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 뿌릴 때 배우고, 거둘 때 가르치고, 겨울에 즐겨라.

- 욕망할 뿐 행하지 않으면 질병이 생긴다.

- 흙벌레는 쟁기를 용서한다.

- 물을 좋아하는 자는 강물 속에 묻어라.

- 바보가 보는 나무는 지혜로운 사람이 보는 나무와 같지 않다.

- 빛을 내지 않는 얼굴은 별이 되지 못한다.

- 분주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 어리석은 시간은 시계로 재어지나, 지혜로운 시간은 시계로 잴 수 없다.

- 좋은 먹이는 그물이나 덫으로 잡은 것이 아닌다.

- 어리석은 자가 그의 어리석음을 고집하면 지혜로워진다.

- 감옥은 법의 돌로써, 창부의 집은 종교의 벽돌로써 세워진다.

- 사자의 분노는 하나님의 예지이다.

- 현재 증명되는 것은 한때는 오직 상상된 것이다.

- 저수지는 가두며, 샘은 흘러넘친다.

- 분노하는 호랑이는 훈계하는 말보다 훨씬 지혜롭다.

- 고여 있는 물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도이다.

- 용기가 부족하면 간계가 능하다.

- 감사하게 받는 이는 풍성한 수확을 맞이한다.

- 벌레는 가장 좋은 잎사귀에 알을 까고, 사제는 가장 좋은 기쁨에 저주를 내린다.

- 한 떨기 꽃을 창조함은 몇 세대의 노동이 걸린다.

- 넘쳐 흐름이야말로 아름다움이다.

- 사자가 여우의 충고를 받으면 교활해질 것이다.

- 행하지 못할 욕망을 심어 주기보다는 갓난아기를 요람에서 죽여 버리는 편이 낫다.

- 인간이 없는 곳에 자연은 불모지이다.

- 충분히 ! 아니면 지나치게 많이 !

(윌리엄 브레이크의 지옥의 격언 초(抄))

 

다시 한 해를 보내며... 나는 후회와 회한에 마음이 무겁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떤 하루도 되풀이 되지 않고, 보냈던 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새해를 생각하면 가슴 뛰기도 하고, 후회가 아닌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며 설레이는 기분에  빠져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특별한 계획없이 새해를 맞이할 듯 싶다. 유일하게 계획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책읽기에 대한 스케줄 정도...

2014년에는 반드시 밀란 쿤데라를 전작독서 할 예정이다. 한달에 한 권씩만 제대로 읽고 리뷰를 쓴다면 한 해를 알차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 이번 달에는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보냈지만 올 초에 세웠던 계획에 비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가 ?

책에 집착하고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 ?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라는 말을 일단 믿어 보기로 한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건 분명하니 잘하는 일도 책에 관한 일이다 믿자... 믿어보자...

 

2013년을 세 개의 단어로 정리하면....

 

1. 천사빙수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

올 여름 열렬하게 사랑했던 천사빙수... 도대체 몇 그릇을 먹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틈나는대로 수없이 먹었다. 심지어는 더위를 핑계로 밥 대신 팥빙수를 먹었다.

내가 천사빙수를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쫄깃 쫄깃한 떡 때문이다. 심지어 인절미를 따로 가져가서 팥빙수에 비벼 먹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할 만큼 빙수 속 떡을 사랑한다. 날씨가 더운 날도 빙수를 먹었고, 장맛비 때문에 짜증이 날 때도 먹었다. 그리고 일이 힘든 날에도 빙수를 퍼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심지어 친구들은 내가 기분이 울적하거나 더위에 힘들어 하면 천사 빙수로 나를 달래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팥빙수도 좋아했지만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카페와 늘 소소한 농담으로 나를 즐겁게 해준 언니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빙수가 메뉴판에서 사라질 때까지 열심히 먹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년 여름에도 팥빙수를 먹을 예정이다. 천사 빙수와 함께 한 여름은 시원하고 달콤했다.

 

 

2. 아메리카노 (아메..아메..아메..아메.. 아메리카노 좋아,,좋아,,,좋아)

올 한해 동안 내가 줄기차게 마신 아메리카노...한동안 나는 니어링 부부의 4.4.4법칙에 충실한 삶을 살겠다는 결심으로 매일 오전을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루 중 지적활동을 4시간 한다는 무모한 목표를 세우고, 오전 11시면 어김없이 동네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오전에 두 시간 그리고 밤에 두시간은 반드시 책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혼자 뿌듯해 했던 기억이 난다. 니어링 부부, 윤구병, 함석헌, 신영복 그리고 소설과 에세이, 시를 읽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골목길 카페 '마미'와 제 3세계 음악을 자주 틀어주는 카페 '키브'를 특히 좋아했다. 키브의 넓고 큰 창을 통해 바라보는 해질녁 풍경이나 유리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련해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브랜드 커피보다는 주인이 직접 로스팅해서 내린 커피 맛을 더 좋아했는데 두 곳 모두 분위기와 맛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메리카노는 언제 마셔도 좋았지만 특히 혼자 책을 읽으며 마시는 커피는 쓴 맛보다는 달고 향기롭다. 최근에 새롭게 마시기 시작하는 홍차도 좋지만 역시 커피만큼은 아니다.

 

 

 

 

 

 

 

 

 

 

 

 

 

 

 

 

 

3. 책 ! 책 ! 책 !

올 한해동안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들의 목록과 금액을 보며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책을 많이 산 만큼 열심히 읽었어야 했는데 갈수록 쌓여가는 책과 읽는 속도는 멀어져 가고 있다. 밀란 쿤데라 전집을 구입했지만 제대로 읽은 책은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정체성, 두 권 뿐이고...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리스본에서 귀국하는데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삶의 우선 순위를 책 읽는데 두지 못했고, 책 사는 일에만 몰두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지금도 조금씩 읽다가 덮어 놓은 책들이 몇 권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문학동네나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을 사려고 벼르고 있으니 정말 대책없다. 그래도 요즘은 정신차리고 열심히 읽고 있으니 위로가 된다.

12월... 한 달 동안 펭귄뉴스,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 나의 프랑스식 서재, 디어 라이프, 밤은 선생이다, 자발적 소박함 그리고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지금 이순간 나는 아프다를 읽었다. 짬짬이 여러 편의 시도 읽었다. 부족하지만 알라딘 서재에 글도 많이 올렸다.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 같은 책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단어 세 개로 2013년을 짧게 정리해 봤다... 정말 겨울 밤은 길다. 아직 깊은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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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3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둔 책은 언젠가 읽기 마련이에요.
책은 사야 할 때와 읽어야 할 때가
똑같지는 않은 듯해요.

즐겁게 품에 모셨다가
기쁘게 손에 쥐셔요~

착한시경 2014-01-02 00:46   좋아요 0 | URL
노후 준비하는 마음으로 책을 사고 있어요...함께 살기님 말씀처럼 언젠가 읽게 되겠죠~ 올해는 기쁘게 손에 쥐는 일이 많기를 바랄 뿐입니다.
품에 모셔놓은 책들이 자꾸 많아져서... 기다리는 책들에게도 미안할 뿐이예요^^

마녀고양이 2013-12-3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워,,, 천사 빙수와 아메리카노, 저렇게 환상적인 조합을 이 밤에 올리셨군요. ㅠㅠ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을 사야지 하고 맘 먹었다가, 잊어버렸는데 시경님 페이퍼를 보면서 다시 생각났네요. 워낙 많은 책에서 윌리엄 블레이크를 인용하는지라, 이번에 꼭 장바구니에 넣으려구요.

평온하고 건강한 새해되셔요.

착한시경 2014-01-02 00:49   좋아요 0 | URL
지나고 보니... 팥빙수 많이 먹은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되네요^^ 제가 아는 부부는 올 여름 내내 팥빙수 투어도 다녔어요~ 저는 성격상 맛있는게 먹었던 것만 꾸준히 먹는거 같아요...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있으니까...천사빙수 먹고 싶은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