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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관계 ㅣ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새로운 작가의 작품이 소개될 때 대표작 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꾸준히 내주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대표작 한,두 권 출간하고 말던 예전과 비교하면 장르 쪽 사정이 많이 나아졌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렵다는 소리가 꾸준히 들리는 걸 보면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 어쨌든 몇 년 전부터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시리즈가 여러 개 소개되었는데, 저는 그 중에서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켄지&제나로 시리즈는 고른 수준의 재미를 보장합니다.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재미 뿐 아니라 어느 순간 탁 하고 감정을 건드리는 울림도 있어서 출간할 때마다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그들이 활동하는 보스턴은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살인, 강도, 성폭력, 마약, 유괴, 납치, 인종차별, 아동학대(신성한 관계에서 전부 나온다는 말은 아니고 시리즈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말입니다) 같은 범죄 양상을 읽다보면 아, 저 동네 어디 무서워서 살겠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의 성격상 저런 소재를 잡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저렇지 않을 거야 싶기도 한데, 아무튼 이 시리즈 때문에 혹시 미국에 갈 일이 있어도 보스턴은 절대 들르지 말아야 할 장소로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전작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의 사건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켄지와 제나로는 4개월째 휴업중입니다. 어느 날 막강한 재력가가 특이한 방법으로 사건을 의뢰해 옵니다. 트레버는 실종된 외동딸을 찾아달라고 요구하는데 그의 고통에 연민을 느낀 켄지와 제나로는 의뢰를 수락하고 데지레의 행방을 추적합니다.
추적과정에서 부딪치게 되는 악당들과의 대사가 감칠맛이 넘치네요. 재치 있습니다. 두 탐정간의 대화도 마찬가지로 유쾌하고요. 사건 이면에 다른 사정이 숨어있다는 예상은 했는데 결과가 예상치를 뛰어넘네요.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내용 언급은 그만 두고, 두 탐정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등장인물인 부바에 대해서 몇 마디 하자면 이렇게 귀여우면서 무시무시한 인물은 처음 보는 듯합니다. 평소에는 멀리 하고 싶지만 일이 생기면 의지하고 싶어지는 친구 아닐까 싶습니다.
이 시리즈는 다루는 사건도 재밌지만 두 탐정의 화학적 결함이 가져다주는 재미도 아주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출간 순서대로 읽는 게 좋을 겁니다. 전쟁 전 한잔-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신성한 관계, 가라 아이야 가라, 비를 바라는 기도 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