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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트 1 ㅣ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디센트의 작가 제프 롱은 히말라야 산맥의 베테랑 등반가로 에베레스트 산, 마칼루 산을 등반했는데 그런 작가의 경험이 책 속에 녹아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투어가이드로 높은 산을 등정했다면 소설 속에서는 반대로 땅 밑으로 들어간다는 차이점은 있습니다만, 올라가는 거나 내려가는 거나 기술과 장비는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현실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현실성은 제가 그렇게 느낀다는 거지 진짜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이런 현실성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땅 속 세계와 주민에 대해서도 현실성을 부여합니다. 그럴 듯해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말이죠.^^
아이크는 히말라야 산맥의 투어가이드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사랑하는 코라와 함께 일을 하는데 그녀는 곧 떠날 것 같습니다. 9명의 성지순례단을 이끌던 그는 눈보라에 길을 잘못 들어 동굴로 피신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불가사의한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긴박한 순간, 스토리는 잠시 아이크에게서 떠나 앨리 수녀를 비추고 보스니아에서 평화유지군으로 일하는 브랜치 소령에게도 조명을 맞춥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괴물의 존재와 모습이 흘러나오는데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네요. 감질나게 말이죠.
그리고 곁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보여주는데, 그래서 작품의 호흡이 좀 길게 느껴집니다. 사건이 후딱후딱 진행되어 빨리 끝나는 유형을 좋아하는 분들은 읽어내기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요 고비만 넘기면 스토리에 탄력이 붙습니다. 땅 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더 그렇구요. 그 이후에도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게 좀 불만이었습니다. 헌데 나중에 가니까 다 쓰이더군요. 전부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초반부 그리고 중반부까지 지하의 괴물(괴물이라고 불러도 되나 싶은 부분도 있는데 어쨌든 괴물로 부릅니다.^^)이 참 끔찍하게 느껴지는데 나중에 가니까 사람들은 더 끔찍하게 느껴지더군요. 서구가 식민지를 만들어나가던 시절의 역사도 생각나고 말이죠.
디센트는 설정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지하세계와 주민들, 그리고 그들의 왕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특히 진심으로 그를 섬기는 추종자 캐릭터가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주인공 아이크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외 등장인물도 색깔이 뚜렷한 편입니다. 강인하게 느껴졌던 인물이 알고 보니 어설픈 악당이고, 어설프게 보였던 인물은 오히려 강단있는 모습을 보인 부분이 좋았습니다. 어떤 등장인물은 안쓰럽고, 어떤 등장인물은 잘 죽었다 싶고.^^
전반적으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분량을 좀 쳐내고 임팩드 부분을 보강했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