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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세이타로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유랑가족 세이타로는 네 번째로 읽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책입니다. 그의 글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유머가 이 책에서도 많이 보입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어찌보면 심각할 수도 있는데 유머 때문에 편하게 읽혀지네요. 개인적으로 오기와라의 글은 심각한 글보다는 웃기는 글이 나아 보입니다.
세이타로 가족은 그와 아내, 두 아들, 딸 하나, 그리고 딸이 낳은 손녀까지 모두 여섯 명입니다. 그들은 가족대여업을 하며 생활합니다. 처음에는 가족대여업이란 말이 생소해서 이게 뭘까 생각했는데, 요즘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인력파견업의 일종이군요. 결혼식장에서 자리 채우기 같은 아르바이트는 한국에서도 꽤 볼 수 있는 일이죠.
세이타로는 무책임해 보입니다. 그는 극단을 한다면서 온 가족을 이끌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실패하고, 나중에는 이런 저런 사업에 손을 대서 재산을 말아먹는, 그러면서도 큰 소리를 뻥뻥 치는 가장입니다. 가족들이 그에게 불만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하나 둘, 떨어져 나가 독립하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저러다 가족이 해체되겠다고 느낄 즈음, 다시 제자리를 잡네요. 계기가 어려운 생활의 원인이 되었던 극단이라는 게 흥미롭습니다.
일본도 연극계는 어렵군요. 세이타로가 일하는 극단이 대중연극을 하는 곳이라 한국보다는 상황이 훨 나아보입니다만, 다른 직종과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나는 듯 합니다. 그런데 극단의 레퍼토리를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연극과는 상당히 달라 보입니다. 신파 느낌이 나는 시대극에, 노래쑈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대중연극이라고 표현했나 봅니다.
연극을 거듭하면서 가족이 안정되고 이제 만사형통하겠다고 생각할 즈음 새로운 일이 터집니다. 가족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튀어나가는군요. 이건 정말 의외였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의외네요.
전반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코믹합니다. 그 중에서 딸이 가장 웃기네요. 인물 자체는 웃기는 인물이 아닌데 주변과 부딪쳐서 하는 일이 웃음을 유발합니다. 딸이 결혼식장에서 일으키는 소동이 이 책에서 가장 웃기는 장면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했다는 생각도 조금은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