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1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부터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올해도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이미 나왔거나 나올 예정인 작품 중에서 가장 기대를 가지고 기다린 작품이 경관의 피 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을 통해서 일본 경찰에 익숙해진 터라 기대가 컸습니다. 경관의 피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본격적인 느낌이 좋았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올해의 일본 미스터리는(개인적으로 매년 선정합니다^^) 경관의 피라고 미리 꼽아두고 읽기 시작했는데 성급한 판단이었습니다. 후보에 올릴 수는 있어도 수상작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 재밌는 작품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이유는 기대했던 것과 약간 다른 맛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삼대를 관통하는 사건에 대한 진상과 해결이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짠맛, 쓴맛, 단맛을 기대했는데 덜 짜고 덜 달고 덜 썼어요. 기대보다 밍밍했다고나 할까요.

1948년, 일본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안조 세이지는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을 찾다가 경찰모집광고를 보게 되고 경찰에 투신합니다.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융통성 없고 질서정연한 것을 좋아하는 자기 성격에 맞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는 경찰 일을 하는 동안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게 되고, 비번 일에도 미해결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등 성실하게 근무합니다.

2부에서는 안조 세이지의 아들 다미오의 삶이 그려집니다. 주재소 경관이었던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 다미오는 경관의 삶을 동경하게 되고, 집안 형편도 어렵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경찰에 투신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뜻밖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경찰 삼대 중에서 다미오가 지나온 삶이 가장 힘들어 보입니다. 아버지 세이지는 전후의 가난만 지나오면 되었지만 다미오는 격동의 일본사회와 부대껴야 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가장 힘들어 보였고 때문에 상처도 가장 많이 받은 인물로 보입니다.

3부는 당연히 다미오의 아들 가즈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불화가 좀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피는 못 속이는지 결국 경찰이 되네요. 삼대 중에서 가즈야 이야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아마도 사건이 해결되고, 또 그 이후 가즈야가 새롭게 나아가는 장면이 좋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분량이 상당한 소설인데 흡입력이 좋아서 잘 읽힙니다. 일본 경찰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괜찮았고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범인의 정체인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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