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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마법
켈리 링크 지음, 이은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상은 받을만 하니까 받는 거구나.
켈리 링크의 단편집 초보자를 위한 마법에 실린 요정 핸드백이란 단편을 읽고 든 생각입니다. 요정 핸드백은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이쪽 방면에서는 최고로 꼽히는 상들입니다. 제가 특히 신뢰하는 상은 휴고상인데 이 상을 받은 작품치고 재미없는 작품이 없었습니다. 요정 핸드백도 좋았습니다. 올해 읽은 단편 중에서 단연 최고입니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그러면서도 현실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하소연하듯 고백하는 화자의 말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용을 아주 짧게 소개하자면 만들어진 지 200년이 된 요정핸드백에 얽힌 조손의 이야기입니다.
초보자를 위한 마법은 요정핸드백만으로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단편집이다, 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습니다만 그러기에는 살짝 걸리는 게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단편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뭘 말하고 있는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켈리 링크는 미국 환상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단한 작가라고 합니다. 단편으로 전 세계 환상문학상을 휩쓴 점, 아직 장편 소설을 내지 않은 점, 그리고 작품에서 보여주는 새로움과 경이감으로 찬사를 들었다는 점에서 SF 작가 테드 창과 여러모로 비견된다고 합니다.
작품과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테드 창 얘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테드 창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행복한 책읽기 출간)를 쓴 SF 단편작가입니다. 굳이 단편작가라고 표현한 것은 책으로 나온 작품이 단편집 하나 뿐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는 몇몇 단편으로 유명SF상을 대부분 수상했고, 독자와 비평가들에게 격찬을 들었습니다. 국내의 반응도 좋아서 호평일색입니다.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저는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을 때 느꼈던 감정을 켈리 링크의 초보자를 위한 마법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요정핸드백 제외). 좋은 듯 하면서도 뭐가 좋은지 모르겠고, 재밌는 듯 하면서 지루한, 어쩐지 당혹스런 느낌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평을 할 지 아주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