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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ㅣ 밀리언셀러 클럽 73
P.D. 제임스 지음, 이옥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코딜리아는 초보 탐정입니다. 스승 역할을 하던 버니가 자살하면서 그녀는 탐정 사무소를 책임지게 됩니다. 그녀가 수임하게 된 첫 번째 사건이 부잣집 외동아들 자살사건입니다.
마크는 멀쩡히 다니던 명문대학을 졸업하기 몇 주 전에 관두더니, 농장에 일꾼으로 들어가서 오두막 생활을 합니다. 그러다 목을 메어 자살합니다. 유명한 과학자로 작위까지 받은 로널드 칼렌더 경은 아들의 자살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코딜리아에게 사건을 의뢰합니다.
책을 읽으면 이 대목에서 당연히 이런 의심이 들 겁니다.
정말 자살일까?
그냥 자살이면 좀 심심하겠는데.
역시나 평범한 자살은 아닙니다. 코딜리아는 자살의 이유를 추적하다가 의문을 느끼게 되고 마크의 주변을 캐기 시작합니다. 탐정은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이 책의 원제) 말이 본문에 수차례 언급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사건은 만만치 않습니다. 중간에 그녀는 사건을 포기하려고까지 합니다.
지금은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 사실상 없습니다. 성차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만 최소한 대놓고 저런 소리를 해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물론 아직도 저런 소리 하는 사람 많습니다만 사회적 공감을 받지는 못합니다. 서구에서는 특히 더 그렇겠죠. 어쨌든 이건 요즘 얘기고, 이 책이 나온 게 70년대 임을 감안하면 확실히 탐정은 여자가 할만한 직업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시대 상황을 떠나서, 그러니까 남성 여성을 떠나서 코딜리아는 탐정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드보일드 작품의 탐정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탐정은 좀 비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살인 같은 강력 범죄를 추적하는 탐정은 더 그래야 합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 그리고 진상을 안 이후 그녀의 행동은 참으로 인간적이어서 탐정 일과는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아주 잘 쓴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탐정의 성격구축과 묘사, 사건의 추적 과정, 밝혀진 진상, 범인의 의외성, 등등 모든 면에서 흠 잡을 곳이 없습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본문에서 이름 만으로 언급되던 인물이 튀어나와서 위기를 조장하는 솜씨는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그 부분에서 감탄했습니다.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잘 쓴 미스터리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