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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로버트 해리스의 전작들(번역 기준), 그러니까 당신들의 조국, 폼페이, 이니그마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편차가 고르고, 취향이 아닌 작품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안겨주기 때문에 믿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신작 아크엔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아크엔젤은 1998년 즈음의 러시아를 다루고 있습니다. 냉전이 끝나고 소련은 해체되었습니다. 공산당이 무너지고 러시아로 새출발을 했을 때 인민들은 생활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었을 겁니다. 하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경제는 어렵고 사회는 혼란스럽습니다.
자본주의에 재빨리 적응한 사람들은 신흥귀족이 되어 부를 즐겼습니다만, 많은 수의 국민들은 삶이 버겁습니다. 자본주의가 어리둥절한 사람들은 오히려 과거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90년대 말, 이제 옐친 대통령의 지배도 끝이 보입니다. 새로운 지배자를 뽑아야 할 시점이 되자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국민을 등에 업고 구세력들이 슬슬 준동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스탈린의 비밀노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소련, 특히 스탈린을 중점적으로 연구한 사학자 플루크 켈소는 한 물 간 학자입니다. 한 때는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세 번의 이혼 경력이 말해주듯 가정생활도 엉망입니다. 그런 그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 옵니다. 스탈린비밀노트의 행방을 알고 있는 듯한 남자와 만난 겁니다. 스탈린의 비밀노트는 그에게 엄청난 가치가 있습니다. 그를 다시 학계의 정상에 올려줄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안겨줄 겁니다. 당연히 켈소는 비밀노트를 찾기 위해 달려듭니다. 그는 자신을 무시한 인간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줄 꿈을 꾸면서, 러시아 첩보부와 공산당 세력의 추적과 위협을 무릅쓰고 노트를 찾아 다닙니다.
노트를 찾는 과정의 우여곡절은 대개 예상을 했는데 노트의 내용과 그것을 둘러싼 음모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책을 밤에 읽었는데,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에 잠이 확 깨더군요. 짜임새가 좋은 작품입니다. 첫인상을 믿어라, 그리고 별 볼일 없어 보인다고 사람 너무 무시하지 말아라, 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