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뻗은 길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가난했고 앞으로도 계속 가난하게 살 것이었다. 하지만 딱히 돈을 원하지는 않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몰랐다. 아니 알았다. 나는 숨을 수 있는 곳,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곳을 원했다. 무언가 된다는 생각은 소름 끼칠 뿐만 아니라 구역질까지 났다. 변호사나 지방 의원, 기술자나 뭐 그런 게 된다는 생각은 얼토당토않아 보였다.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가족 구조의 덫에 갇히고, 매일 어디론가 일하러 나가고 얼토당토않았다. 단순한 일이라도 뭔가 한다는 것, 각종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 가족 소풍이나, 크리스마스, 독립 기념일, 노동절, 어머니날…… 인간은 이런 것들을 견디기 위해 태어났다가 죽는 것인가? 차라리 접시닦이가 되어 작은 방으로 홀로 돌아가서 나 혼자 술 마시다 죽는 편이 나았다."
ㅡ 찰스 부코스키의 "호밀빵 햄 샌드위치" 275쪽.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너무나 마음에 드는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