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없이 태어나서

실습없이 죽는다.

 

인생이란 학교에서는

꼴찌라 하더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같은 공부는 할 수없다.


어떤 하루도 되풀이 되지않고

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하나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곁에서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내겐 열린 창으로

던져진 장미처럼 느껴졌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난 얼굴을 벽 쪽으로 돌렸네.

장미? 장미는 어떻게 보이지?

꽃인가? 혹 돌은 아닐까?


악의에 찬 시간, 너는 왜

쓸데없는 불안에 휩싸이니?

그래서 넌 - 흘러가야만해

흘러간 것은 - 아름다우니까


미소하며, 포옹하며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방울의

영롱한 물처럼 서로 다르더라도.

- 쉼보르스카의 두번이란 없다 -

 

눈을 비비고,  손등을 살짝 꼬집어 봐도 분명 꿈은 아니다.
남해의 푸른 바다와 철썩이며 다가오는 하얀 파도...나는 부산 앞바다에 서 있는 것이 분명하다.
햇빛은 환하고, 바람은 따사로운 기운을 살랑살랑 몰아 온다.  추위를 대비해 겹겹이 끼워 입었던 옷차림이 부끄러울만큼 좋은 날씨였다.

우리 가족은 해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부산 여행을 하는데 매번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들만 가득하다.
이기대해상공원, 감천문화마을,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 보수동 책방, 부산타워, 피프거리, 인디고서원, 백년어서원, 범어사 그리고 해운대와 광안리, 송정과 용궁사... 잊혀지지 않는 봄날처럼 따뜻한 날씨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나는 부산 밤거리의 활기참과 분주함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둔 토요일 밤, 피프 거리에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과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는 전등과 트리 그리고 수많은 사연을 담은 사람들의 표정들이 어우러져 특별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사람들에 휩쓸려 거리 곳곳을 누비며 돌아다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점에서 파는 재미있는 물건들과 맛난 먹거리들을 구경했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으나 푸짐한 저녁을 먹은 후라서 대부분 눈 구경으로 만족한 것이 제일 후회스럽다.

 


 

부산 여행을 갈 때마다 행복한 추억을 주는 장소들이 많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은 단연코 인디고서원이다.
나는 몇년 동안 인디고잉을 정기구독해서 읽고 있으며,  그곳 아이들이 쓴 책을 대부분 소장하고 있을만큼 그곳을 좋아한다.

 


 

 

 

 

 

 

 

 

 

 

 

빨간머리 앤에 나오는 초록 지붕 집을 연상하게 하는 인디고 서원은 1층에서는 주로 간단한 소품(노트, 포스터, 필기류 등)과 초등학교 아이들 책 위주이고, 2층은 성인과 중고생들 책들을 판매한다. 매달 초에 인디고 서원 사이트에 올라오는 추천 도서를 참고해 책을 구입하는터라 이 곳에서 선별해 판매하는 책들에는 특별한 관심과 믿음이 간다.
튼튼한 나무 책장에는문학, 역사, 철학, 글쓰기, 환경, 생태, 교육, 사회로 분류되어  책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인디고 서원 아이들이 수업하는 책들도 함께 구경할 수 있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좋은 책들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좋은 선생님과 함께 토론 수업을 하며  공감할수 있다니 부러울 뿐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아무리 좋은 수업이라 할지라도 수강료를 낼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는 아이들에게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좋은 수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비싼 수강료를 감당해야 하니

선택받은 소수의 아이들만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교도소의 제소자들이나 노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자아존중감을 찾아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소외 계층이나 다문화 가정, 왕따나 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이런 수업은 절실하다.
나 역시 부산에 거주한다면 다른 과외를 줄이더라도 이곳에서 진행되는 수업을 선택했을 것이다.
네루다의 시집, 알랭 바디우의 사랑예찬, 소로우, 번역가 김남주의 수필,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경제제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더 많은 책을 사고 싶다는 마음에 힘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에 너무 많은 책을 구입했고, 자제해야 겠다는 마음도 들어 몇권만 구입했다.
사실 인디고서원은 정가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담도 있었다.

 



 

 

 

 

 

 

 

 

 

 

따생각해 보면 가장 적은 비용에 오랫동안 만족과 기쁨을 주는 건 책 밖에 없는데 많은 책을 다 정가로 구입하자니 부담스럽기도 했다.
문제집이 펼쳐진 아이들의 책상과 장식용이 되어버린 수백 권의 책들 대신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 삶에 영향을 줄 만한 책들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부모의 관심과 보호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한 당하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책이 필요하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없다면 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때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점에서도 부산 인디고 서원은 의미가 크다.
철학과 문학, 역사를 통해 세상을 읽는다. 아름다움보다 추함과 저급함 그리고비열함이 많은 세상을 아이들은 보게된다.  하지만 그 안에 희망의 씨앗과 따뜻한 인류애가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한때 나도 사라 스튜어트의 도서관에 나오는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개인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한적한 교외에 작은 집을 짓고 넓은 마당을 만든다. 그리고 마당에는 계절별로 아기자기한 야생화를 싶어두고 싶었다. 나무로 직접 짠 책장에 내가 그동안 모아 온 책들을 빼곡하게 꽂아두고, 자주 듣던 음악을 늘 틀어놓는다. 운치 있게 턴테이블이 구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텃밭이 있어 옥수수와 감자 그리고 채소를 심어 먹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니어링 부부처럼 노동의 즐거움과 지적 성장을 경험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친구들을 이 곳에 불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다.

인디고서원에 흐르는 분위기.... 삶과 문학을 향한 그들의 끊임없는 탐구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크리스마스보다 더 들뜨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 남편과 함께 러브액추얼리를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일 낮에는 가족들에게 줄 크리스 마스 카드 두 장을 살 예정이다. 마음만은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소망해 본다.

 

"세상 사는 것이 울적해 질 때면, 나는 공항에서 재회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보편저긍로 우리는 증오와 탐욕 속에 산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굳이 심오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아내와 남편......남자 친구, 여자 친구, 오랜 벗..... 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무너졌을 때, 그곳에서 휴대폰으로 사람들이 남긴 마지막 말은 증오나 복수가 아닌 모두 사랑의 메세지였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랑은 실제로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러브액추얼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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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4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책방마실만큼
즐겁게 한 해 마지막날
아름답게 누리셔요~

착한시경 2013-12-24 10: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아이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아직까지는 차분한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별다른 계획은 없지만 왠지 설레는 날이예요^^

미스코리아 뚱 2013-12-2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서재를 읽어나가면서 드는 이포만감...독서를 즐겨하지않는 존재인데,,님이 올려준 책들과 간단한 문구만으로도 다~읽은듯힌 이뿌듯함...감솨^^,,메리 크리스마스!!

착한시경 2013-12-24 18:18   좋아요 0 | URL
감사^^ 한해를 또 떠나보내며 후회와 회한만 남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읽었던 몆권의 책들이 유일한 위안입니다... 올해의 마지막 시간들 잘 마무리하시고 행복하세요^^

마녀고양이 2013-12-2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 가본지가 너무 오래되었어요.
며칠 잡아서 놀러가고 싶다는 그냥... 소망만 품고 있는 중이랍니다.
하기사 여행다운 여행을 언제 가보고 못 가봤는지. ㅠ

인디고 서원 참으로 예쁘네요.
그냥 주저앉아서 책 읽고 싶은 분위기네요.

즐거운 성탄절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