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바다 건너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평을 씁니다. 나무바다 건너기도 당연히 서평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평을 쓰기가 녹록치 않네요. 책을 읽은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말입니다. 그저 재밌다, 라는 세 글자만 써놓고 한 동안 내버려 두었습니다. 책이 독특해서 어떤 단어로 서평을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참을 끙끙 거리다 일단 무난하게 줄거리 소개부터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줄거리 쓴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줄거리 소개랍시고 내용을 시시콜콜 까발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초반부의 아주 일부분을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제한 상태로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프래니 맥케이브는 마을이 생긴 이래 살인사건은 1건 밖에 일어나지 않은 뉴저지의 작은 마을 크레인스뷰의 경찰서장입니다. 어느 날 눈은 애꾸고 다리는 세 개 밖에 없는 괴상한 개가 그의 앞에 나타납니다. 모두들 애완견 보호소에 버리라고 하지만 맥케이브는 집무실 한 구석에서 개를 키웁니다. 하지만 개는 곧 죽습니다. 그는 태워버리라는 식의 농담 섞인 말들을 묵살하고 개를 묻어주기 위해서 경찰서를 나섭니다.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우선 고교 동창생이 부부싸움 끝에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분명히 개를 묻었는데 개가 차 트렁크에서 발견이 됩니다. 기절초풍하게도 17살의 그가 자신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줄거리가 좀 혼란스럽죠?
책을 읽을 때 저도 혼란스러웠습니다. 크레인스뷰를 다룬 첫 번째 소설은 쟝르가 미스터리였습니다. 그리고 나무 바다 건너기의 주인공은 경찰서장입니다. 당연히 이 소설도 미스터리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판타지 입니다. 그것도 아주 기괴한 판타지.

어이쿠, 이 작가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걸까?
이렇게 벌려놓고 수습은 할 수 있을까?

혼란은 뒤로 갈수록 더 커지고, 당연히 그 혼란은 독자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도대체 크레인스뷰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너무 궁금해서 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맥케이브를 혼란에 빠뜨린 당사자가 등장했을 때  휘익,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전혀 생각 못했던 존재의 등장입니다. 그 결과 또 한 번 쟝르는 뒤틀립니다. 게다가 그 존재가 던지는 문제가 너무 거창합니다. 일개 경찰서장이 풀기에는 너무 거대해요. 나무바다 건너기는 판타지 미스터리를 건너 SF 종교의 영역까지 파고듭니다. 거기다 더해 철학적인 물음이 등장하고, 꽤나 진지한 사랑 이야기도 튀어나옵니다. 이쯤되면 그냥 즐기면서 읽게 됩니다. 황정민이 그랬었죠.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었다고. 저도 조너선 캐럴이 차려준 밥상을 맛있게 받아 먹었습니다.

나무바다 건너기에는 기괴한 발랄함과 비틀린 쟝르와 독특한 유머감각이 있습니다. 왜 이 책을 조너선 캐럴의 대표작이라고 부르는지 짐작이 갑니다. 쟝르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히 재밌게 읽을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