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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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여러 가지 기업이 있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시장을 뒷받침하는 기업,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져버리는 기업,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판을 짜고 시장을 만들어가는 기업, 그런 기업을 따라가는 기업, 이 외에도 수많은 곳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곳이 있다면 바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판을 짜는 기업이다. 기존의 규칙을 파괴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함으로써 최전선에 서는 기업, 즉 디스럽터들이다.


디스럽터(disruptor)의 사전적 의미는 분열시키는 사람, 혼란에 빠뜨리는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제법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책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은 이들을 긍정적으로 그려낸다. 기존의 것을 고치고 그 안에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판을 만들어내는 시장의 교란자들이라는 것이다.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은 틀을 깨부수고 시장을 새로이 형성함으로써 진짜 혁신을 꾀하는 기업들에 대한 책이다. 개개인의 능력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을 팀으로 꾸려 고객과 연결해 주는 아룹과 슈퍼셀, 역시나 최고 인재들이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며 그들이 장벽(외부의 압력, 예산 등)에 부딪힐 때 공중엄호를 해주는 DDS 등 여러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들이 어떤 식으로 틀을 깨부쉈는지, 어떻게 한 발 앞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 소개된 기업들은 모두 놀라울 정도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어쩌면 생각했지만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들을 이들은 현실로 보여준다.


1장부터 압도적인데, 세계적인 컨설팅&엔지니어링 회사 아룹은 이미 세워져 있는, 그것도 수많은 투숙객이 끊임없이 머무는 호텔의 지하에 아무도 모르게 층을 확장하는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 이곳에 머무는 그 누구도 자신들의 발아래에서 '삽 하나로 트럭 500대 분의 흙을 파내'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아룹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가? 여기서부터 그들의 교란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교란자들의 이야기는 읽고 곱씹고 되짚어봐도 비현실적이다. 현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게 가능하다고?'라며 의심하게 된다. 그들의 교란 기술 역시 마찬가지로 이것이 현실 기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열하게 된다.


문자 그대로 다른 세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라서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책에서 볼 수 있다. 미 국방부의 기술 향상을 담당하고 있는 DDS는 현재 상태와 변화, 이 두 가지를 싫어하는 관료제의 방해와 의미 없는 관성이 법칙에 무수히 많은 벽과 마주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적은 예산으로, 수많은 영향력을 만들어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기업과 팀들의 남다른 면모를 이 책에서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다. 왜 그들이 교란자들이라고 불리는지를 읽는 내내 깨달을 수 있다.


솔직히 책 자체는 그리 읽기 쉬운 편이 아니다. 이런 유의 책을 많이 읽는 독자가 아니라면 초반부터 흠칫할 수 있다. 각 기업들의 사례를 자세히 알려주는 만큼 전문 용어와 수치들이 계속해서 언급되기 때문에 몇 번을 읽어도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하지만 그들의 일화는 영웅신화처럼 흥미롭고,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란 기술은 제법 유용하다. 그들의 태도와 말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얼마나 많은지, 따로 문장을 적어놓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한 번 재미를 붙이면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한국의 사례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볼 수 있다고 했지만, 분명 나라와 문화, 환경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그들의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제법 필요하다. 지금 당장 앞서가기는 힘들더라도 앞서가는 이들이 주는 교훈을 나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 그 과정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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