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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 이안 맥켈런 주연 영화 [미스터 홈즈] 원작 소설 ㅣ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1
미치 컬린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처음 읽은 추리소설은 '바스커빌가의 개' 이다. 한국의 많은 이들이 그렇듯 셜록 홈즈로 추리소설에 입문한 것이다. 그 후 홈즈의 단편들, 그러니까 빨간머리 연맹, 입술이 삐뚫어진 사나이 같은 단편을 읽으면서 추리소설에 푹 빠져버렸다.
나이를 먹고 취향이 변하면서 설록 홈즈를 읽어도 예전의 재미와 감동을 느끼진 못한다. 그냥 셜록 홈즈니까, 예전에 재밌게 읽었으니까, 하는 심정으로 가끔 책장에서 끄집어내서 읽곤 한다.
셜록 홈즈를 쓴 코난 도일이 사망한 건 1930년이다. 그러니까 저작권 기간이 만료되어 누구나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소설을 쓸 수 있다. 몰랐는데 홈즈가 등장하는 소설을 꽤 많은 작가가 쓴 모양이다. 미치 컬린이 쓴 '셜록 홈즈의 마지막 날들' 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놀라운 트릭이 나오지 않는다.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좋았다. 아주 좋았다. 노년의 홈즈가 쇠퇴한 기억력과 싸워가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악몽을 꾸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건망증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노년의 모습이 젊은 날의 강건한 모습보다 더 가슴에 와 닿았다.
글라스 하모니카와 관련된 과거의 사건, 현재 시골에서 양봉을 치는 삶, 그리고 일본 여행에서 생긴 일, 이 세가지 이야기가 책 속에 약간은 두서없는 느낌으로 섞여 있다. 이 세 이야기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부정, 애정, 우정 같은 인간적인 감정이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감정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치 컬린이 창조한 93세의 홈즈는 코난 도일이 만들어낸 젊은 날의 홈즈와는 다르다. 그런데 글을 읽다보면 두 사람이 한 사람인 것 같다. 코난 도일의 홈즈가 늙어서 컬린이 만든 홈즈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글을 잘 썼다.
현대 작가들이 쓴 셜록 홈즈 이야기가 몇 권 더 나올 모양이다. 셜록키언에겐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