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부터의 한마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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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은 작품이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와 신으로부터의 한마디 두 편 뿐이라 단정적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오기와라 히로시는 유머에 장기가 있는 작가 같습니다. 읽다보면 입가에 웃음이 떠오릅니다.

신으로부터의 한마디가 뭔가 했더니 주인공 료헤이가 경력직원으로 들어간 식품회사의 모토군요. 고객의 소리는 신으로부터의 한마디다. 괜찮은 모토이긴 한데 직원들이 그다지 신경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상사와의 트러블로 광고회사를 때려치운 료헤이는 다마가와 식품에 입사를 하게 됩니다. 그는 여기서도 성질을 죽이지 못해서, 상사와 마찰을 빚은 후 고객상담실로 좌천당합니다. 회사의 모토를 생각하면 고객상담실은 꽤나 중요한 부서일 것 같은데 사실은 쫓아내기 위해서 직원들을 모아두는 곳입니다. 료헤이는 당장 때려치우려다 밀린 집세 때문에 두 달만 견디자는 심정으로 고객상담실로 갑니다. 그런데 고객상담실은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쫀쫀한 실장은 료헤이를 노골적으로 못살게 굴고, 상사와 동료도 괴상한 사람들 뿐입니다. 직속 상사는 지각을 밥먹듯 하면서 도박에 빠져 있는 사람이고, 후배는 에로사이트나 들락거리는 사람입니다. 선배는 말을 못하는 장애가 있습니다. 업무도 만만치 않습니다. 불량품이 많이 나오다보니 불만사항이 엄청나게 쏟아집니다.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경기가 들 지경이고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카락도 빠지는 것 같습니다. 업무만 료헤이를 괴롭히는 것은 아닙니다. 료헤이는 헤어진 애인 때문에 속을 끓입니다. 집  나간 애인이 돌아오길 바라지만 그녀는 소식이 없습니다.

이런 일들에 부대끼면서 료헤이는 인간적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고객의 불만을 듣고 그 불만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참을성을 기르고, 헤어진 애인을 떠올리며 그 동안의 삶을 반성하기도 합니다. 구조조정 당할까 걱정하는 동료를 보면서 회사와 직원의 관계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회사내부의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좋습니다. 너무 심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말랑하지도 않습니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느낍입니다. 주인공의 행동이 회사를 완전히 탈바꿈시키지 못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일개 직원의 독자적인 행동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영웅적인 행동이라 해도 회사라는 조직 속의 개인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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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1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물상자 2007-12-0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더리스 브루클린 밀리언셀러 클럽 72
조나단 레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머더리스 브루클린은 읽기 편한 소설은 아닙니다. 그런데 좋네요. 영국추리작가협회 최고 작품상을 수상할 만한 작품입니다.

머더리스 브루클린은 첫 장부터 주인공 캐릭터를 확실히 부각시킵니다. 라이어넬은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틱 장애란 말은 많이 들어 봤어도, 투렛 증후군이란 말은 처음 들어 봅니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틱 장애를 앓던 형이 있었습니다. 코를 한시도 쉬지 않고 킁킁 거려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커서 보니 틱 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더군요. 정확한 건 아닙니다만 투렛 증후군은 다양한 틱 장애가, 그것도 아주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투렛 증후군은 사회생활에 엄청난 방해가 되는 증후군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안면경련, 거침없이 쏟아지는 이상한 욕설, 그리고 한 번 발동이 걸리면 반복되어 나타나는 괴상한 행동들. 이거 아주 곤란한 증후군입니다. 작가 조나단 레덤은 라이어넬을 투렛 증후군에 던져넣은 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의 캐릭터를 소개한 후 곧바로 긴박한 사건 속에 밀어넣어 버립니다. 초반부의 박진감 넘치는 사건 진행이 아주 좋습니다. 도청으로 이야기를 몰래 듣는 것도 좋고, 그게 어그러져서 자동차 추격적으로 번지는 것도, 그리고 예상 외의 결말도.
만족스런 진행입니다.

1장의 긴박한 사건이 일단락된 후,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라이어넬이 고아원에 있던 시절로 넘어갑니다. 투렛 증후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서 고아원 생활을 힘겹게 헤처나가던 라이어넬 앞에 프랭크가 나타납니다. 그는 라이어넬과 세 친구를 고용해서 일을 시키고 맥주와 돈을 줍니다. 라이어넬은 그를 정신적 위안으로 삼아 토니, 길버트, 대니와 그룹을 형성합니다. 라이어넬이 무사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랭크와 세친구의 유대감 덕분이었습니다.

이제 시간은 흘러 고아원 출신의 네 친구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넷 다 프랭크 밑에서 일을 합니다. 라이어넬에게 있어 프랭크는 형이자 친구이고 아버지이자 정신적 지주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모시는 보스입니다. 그런 보스가, 거리의 제왕으로 알고 있던 프랭크가 어느날 죽습니다.

라이어넬은 프랭크의 죽음을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살인범을 추적하기에는 아는 것이 없고, 무엇보다도 투렛 증후군이 방해가 됩니다. 단서를 찾으려면 사람들과 접촉을 해야 하는데, 대화 도중 이상한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내뱉고 어깨 같은 부위를, 그것도 여섯 번이나 만져야 하는 그에게 심문은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추적을 그만 두라는 위협까지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위협보다 더 괴로운 것은, 추적을 해나가면서 알게된 현실의 프랭크가 평소 그가 생각하고 있던 프랭크와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형제처럼 생각했던 세 친구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도 괴로운 일입니다.

심적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라이어넬은 추적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아니면 진상을 추적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미스터리를 보면 독특한 탐정이 꽤 등장합니다. 그 목록 속에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는 라이어넬도 포함시켜야 할 것 같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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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1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2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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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구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소년이 있습니다. 까칠한 성격에 오만한 구석이 엿보입니다.
그에게는 몸이 약한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은 형을 동경합니다.
고집스럽고 퉁명한, 그러나 마음이 깊은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간섭하지 않고 지켜보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어머니가 있습니다.

열혈 야구만화, 열혈 스포츠 만화, 같은 데서 자주 보는 듯한 배경입니다.
소년은 야구와 함께 성장해나갈 겁니다.
1권만 본 거라 시리즈 전체가 그렇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 그럴 겁니다.
이런 성장물은 언제 봐도 감정을 자극합니다.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게 있어요.

그렇다고 전형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배터리에는 배터리만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배터리의 차이점은 말 그대로 배터리.
투수와 포수의 그 끈끈한 관계에서 나오는 정 같은 것이 이 책을 차별화시킵니다.
오만한 투수와 마음이 넓은 포수.
티격태격 하면서 친해지는 배터리, 보기 좋습니다.

배터리 1편에서 나오는 주된 갈등을 보면서 한국과 일본의 현실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부가 방해가 된다고 야구를 반대하는 걸 보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학원에서 학원으로 뛰어다니는 한국의 학생들이 생각나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너무 공부 공부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현실이 이해가 되기 때문에 무조건 비난만 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합니다.

저 같아도 동생이 야구를 하겠다면 반대할 겁니다. 프로야구 들어가서 성공하면 좋겠지만 몇 명이나 성공하겠습니까? 실패할 확률이 너무 커요. 문제는 실패했을 때 대안이 없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전혀 시키지 않으니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합니다. 물론 다른 길로 가서 성공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역시 확률이 낮겠죠.

배터리의 두 주인공 다쿠미와 고 같이 야구가 너무 좋아서 그냥 즐기려고 한다해도 현실적으로 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배터리 1편은 중학교에 들어갈 즈음 끝이 납니다.
다쿠미의 까칠한 성격을 감안하면 중학교에서 선배와 많이 부딪치겠죠. 포수인 고는 완충역할을 할 것 같고.

1편만 본 거라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하기는 좀 이른 것 같지만 느낌이 좋네요.
표지도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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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살인 방정식
기예르모 마르티네스 지음, 김주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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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살짝 긴장했습니다. 제목이 살인방정식이고 책 소개에도 수학적이란 단어가 난무해서 말이죠. 수학 좀 그렇죠. 저는 수학이란 말만 들어도 골치가 아픕니다. 그래서 골치 아픈 얘기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괜찮네요. 수학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는 분들도 읽는데 지장이 없을 듯.

주인공은 옥스퍼드에 유학을 온 아르헨티나 출신의 젊은 수학자입니다. 영국 생활에 적응을 할 즈음 그가 하숙하고 있던 집의 할머니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주인공은 아서 셀덤이라는, 영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수학자와 함께 최초로 그녀를 발견합니다. 단순한 것 같던 사건은 아서 셀덤이 도전장을 받음으로써 심각해 집니다. 사건은 연쇄살인으로 발전해 나가며 경찰과 젊은 수학자를 골치 아프게 합니다.

누가 유명한 수학자에게 살인으로 도전을 했을까요?
아서 셀덤이 그 문제를 풀어 살인범을 저지할 수 있을까요?
글은 흥미를 자아내며 달려갑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습니다.

옥스퍼드 살인 방정식은 본격의 냄새를 풍깁니다. 복잡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작가가 흘려주는 단서도 그렇고 등장인물이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도 그렇고 상당히 본격적입니다. 은근히 고전추리의 냄새도 풍기고 말이죠.

덧1.
수학 문제 안 풀려서 머리 쥐어뜯는 것처럼 보이는 표지, 은근히 무섭습니다.

덧2.
서평 쓴답시고 끄적거리다가 표지의 남자처럼 한 동안 머리를 감싸쥐었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생각 안 나서 말이죠. 책을 들춰봐도 이름이 잘 안 나오더군요. 그러다가 주인공 이름이 본문에 언급이 됐는지, 되지 않았는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1인칭 시점이라 대개 나라고 나오거든요. 잘 찾기지 않고, 기억도 안 나서 결국 주인공으로 언급했습니다.

덧3.
다시 생각하니, 주인공 이름이 본문에 언급되지 않더라도 별 상관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주인공은 관찰자고 사건 진행은 대개 아서 셀덤의 동선에 따라 이루어지니까요. 그러니까 아서 셀덤은 홈즈, 주인공은 왓슨 역할인 셈입니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진상을 알아내니 왓슨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역시 홈즈는 아서 셀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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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바다 건너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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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평을 씁니다. 나무바다 건너기도 당연히 서평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평을 쓰기가 녹록치 않네요. 책을 읽은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말입니다. 그저 재밌다, 라는 세 글자만 써놓고 한 동안 내버려 두었습니다. 책이 독특해서 어떤 단어로 서평을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참을 끙끙 거리다 일단 무난하게 줄거리 소개부터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줄거리 쓴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줄거리 소개랍시고 내용을 시시콜콜 까발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초반부의 아주 일부분을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제한 상태로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프래니 맥케이브는 마을이 생긴 이래 살인사건은 1건 밖에 일어나지 않은 뉴저지의 작은 마을 크레인스뷰의 경찰서장입니다. 어느 날 눈은 애꾸고 다리는 세 개 밖에 없는 괴상한 개가 그의 앞에 나타납니다. 모두들 애완견 보호소에 버리라고 하지만 맥케이브는 집무실 한 구석에서 개를 키웁니다. 하지만 개는 곧 죽습니다. 그는 태워버리라는 식의 농담 섞인 말들을 묵살하고 개를 묻어주기 위해서 경찰서를 나섭니다.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우선 고교 동창생이 부부싸움 끝에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분명히 개를 묻었는데 개가 차 트렁크에서 발견이 됩니다. 기절초풍하게도 17살의 그가 자신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줄거리가 좀 혼란스럽죠?
책을 읽을 때 저도 혼란스러웠습니다. 크레인스뷰를 다룬 첫 번째 소설은 쟝르가 미스터리였습니다. 그리고 나무 바다 건너기의 주인공은 경찰서장입니다. 당연히 이 소설도 미스터리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판타지 입니다. 그것도 아주 기괴한 판타지.

어이쿠, 이 작가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걸까?
이렇게 벌려놓고 수습은 할 수 있을까?

혼란은 뒤로 갈수록 더 커지고, 당연히 그 혼란은 독자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도대체 크레인스뷰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너무 궁금해서 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맥케이브를 혼란에 빠뜨린 당사자가 등장했을 때  휘익,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전혀 생각 못했던 존재의 등장입니다. 그 결과 또 한 번 쟝르는 뒤틀립니다. 게다가 그 존재가 던지는 문제가 너무 거창합니다. 일개 경찰서장이 풀기에는 너무 거대해요. 나무바다 건너기는 판타지 미스터리를 건너 SF 종교의 영역까지 파고듭니다. 거기다 더해 철학적인 물음이 등장하고, 꽤나 진지한 사랑 이야기도 튀어나옵니다. 이쯤되면 그냥 즐기면서 읽게 됩니다. 황정민이 그랬었죠.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었다고. 저도 조너선 캐럴이 차려준 밥상을 맛있게 받아 먹었습니다.

나무바다 건너기에는 기괴한 발랄함과 비틀린 쟝르와 독특한 유머감각이 있습니다. 왜 이 책을 조너선 캐럴의 대표작이라고 부르는지 짐작이 갑니다. 쟝르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히 재밌게 읽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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