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4 - 상아의 제국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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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서 앞부분 조금만 읽고 나머지는 다음에 읽으려고 했는데, 일단 읽기 시작하니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 읽어버리고, 지금 입맛을 다시고 있는 중입니다. 뒷권이 읽고 싶어서 말입니다.

테메레르 4 상아의 제국은 감상 쓰기가 은근히 까다롭네요. 자꾸 줄거리 위주로 글이 써져서, 지웠다 다시 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 하는 게 아니라면 줄거리 잠깐 언급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싶다가도, 책에 담긴 재미를 온전히 느끼려면 초반부 줄거리도 모르고 읽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하게 됩니다.

일단 간략하게 총평을 하면, 재밌습니다(너무 간략한가^^).

테메레르와 그의 조종사 로렌스는 고생 끝에 영국으로 귀환합니다. 영국의 용들이 약속과 달리 프로이센을 지원하러 오지 않은 이유가 초반에 밝혀집니다. 용들이 전염병에 걸렸군요.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치료약을 찾아 아프리카로 떠나고 거기에 많은 일을 겪게 됩니다. 사건이 느릿하게 전개되는 것 같은데 의외로 긴박감이 넘칩니다.

전편처럼 상아의 제국도 둘의 모험담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어떤 모험인지는 직접 읽어보시고^^ 제가 느낌 점만 몇 가지 말하겠습니다.

용들이 사는 모습이 지역별로 많이 다르군요. 아프리카 용들 아주 독특합니다. 개인적으로 아프리카 용들 생활이 유럽용들 생활보다는 나아 보이는군요. 작가가 한국 용들도 한 번 다뤄줬으면 싶은데, 힘들겠죠.

상아의 제국에서 역사의 틀이 바뀝니다. 앞의 이야기들은 역사의 틀 안에서 움직였는데 그게 상아의 제국에서 약간 깨집니다. 이야기가 자유로워질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바뀐 내용도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이 다 해결되고 위기가 극복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게 만만찮아 보입니다. 때문에 뒷권이 무척 읽고 싶어졌습니다.

앞의 권들 다시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생각으로는 상아의 제국이 시리즈 중에서 제일 재밌네요.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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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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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터라이터의 주인공은 대필작가입니다. 그는 락스타나 배우같은 유명인의 자서전을 대필해서 생활합니다. 어느날 그에게 영국의 전직 수상 애덤 랭의 자서전 대필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옵니다. 전임자 맥아라가 자서전을 쓰다가 자살을 했고, 그 바람에 책을 완성해야 하는 시간이 촉박합니다. 그래서 그는 맡을가 말까 고민을 하다가, 제시된 액수와 대필 대상의 명성에 끌려 결국 제의를 수락하게 됩니다. 

그는 자서전을 대필하기 위해 애덤 랭이 머물고 있는 미국의 섬으로 날아갑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분량만 많을 뿐, 형편없는 원고와 매력적이지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정치인 애덤 랭입니다. 그가 애덤을 만날 즈음 애덤의 재임기간에 있었던 일이 폭로되면서 애덤은 정치적으로 궁지에 빠져들게 되고 대필작가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갑니다.

여러 모로 인상적인 글입니다. 매력적이지만 부패한 구석이 있어 보이는 애덤 랭, 정치적 야망이 대단한 애덤의 아내 루스 랭, 무조건 애덤을 보호하려 드는 비서 아멜리아, 진짜 작가가 되고 싶지 않느냐는 비아냥 섞인 질문에 상처 입는 대필작가의 모습 등등 캐릭터가 잘 살아 있습니다. 

애덤 랭의 현실 모델은 영국의 전직 수상 토니 블레어 같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부시의 개(푸들)라는 비난까지 들었던 토니 블레어의 상황과 작중 인물 애덤 랭의 상황이 무척 비슷합니다. 물론 소설이어서 현실과 차이나는 부분도 있지만 내용이 노골적이어서 누굴 모델로 소설을 썼는지 웬만한 독자는 다 알아챌 수 있을 겁니다.

소설은 토니 블레어를 대놓고 깝니다. 작가 로버트 해리스가 토니 블레어의 정치에 심하게 실망한 모양입니다. 소설이 메시지를 이렇게 대놓고 던지면 글이 망가질 위험이 있는데, 확실히 로버트 해리스는 글을 잘 쓰는 작가입니다. 모양새가 세련되어서 주제 과잉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부담스러움이 거의 없습니다.

고스트라이터는 재밌습니다. 전임자의 일, 숨겨진 진실, 정치 공방 같은 일들이 촘촘하게 배치되어서 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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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 아흔아홉 번의 세탁계약과 거울의 세 가지 수수께끼 판타 빌리지
조선희 지음 / 노블마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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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느낌의 판타지 소설입니다. 심심하다는 말은 아니고 투명한 느낌이 든다는 말입니다. 흠, 이 표현도 좀 그렇네요. 어쨌든 재밌게 읽었습니다. 600쪽이 넘는 긴 소설을 하루에 다 읽었으니 흡입력도 좋은 편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순한 느낌이 지나치지 않나 싶은 건데(내심 피가 좀 튀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건 제 취향이니 다른 분들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프리가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 우고르는 선장인데 배를 타고 나가서 1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없어도 행복하게 살던 프리가는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서 삶이 복잡해집니다. 어머니는 고모가 딸을 돌봐줄 거라고 믿습니다만 고모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 바람에 프리가는 공중에 떠 버립니다. 살 곳이 없어진 프리가는 마법사의 세탁부로 취직을 합니다.

일주일에 금화 1닢. 조건이 좋아서 기쁜 마음으로 계약을 했는데 돌아가는 분위기가 어째 심상치 않습니다. 전임 세탁부가 계약을 채우고 땅에 묻혔다는 소리도 들리고 일도 생각과는 달리 힘듭니다. 그리고 뭔가 숨겨진 게 있는 것 같습니다. 프리가는 하루 만에 일을 때려 치우려 합니다. 하지만 마법사의 계약을 깨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프리가는 결국 세탁부 일을 계속하게 되고 복잡한 일에 말려듭니다.

괴팍한 주인 마법사와 친절하고 성실한 마법사의 조수, 수다스러운 청소부, 그리고 인자하고 푸근해 보이는 할아버지 요리사.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가 잘 잡혀 있습니다. 여기에 첨가된 프리가가 마법사와 티격태격하면서 사건을 일으키고 수습해 가는 과정이 재밌습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읽다보니 어느새 끝이 나 있군요.

해피엔딩으로 끝난(작품의 분위기를 보면 당연히 이렇게 끝날 것 같습니다) 마무리가 무난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답을 주지 않고 끝나네요.

주의: 스포일러 조금 나옵니다. 민감한 분은 한 줄 건너뛰시길.




그리고 그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에(마법에 걸려 곤란을 겪긴 하겠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스포일러 끝.


위의 두 가지 문제를 종합해보면 속편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작가가 글을 쓰면서 속편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것 같긴 한데 말입니다(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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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79
엘레나 아르세네바 외 지음, 윤우섭 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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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쟝르 인기가 좋은가 봅니다. 러시아 추리 단편선까지 나오는 걸 보면 말입니다.

러시아 소설은 무겁고 어렵고 심각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의 무거운 소설을 읽으면서 가지게 된 선입견인데,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나이트 워치와 데이 워치를 읽고 선입견을 버렸습니다. 어느 나라의 작품이든 쟝르 소설은 가볍고 재밌죠. 나이트 워치와, 데이 워치는 판타지 소설인데 재밌습니다. 읽지 않은 분은 한 번 읽어보세요.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은 투박한 편입니다. 영미 추리나 일본 추리에서 보여주는 세련된 맛은 덜합니다. 저는 소련연방이 해체된 이후 러시아인들의 욕망 같은 것을 추리소설을 통해서 들여다 보는 느낌이 괜찮았습니다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단편 속 범죄는 대부분 돈 때문에 일어납니다. 범죄의 원인은 대부분 돈이니 러시아 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과한 느낌입니다.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만 독한 느낌이 듭니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로 바뀐 이후 몰아친 배금주의가 러시아인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집니다. 국유화 재산이 불하되는 과정에서 재벌이 탄생하고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면서 돈에 휘둘리게 되는 사람들의 현실을 추리 소설이 반영했겠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단편들이 크리스마스 전후부터 새해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해서 단편을 쓰라고 요구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의 일치인지 궁금해저더군요. 어쨌든 러시아를 대표하는 이미지인 설원은 단편을 통해서 실컷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는 제목대로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은 단편집이 대개 그렇듯, 어떤 작품은 좋았고 어떤 작품은 평이했고 어떤 작품은 별로였습니다. 단편집의 장점이 그거죠. 별로인 작품을 읽고 느꼈던 실망을 좋은 작품이 메워준다는 것, 그리고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의 이름을 알려준다는 것.

제가 재밌게 읽었던 단편을 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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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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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제레미 머서는 캐나다 신문 오타와 시티즌의 사회부 기자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범죄자의 행위를 그가 집필한 범죄 서적에 적었다가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게 되고 겁에 질린 그는 직장을 관두고 무작정 파리로 날아갑니다. 기자 생활을 꽤 했고 연봉도 상당했지만, 버는 족족 소비해 버린 탓에 모아둔 돈이 거의 없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돈이 떨어지면 그는 파리에서 노숙을 해야 합니다. 궁지에 몰린 그때 제레미는 작가를 무료로 머물게 해준다는 서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 곳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그의 이야기는 생활에 짓눌려 혹은 사회의 타성에 젖어 타락한 젊은이가 고난을 겪으면서 인생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재기한다는 어디서 본 듯한, 그렇고 그런 서양 젊은이의 고생담 같은 이야기라고 단순하게 치부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제목 그대로 시간이 멈춰선 듯한 고색창연한 파리의 고서점을 배경으로 하니, 그럴듯합니다. 술술 읽히는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서점, 참으로 멋진 장소입니다. 저는 서점에만 가면 좋아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파리의 서점에서 산다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데 생활하는 걸 보니 부럽다는 생각이 싸악 없어지네요. 공짜로 숙식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은 더럽고 욕실이 없어서 목욕을 할 수도 없습니다. 취사도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잘 곳이 생긴 것뿐인데 침대도 깨끗해 보이지 않습니다. 서점이 아니었다면 노숙을 해야 할 처지인 제레미는 그 정도도 감지덕지했겠지만, 돈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공짜라도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고생이 안쓰럽지는 않았습니다. 과음, 음주운전, 대마초 흡입, 범죄자와의 친분 등 부적절했던 과거에 대한 응분의 대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의 고생은 당연히 거쳐야할 정화의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저자는 서점에서 살면서 과거를 반성하고 삶을 추스릅니다.

셰익스피어&컴퍼니란 서점이 저자가 변하는데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제가 볼 때 그가 변한 것은 직업이 없어지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덕분인 듯합니다. 신문사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다 퇴사하면서 할 일이 없어지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고 과거를 반성하게 된 것이겠죠.

책을 읽고 셰익스피어&컴퍼니 서점에 들러보고 싶어졌습니다. 거기서 숙식하는 가난한 작가들을 만나고, 서점주인 조지와 사진도 찍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파리에 가야 하는데, 흠 힘들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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