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밌는 형식의 글입니다. 제가 보기에 책의 소재와 무척 어울리는 형식인 것 같습니다. 유머스럽고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주제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왜냐하면 책 속에 담긴 사회적 문제가 꽤나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빈부격차 같은 것 말입니다.

인도는 빈부격차와 신부차별이 극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책을 읽으면서 가슴으로 느끼는 건 질적으로 다르군요. 참 답답한 일입니다. 앞에서 말했듯 그 때문에 책의 형식과 유머스런 진행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뜩이나 심각한 주제인데 작가가 정색하고 써댔다면 글이 무거워져서 읽어내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제 성향을 생각하면 그런 식의 진행이었다면 읽다가 말았을 겁니다.

주인공은 람 모하마드 토머스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빈민가의 청년입니다. 그는 퀴즈 대회에 나갔다가 우승하면서 억만장자가 됩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곧 체포됩니다. 방송국은 그에게 우승상금을 지불할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그들은 일자무식꾼 도시빈민이 실력으로 우승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경찰을 매수, 토머스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잡으려고 합니다.

글은 토머스의 과거 경험과 퀴즈 문제를 매치시키면서 진행됩니다. 문제와 경험이 묶이면서 마치 단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기발하고 감동적이며 어떤 이야기는 놀라운 반전도 일어납니다. 그 중에서 특히 살인면허가 좋았고, 마지막 챕처인 열세번째 문제는 의외성으로 저를 놀래켰습니다.

문제와 해답은 기본적으로 우연에 의해서 연결이 됩니다만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이면서 환상적입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은데 글을 읽으면 납득이 되실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기는 힘들 겁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보는 사람이 즐겁고, 더하여 빈부격차 같은 사회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훌륭하지 않습니까.

글을 읽으면서 토머스와 그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응원하는 심정으로 읽었는데, 응원한 보람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때문에 글의 내용이 비현실적인 성향을 띤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 테니까요.

잘 쓴 글입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관의 피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1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부터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올해도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이미 나왔거나 나올 예정인 작품 중에서 가장 기대를 가지고 기다린 작품이 경관의 피 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을 통해서 일본 경찰에 익숙해진 터라 기대가 컸습니다. 경관의 피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본격적인 느낌이 좋았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올해의 일본 미스터리는(개인적으로 매년 선정합니다^^) 경관의 피라고 미리 꼽아두고 읽기 시작했는데 성급한 판단이었습니다. 후보에 올릴 수는 있어도 수상작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 재밌는 작품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이유는 기대했던 것과 약간 다른 맛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삼대를 관통하는 사건에 대한 진상과 해결이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짠맛, 쓴맛, 단맛을 기대했는데 덜 짜고 덜 달고 덜 썼어요. 기대보다 밍밍했다고나 할까요.

1948년, 일본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안조 세이지는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을 찾다가 경찰모집광고를 보게 되고 경찰에 투신합니다.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융통성 없고 질서정연한 것을 좋아하는 자기 성격에 맞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는 경찰 일을 하는 동안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게 되고, 비번 일에도 미해결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등 성실하게 근무합니다.

2부에서는 안조 세이지의 아들 다미오의 삶이 그려집니다. 주재소 경관이었던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 다미오는 경관의 삶을 동경하게 되고, 집안 형편도 어렵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경찰에 투신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뜻밖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경찰 삼대 중에서 다미오가 지나온 삶이 가장 힘들어 보입니다. 아버지 세이지는 전후의 가난만 지나오면 되었지만 다미오는 격동의 일본사회와 부대껴야 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가장 힘들어 보였고 때문에 상처도 가장 많이 받은 인물로 보입니다.

3부는 당연히 다미오의 아들 가즈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불화가 좀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피는 못 속이는지 결국 경찰이 되네요. 삼대 중에서 가즈야 이야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아마도 사건이 해결되고, 또 그 이후 가즈야가 새롭게 나아가는 장면이 좋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분량이 상당한 소설인데 흡입력이 좋아서 잘 읽힙니다. 일본 경찰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괜찮았고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범인의 정체인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샌드맨 The SandMan 1 - 서곡과 야상곡 시공그래픽노블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신뢰가 가는 블로거가 몇 분 있습니다. 장르(소설, 만화. 애니, 영화) 쪽에 내공이 충만해서 도서 구입에 많은 참고가 되는 블로거입니다. 한 분이 샌드맨에 대해서 격찬을 하셨습니다. 다른 한 분도 그에 버금가는 호평을 하셨고. 그런데 다른 한 분은 평이 박하셔서 어느 쪽이 맞을까 궁금해 하면서 글을(아니 만화를) 읽었습니다. 책을 읽은 감상은 격찬과 호평의 중간 정도 어디 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좋았다는 소리입니다.^^

저자 소개를 보니 샌드맨을 만드는데 참가한 분이 일곱 분 정도 되네요. 하지만 저에게는 오로지 닐 게이먼의 샌드맨으로 다가옵니다. 그림을 담당한 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데 말이죠. 닐 게이먼에 대한 애정이 과하다 싶기도 합니다.

샌드맨은 유폐된 왕이 풀려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쾌한 여정이라는 말은 못하겠네요.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24시간, 에피소드가 가장 끔찍하게 다가옵니다. 책을 펼치면서 전부가 이런 끔찍한 내용으로 덮혀 있을 거라고 기대 혹은 각오를 했는데, 대개는 그다지 끔찍하지 않네요. 고어스런 장면도 별로 없고.

샌드맨이 악마와 한 판 베틀을 붙는 장면은 여러 곳에서 자주 접해본 익숙한 느낌의 것이라 그냥 그랬는데 마지막 대사가 멋지네요. 지옥에서 꿈이 무슨 힘이 있느냐 라는 질문에 대한 샌드맨의 대답 말입니다. 독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대답을 적지는 않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직접 확인해 보세요.^^

그림에 대해서 한 마디 하자면 컷 분할이 인상적입니다. 칸에 얽매이지 않고 그렸는데,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자 분이 1권보다 2권이 낫다는 평을 하신 것으로 아는데 꼭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2권이 기대되네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긴 합니다만 역자분이 그런 소리를 할 정도면 최소한 실망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영미계의 그래픽 노블이 출간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씬 시티가 나올 때만 해도 영화에 힘입어서 나온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공사와 세미콜론(민음사의 자회사)이 계속 책을 펴내네요. 일회성 기획은 아닌 것 같아서 기쁩니다. 모쪼록 반응이 좋아서 계속 나오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디센트의 작가 제프 롱은 히말라야 산맥의 베테랑 등반가로 에베레스트 산, 마칼루 산을 등반했는데 그런 작가의 경험이 책 속에 녹아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투어가이드로 높은 산을 등정했다면 소설 속에서는 반대로 땅 밑으로 들어간다는 차이점은 있습니다만, 올라가는 거나 내려가는 거나 기술과 장비는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현실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현실성은 제가 그렇게 느낀다는 거지 진짜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이런 현실성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땅 속 세계와 주민에 대해서도 현실성을 부여합니다. 그럴 듯해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말이죠.^^

아이크는 히말라야 산맥의 투어가이드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사랑하는 코라와 함께 일을 하는데 그녀는 곧 떠날 것 같습니다. 9명의 성지순례단을 이끌던 그는 눈보라에 길을 잘못 들어 동굴로 피신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불가사의한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긴박한 순간, 스토리는 잠시 아이크에게서 떠나 앨리 수녀를 비추고 보스니아에서 평화유지군으로 일하는 브랜치 소령에게도 조명을 맞춥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괴물의 존재와 모습이 흘러나오는데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네요. 감질나게 말이죠.

그리고 곁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보여주는데, 그래서 작품의 호흡이 좀 길게 느껴집니다. 사건이 후딱후딱 진행되어 빨리 끝나는 유형을 좋아하는 분들은 읽어내기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요 고비만 넘기면 스토리에 탄력이 붙습니다. 땅 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더 그렇구요. 그 이후에도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게 좀 불만이었습니다. 헌데 나중에 가니까 다 쓰이더군요. 전부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초반부 그리고 중반부까지 지하의 괴물(괴물이라고 불러도 되나 싶은 부분도 있는데 어쨌든 괴물로 부릅니다.^^)이 참 끔찍하게 느껴지는데 나중에 가니까 사람들은 더 끔찍하게 느껴지더군요.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어나가던 시절의 역사도 생각나고 말이죠.

디센트는 설정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지하세계와 주민들, 그리고 그들의 왕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특히 진심으로 그를 섬기는 추종자 캐릭터가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주인공 아이크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외 등장인물도 색깔이 뚜렷한 편입니다. 강인하게 느껴졌던 인물이 알고 보니 어설픈 악당이고, 어설프게 보였던 인물은 오히려 강단있는 모습을 보인 부분이 좋았습니다. 어떤 등장인물은 안쓰럽고, 어떤 등장인물은 잘 죽었다 싶고.^^
 
전반적으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분량을 좀 쳐내고 임팩드 부분을 보강했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덤으로 향하다 - 리암 니슨 주연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9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의 후속권 무덤으로 향하다가 나왔습니다. 전작의 반응이 좋았던 덕이겠죠. 무덤으로 향하다를 읽으면서 전작을 떠올려 봤는데 재밌게 읽었다는 감상만 떠오를 뿐 줄거리는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알코올 중독 탐정 매튜 스커더의 마지막 대사만 또렷하게 기억이 나더군요. 절절한 대사였죠(한 번 읽어 보세요). 독립된 이야기라 기억이 나지 않아도 독서를 하는데 지장은 없었습니다.

매튜 스커더의 창조자, 로렌스 블록이 그리는 뉴욕은 어둡습니다. 범죄 양상이 그래요. 묘사를 자극적으로 하지 않아서 그렇지, 사건 자체는 끔찍합니다. CSI 같은 범죄 드라마나 미스터리 소설에서 뉴욕이 워낙 많이 등장해서 그런 범죄가 놀랍지는 않습니다. 뉴욕은 범죄의 온상이란 이미지가 생겨나서 말이죠. 저런 강력 사건이 뉴욕에는 수시로 벌어질 것 같아요. 사실은 그렇지 않겠죠.

무덤으로 향하다는 '3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에 프랜신 코리는 남편에게 장을 보러 다녀오겠다고 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스커더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가운데 독자의 시선을 잡아끕니다. 대가의 솜씨가 제대로 발휘된 도입부라고 생각합니다. 

프랜신 코리가 실종된 후 남편은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마누라를 데리고 있으니 돈을 달라는 겁니다. 그 이후의 전개는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어찌어찌 해서 남편이 매튜 스커더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스커더는 범인을 잡으려고 수사에 나섭니다.

스커더가 천재적인 수사관은 아닙니다. 수사 과정을 보면 번뜩이는 재지로 범인을 잡기보다는 이런저런 곳을 찔러보면서 착실하게 수사하다가 그 과정에서 단서를 발견하는 노력형 탐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덤으로 향하다에서 스커더 탐정은 알콜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알콜 중독을 극복한 것 같고, 연애 사업도 잘 되는 것 같아서 흐뭇한 심정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스커더 탐정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스토리는 흡입력이 있습니다. 통쾌한 맛이 나는 마무리도 좋았습니다. 반응이 좋아서 시리즈가 계속 번역되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