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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은 일본본격추리의 결작이라고 꼽히는 작품입니다(그렇다는 군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0주년 기념으로 베스트를 꼽았을 때 1위에 오른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독특한 설정도 기대를 부풀리는데 일조했습니다.
이 작품은 죽은 시체가 살아나는 괴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킵니다. 본문에서도 언급이 되는데 시체가 살아나면 도대체 살인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죽여 봐야 다시 살아날 텐데 말이죠. 게다가 살아난 피살자가 범인을 지목할 것이기 때문에 추리고 뭐고 할 것도 없습니다.
본격추리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설정을 가지고 작가는 사건을 진행시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작가는 말이 되는 이야기를 꾸며냈습니다. 결말에 이르면 모든 단서들이 매끄럽게 맞물리면서 의문이 해소됩니다. 톱니바퀴가 정교하게 맞물리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다지 재밌지가 않아요.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미스터리 전문가 몇 분이 이 작품을 걸작이라고 평하셔서 제가 잘못 읽었나, 잠시 생각해 봤는데 그냥 제 취향이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그냥 그랬습니다만, 명성이 자자한 작품이니 미스터리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펑크족 청년 그린이 탐정 역할을 하는데 독특함으로 따지자면 그를 따를 자가 없을 듯합니다. 얼마나 독특한지는 직접 확인해 보세요.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배경이 미국이고 등장인물이 거의 백인인데(주인공 남자는 일본 피가 절반 섞인 혼혈입니다), 생각이나 하는 행동은 전부 일본인입니다. 일본 작가가 일어로 쓴 작품이고 등장인물 언행도 지극히 일본스러운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아무래도 현실의 공간인 일본을 배경으로 하면 독자가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는 설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미국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