다.
그런데 나 같은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새삥‘들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 감식안이 낡아서 그런 듯하다.
 
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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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어깨와 펜에서 힘을 뺄 때 청아한 작품이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 말해서 과학적 상상력에 힘입은 글과 사회적 경향을 의식하는 글을 읽노라면 선함이나, 올바름에 과하게 경도된 나머지 작가 자신이 애상적/윤리적인 존재라는 것을 ‘표나게‘ 강조하려는 어떤 태도만이 보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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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11-0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집 앞부분에 실려 있는 ‘승혜와 미오‘와 ‘마흔셋‘ 정도를 빼면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작가는 과학적 상상력에 의존하거나 최근 유행하는 특정한 문학적 경향(페미니즘, 상실과 애도 등등)에 착목할 때ㅡ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어떠할지 모르겠으나ㅡ 나 같은 독자의 예상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함‘과 ‘약함‘과 ‘옳음‘을 강박적으로 지향하는 듯한 글이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지향성은 인식의 확장이나 주제의 심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맑고도 정의로운 품성‘을 지나칠 정도로 반복 역설하는 듯한 인상을 자아낸다.
‘승혜와 미오‘와 ‘마흔셋‘은 상술한 것처럼 작가가 ‘조금은 힘을 빼고‘ 쓴 작품들로 내게 읽힌다. 부언하면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기발한 설정이나 유행하는 경향성보다도 작가의 분신으로 보이는 화자(들)의 자조적/체념적 태도와 인생과 타인을 향한 세심한 시선이다.
 
로야 -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다이앤 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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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특별하나 주제(중산층 여성의 고통 극복기)는 심상하며 고뇌와 통증을 말하되 그것을 끝까지 보려는 집념은 없다. 어떤 심사자는 ‘낯섦의 힘‘과 ‘전복적 상상력‘을 말하고 있던데 내가 본 것은 내적갈등을 ‘은근슬쩍‘ 봉합하면서 중상층의 지위에 안주하려는 어떤 여성의 자기만족적 고백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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