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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 ㅣ 밀리언셀러 클럽 104
리 밴스 지음, 한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작가가 쓴 금융 스릴러라고 하기에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네요. 주인공이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점만 빼면 일반 스릴러와 별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피터 타일러는 월 스트리트의 투자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장의 신임을 얻고 있고, 동료의 신망도 두텁습니다. 가정이 약간 비걱거리는 것만 빼면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결혼이 파탄날 수도 있겠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삶이 흔들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직장이 탄탄하고 성격도 강인해서 이혼쯤은 잘 헤쳐나갈 사람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내가 괴한에게 살해당하면서 순탄한 그의 삶에 위기가 닥칩니다. 부부의 별거를 눈치 챈 경찰은 그를 용의자로 몰아붙이고 피터의 안정된 삶은 뿌리채 흔들립니다.
미국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아내가 살해당한 경우 대개 남편을 제1용의자로 꼽더군요. 형사가 아내를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남편의 알리바이를 캐묻고(용의선상에서 제외시키기 위해서 묻는다고 부드럽게 말합니다만 엎어치나 매치나 그게 그거죠), 범인 취급에 격분한 남편이 대드는 장면은 많이 봐서 익숙합니다. 현실에서 봤을 때 남편이 실제 범인이 경우가 많으니 사실적인 묘사라고 볼 수 있는데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클리셔처럼 느껴집니다. 반환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쪽은 상황이 꽤 심각합니다. 형사가 집요하게 추궁하고 그에 대한 피터의 반격도 격합니다.
피터가 경찰의 공격을 제법 잘 피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돈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피터가 가난한 사람이었으면 훨씬 더한 곤경에 처했을 겁니다. 직장에서 해고될 위기에 처해있고, 이웃과 언론의 눈초리도 차가워서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감옥에 갇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일단 감옥행은 피했지만 삶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말라 죽을 것 같습니다. 그때 의외의 곳에서 단서가 튀어나옵니다. 아내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 살인이 아님을 눈치챈 피터는 범인을 추적하고 엄청난 돈이 얽힌 흑막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들었는데 글이 탄탄한 편입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 사이사이로 과거 회상이 겹쳐지면서 이야기가 풍성해지는데 그것 때문에 늘어지는 느낌도 듭니다. 작가가 재미를 위해서 전력투구한 느낌이 드는데 꽉 찬 스트라이크는 아니어도 최소한 볼은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