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츠스케일링 - 단숨에 ,거침없이 시장을 제패한 거대 기업들의 비밀
리드 호프먼.크리스 예 지음, 이영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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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다. 경쟁사를 분석해서 트랜드를 따라가는 것,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트랜드를 만드는 것, 가성비 또는 저가정책을 이용하는 것,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것 등 하나하나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전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서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있다.


똑같은 전략이라고 하더라도 국가, 시기, 제품, 기업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달콤한 성공을 맛보여주었던 전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패의 쓴맛을 안겨주기도 하고, 어제의 성공전략이 오늘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성공하는 전략, 실패하는 전략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각 기업들은 자사에 맞는 것을 찾아 분석하고 자신들의 것으로 소화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던 '블리츠스케일링'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거대 기업들이 이 전략을 통해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우리 역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전략을 어떻게 활용함으로써 리더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제법 흥미로운 일이며 그 자체로도 가치 있다. 시장을 파악하는 것은 시장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고, 새로운 전략을 알아두는 것은 언제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블리츠스케일링이란 무엇일까. 이는 책 <블리츠 스케일링>을 통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심플한 제목처럼 이 독특한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며 여러 기업들의 사례와 규칙 등을 담고 있는 책으로, 시장과 전략을 파악하기에 좋은 자료다.


책에 따르면 블리츠스케일링이란, 큰 리스크가 따를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회사를 키우고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전략이다. 즉 빠른 속도로 변하는 현대 사회와 시장에 맞서 그보다 더 빠르게, 공격적으로 판을 키우는 것이다.


당장 내일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응이 아닌 앞서 나가기를 택하는 것은 보통 담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이 나올만큼, 심지어 그 리스크가 몰락일 수 있는 만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효율보다 속도를 우선시 하는 선택을 누가 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기업들, 드롭박스, 아마존, 애플, 에어비앤비, 우버와 같은 시장의 선두주자들은 결단을 내렸고, 그 결과 우위를 선점했다.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것은 프롤로그에서 들려주는 에어비앤비로, 잘 나가는 기업의 모방 기업을 만들어 해당 기업에 판매하는 잠버 형제의 위협 속에서 에어비앤비의 모방 기업인 웜두를 인수하기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를 선택한 이야기는 이 전략이 어떤 것인지, 어떤 결과를 나을 수 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여러 기업들의 사례와 함께 블리츠스케일링이 가진 힘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또한 이 놀라운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 고려해야할 것들, 필요한 것들, 기억해야할 것들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내기 때문에 전략 자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물론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본(금전적인 부분 포함 여러 가지 자본)이 필요한 만큼 일반적으로 선택하기에는 어렵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만약 내가 CEO라면 이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까, 만약 활용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상상해보았는데, 책이 끝날 때 까지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답 없는 문제를 만난 듯 골이 지끈거릴 정도다. 그저 이 전략을 실제로 활용한 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질 따름이며, 이러한 전략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지다. 효율보다 속도, 대응보다 선점이라니. '빠른 속도와 불확실성은 새로운 안정성'이라는 말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이해가 되는 것은 분명 이 책을 읽은 덕분이다.


시장의 또 다른 영역, 새로운 전략을 만나고 싶다면, 그래서 시야를 좀 더 넓히고 싶다면 괜찮은 책이다. 만약 큰 결단 앞에 서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될 만한 책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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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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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망각은 축복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힘들고 슬프고 괴로운 일도 망각 앞에서는 힘을 잃고 어떠한 영향력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만큼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한 사람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망각은 아무런 영향력을 가지지 못하는 만큼,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어느 순간 다시 기억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태롭다고 할 수 있다. 망각 앞에 멈춰버린 발걸음은 후회도 반성도 다짐도 가지지 못하며, 그로 인한 발전 역시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망각이 아닌 기억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기억은 괴로울지언정 선택할 수 있게 만든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든, 후진이든 전진이든 한 걸음을 내딛게 만든다. 후진도 전진도 정체가 아닌 변화한다는 점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 선택이 전진이라면 한 사람의 일생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를 본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영향을 받게 되고 또 다른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변화와 발전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면 결국 세상마저 변하게 된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SNS를 통해 마주하는 누군가의 일상의 기록만 보더라도 그 영향력을 알 수 있다. 아니 내가 쓰는 일상 기록과 리뷰만 봐도 알 수 있다. 단순히 나를 위한 일기나 짧은 감상이라도 차곡차곡 쌓여 나와 나의 일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고, 그런 나의 변화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 그만큼 기억이 가지고 있는 힘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책 <나의 기억을 보라>는 어마어마한 영향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한 책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로서 자신이 목격하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고뇌한 것들을 잊어버리지도 침묵하지도 않고 오히려 기억하고 기록하고 함께 나누려고 애썼던 엘리 위젤과 그의 옆에서 무수히 많은 영향을 받았던 그의 가족과 제자들의 기억이 묵직하게 담겨 있는 이 기록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이 담고 있는 기억은 이 짧은 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광범위하다. 엘리 위젤의 제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아리엘 버거의 삶과 고뇌에 대한 이야기, 신에 대한 이야기,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 전 세계의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책에 대한 요약이라던가 간단한 소개를 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엘리 위젤의 가르침과 아리엘 버거의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가장 큰 핵심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건 기억이 가진 힘이다.


엘리 위젤이 그 비통하고 괴로운 시대의 기억을 잊지 않고 책으로 기록하고 가르치는 이유는 그의 말과 가르침 속에서 알 수 있다. 그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변화를 줄 수 있으며 그렇기에 기억은 일종의 축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그렇기에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그의 가르침을 받고 그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다시 무수히 많은 감상과 기억과 기록으로 뻗어나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단단한 바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목격자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우리는 모두 목격자가 되고, 그로 인해 변화할 것이다. 결국 그의 말대로 기억은 우리를 구원할지도 모른다.


<나의 기억을 보라>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묵직한 가르침과 깨달음, 감상을 끊임없이 건넨다. 제목부터 맺음말까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기억이 가진 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부분, 그리하여 미래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만큼 좋은 책이고 감사한 책이기에,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직접 이 책을 읽어 또 다른 목격과 감상과 기록을 남길 수 있기를, 그리하여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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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알려주는 입시 맞춤형 공부법
진동섭 지음 / 포르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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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제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이 대사가 한국을 강타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그와 관련된 히스토리들이 알음알음 퍼졌던 것도 벌써 예전 일. TV 프로그램과 인터넷을 도배하다싶이 했던 패러디 역시 지금은 더이상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대로 끝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드라마의 주제였던 '입시'다.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천국과 지옥으로 오가게 만드는 입시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드라마 속 선생님과 달리 열정과 끈기,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학생과 학부모들을 도와주는 선생님들도 함께 그 자리를 지켜준다는 것이다.


책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는 스카이캐슬 김주영 선생님의 실존 모델인 저자가 들려주는 입시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와 미래에 입시로 힘들어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차근차근 알려주는 알짜배기 노하우들이 가득하다.


책은 크게 네개의 단원으로 구분되며, 첫 장에서는 저자가 전문가 패널로 참가했던 프로그램 <공부가 머니?>의 사례들을 함께 다루면서 입시를 위한 첫 걸음인 공부역량을 키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단원에서 왜 이 책에 제법 살벌한 제목이 붙었는지를 알 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공부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책을 읽는 습관은 중요도가 높은 만큼 가장 먼저 다룬다. 책을 읽으면 어휘력과 독해력, 상상력 등이 늘어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때 어휘력은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어휘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즉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이후에 보충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부족한 부분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말이나 방학에 확인하고 점검하면 보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이의 사고 수준이 낮아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말은 아이들의 독서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독서의 필요성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된 부분이었다.


이후에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달라지는 입시제도에 대해 살펴보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어디에 중심을 둬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러 곳에 발품팔아야지 알 수 있는지 정보들부터 소수만이 알고 있는 숨은 노하우와 팁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준다.


무엇보다 어떤 부분이 오해이고 어떤 부분이 사실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빠르게 계속해서 변화하는 입시제도 속에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2021년부터 2028년 이후까지 연도별 대학 입시 맞춤형 로드맵은 변화의 흐름을 아는 데도 도움이 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입시와는 연관성이 없는 사람이지만, 이 책은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대학을 갈 때 큰 도움이 되었던 입학사정관제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었으며 그 둘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2022년붙 부분 시행되는 고교학점제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던 것이 퍽 흥미로웠다. 지난 기억들과 함께 '라떼는...'을 돌이켜보기도 하면서 지식과 재미를 얻었다. 입시와 관련 없는 사람도 얻는 게 많았던 책인 만큼, 입시와 관련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책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준 저자이기에 더욱 믿을 수 있는 책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저자가 패널로 참가한 TV 프로그램 <공부가 머니?>와 함께 보면서 지금의 자신을 점검하고 앞으로를 준비하면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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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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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나는 반에서 시집을 읽는 유일한 학생이었다. 시를 읽고 있으면 약속이라도 한 듯 다들 돌아가며 "그게 재미있어?"라고 물어왔다. 그때는 그 관심 아닌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나쁘지 않아. 나름대로 재미있어."라고 답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의 연속을 만나면 그대로 책을 덮어버리곤 하지만, 시집은 여전히 내 손 위에 있다. 왜냐하면, 장황하지 않은 간결한 언어 속에서 내 마음을 울리고 밝혀주는 언어를 건져내는 것이 퍽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읽은 책 <내가 사랑한 시옷들> 역시 퍽 재미있었다. 저자가 사랑한 시옷들, 사랑, 삶 그리고 시를 만나는 '명시 산책'의 시간은 평소 다니던 곳이 아닌 색다른 골목을 거니는 신선함과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책은 총 30명의 시인들과 30편의 작품으로 되어 있다. 목차만 봤을 땐 '겨우 30편인데 왜 이렇게 두껍지?'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이해가 된다. 시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영시와 번역, 시와 관련된 저자의 이야기, 그리고 영시로 배우는 영어가 한 세트이기 때문이다.


일반 시집과는 다른 이 책만의 장점을 뽑자면 바로 이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시를 읽기에 앞서 보여주는 시인의 인물 스케치와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한 짧은 설명,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는 시와 시인을 이해하는 데 제법 큰 도움이 된다.


한 장도 채 채우지 못하는 간단한 스케치와 소개이지만 그의 삶을 상상해보기에 충분하고, 영문학을 가르치는 저자인 만큼 시인의 삶과 태도, 그리고 시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철학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들을 잘 풀어주어 단순히 시만 읽었을 때는 와닿지 않았던 것도 뒷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된다.


예를 들어 에밀리 디킨슨의 <늘 사랑했다는>을 읽고 나는 그의 사랑을 의심하는 연인이 있었고 그에 대해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는 이에게 전하는 소극적인 거부, '갈보리 외엔 보여드릴 게 없'다는 것은 결국 사랑은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풀어주어 다시 한번, 아니 몇 번이나 시를 되짚으며 그 마음과 의미를 느껴보았다.


각 주제별로 다양한 시를 소개해 준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사랑(1부)과 존재(2부)와 삶(3부)라는 각각 다른 주제에 대해, 각각 다른 다양한 시선들을 보여주어 독자에게 사유의 시간을 선물해 준다.


예를 들어 흐르는 물과 같아 종래에는 감정밖에 남지 않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에이미 로웰 <꽃잎>), 믿음대로 살아 보이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며(사로지니 나이두 <삶>), 스스로의 삶의 재고를 조사해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면서(도로시 파커 <재고>) 다양한 각도로 삶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다.


독자에게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언어를 건져낼 기회를 주고, 사유의 시간을 주고,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시가 가진 힘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한참 진지하게 시를 곱씹다가 영어공부 구간이 나와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마저도 앞으로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좀 더 느긋하게 시를 곱씹기도 했으니 일석이조랄까.


그렇게 마음에 콕 하고 박혀드는 언어들을 만나 담아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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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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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여러 가지 기업이 있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시장을 뒷받침하는 기업,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져버리는 기업,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판을 짜고 시장을 만들어가는 기업, 그런 기업을 따라가는 기업, 이 외에도 수많은 곳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곳이 있다면 바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판을 짜는 기업이다. 기존의 규칙을 파괴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함으로써 최전선에 서는 기업, 즉 디스럽터들이다.


디스럽터(disruptor)의 사전적 의미는 분열시키는 사람, 혼란에 빠뜨리는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제법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책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은 이들을 긍정적으로 그려낸다. 기존의 것을 고치고 그 안에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판을 만들어내는 시장의 교란자들이라는 것이다.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은 틀을 깨부수고 시장을 새로이 형성함으로써 진짜 혁신을 꾀하는 기업들에 대한 책이다. 개개인의 능력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을 팀으로 꾸려 고객과 연결해 주는 아룹과 슈퍼셀, 역시나 최고 인재들이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며 그들이 장벽(외부의 압력, 예산 등)에 부딪힐 때 공중엄호를 해주는 DDS 등 여러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들이 어떤 식으로 틀을 깨부쉈는지, 어떻게 한 발 앞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 소개된 기업들은 모두 놀라울 정도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어쩌면 생각했지만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들을 이들은 현실로 보여준다.


1장부터 압도적인데, 세계적인 컨설팅&엔지니어링 회사 아룹은 이미 세워져 있는, 그것도 수많은 투숙객이 끊임없이 머무는 호텔의 지하에 아무도 모르게 층을 확장하는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 이곳에 머무는 그 누구도 자신들의 발아래에서 '삽 하나로 트럭 500대 분의 흙을 파내'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아룹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가? 여기서부터 그들의 교란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교란자들의 이야기는 읽고 곱씹고 되짚어봐도 비현실적이다. 현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게 가능하다고?'라며 의심하게 된다. 그들의 교란 기술 역시 마찬가지로 이것이 현실 기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열하게 된다.


문자 그대로 다른 세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라서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책에서 볼 수 있다. 미 국방부의 기술 향상을 담당하고 있는 DDS는 현재 상태와 변화, 이 두 가지를 싫어하는 관료제의 방해와 의미 없는 관성이 법칙에 무수히 많은 벽과 마주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적은 예산으로, 수많은 영향력을 만들어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기업과 팀들의 남다른 면모를 이 책에서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다. 왜 그들이 교란자들이라고 불리는지를 읽는 내내 깨달을 수 있다.


솔직히 책 자체는 그리 읽기 쉬운 편이 아니다. 이런 유의 책을 많이 읽는 독자가 아니라면 초반부터 흠칫할 수 있다. 각 기업들의 사례를 자세히 알려주는 만큼 전문 용어와 수치들이 계속해서 언급되기 때문에 몇 번을 읽어도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하지만 그들의 일화는 영웅신화처럼 흥미롭고,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란 기술은 제법 유용하다. 그들의 태도와 말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얼마나 많은지, 따로 문장을 적어놓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한 번 재미를 붙이면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한국의 사례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볼 수 있다고 했지만, 분명 나라와 문화, 환경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그들의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제법 필요하다. 지금 당장 앞서가기는 힘들더라도 앞서가는 이들이 주는 교훈을 나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 그 과정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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