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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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망각은 축복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힘들고 슬프고 괴로운 일도 망각 앞에서는 힘을 잃고 어떠한 영향력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만큼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한 사람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망각은 아무런 영향력을 가지지 못하는 만큼,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어느 순간 다시 기억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태롭다고 할 수 있다. 망각 앞에 멈춰버린 발걸음은 후회도 반성도 다짐도 가지지 못하며, 그로 인한 발전 역시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망각이 아닌 기억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기억은 괴로울지언정 선택할 수 있게 만든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든, 후진이든 전진이든 한 걸음을 내딛게 만든다. 후진도 전진도 정체가 아닌 변화한다는 점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 선택이 전진이라면 한 사람의 일생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를 본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영향을 받게 되고 또 다른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변화와 발전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면 결국 세상마저 변하게 된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SNS를 통해 마주하는 누군가의 일상의 기록만 보더라도 그 영향력을 알 수 있다. 아니 내가 쓰는 일상 기록과 리뷰만 봐도 알 수 있다. 단순히 나를 위한 일기나 짧은 감상이라도 차곡차곡 쌓여 나와 나의 일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고, 그런 나의 변화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 그만큼 기억이 가지고 있는 힘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책 <나의 기억을 보라>는 어마어마한 영향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한 책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로서 자신이 목격하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고뇌한 것들을 잊어버리지도 침묵하지도 않고 오히려 기억하고 기록하고 함께 나누려고 애썼던 엘리 위젤과 그의 옆에서 무수히 많은 영향을 받았던 그의 가족과 제자들의 기억이 묵직하게 담겨 있는 이 기록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이 담고 있는 기억은 이 짧은 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광범위하다. 엘리 위젤의 제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아리엘 버거의 삶과 고뇌에 대한 이야기, 신에 대한 이야기,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 전 세계의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책에 대한 요약이라던가 간단한 소개를 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엘리 위젤의 가르침과 아리엘 버거의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가장 큰 핵심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건 기억이 가진 힘이다.


엘리 위젤이 그 비통하고 괴로운 시대의 기억을 잊지 않고 책으로 기록하고 가르치는 이유는 그의 말과 가르침 속에서 알 수 있다. 그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변화를 줄 수 있으며 그렇기에 기억은 일종의 축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그렇기에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그의 가르침을 받고 그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다시 무수히 많은 감상과 기억과 기록으로 뻗어나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단단한 바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목격자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우리는 모두 목격자가 되고, 그로 인해 변화할 것이다. 결국 그의 말대로 기억은 우리를 구원할지도 모른다.


<나의 기억을 보라>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묵직한 가르침과 깨달음, 감상을 끊임없이 건넨다. 제목부터 맺음말까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기억이 가진 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부분, 그리하여 미래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만큼 좋은 책이고 감사한 책이기에,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직접 이 책을 읽어 또 다른 목격과 감상과 기록을 남길 수 있기를, 그리하여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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