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8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남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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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사건이 생기고야 말았다(정확히 이런 표현은 아닙니다.).
뭐, 이런 식으로 사건을 예고하는 문구가 종종 나오는데 그 시대 추리소설의 사조가 그런 것인지 궁금하네요.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에도 종종 나오는데 말이죠.

첫 부분이 좀 장황하게 느껴지고, 고전 추리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간혹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밀실이 등장하고, 중간에 엘러리 퀸처럼 독자에게 도전하는 단락도 나오는 게 고전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작가가 단서를 충분히 제공하기 때문에 범인이나 트릭을 맞추는 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괜찮은 작품입니다.(표지는 좀 난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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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관계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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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의 작품이 소개될 때 대표작 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꾸준히 내주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대표작 한,두 권 출간하고 말던 예전과 비교하면 장르 쪽 사정이 많이 나아졌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렵다는 소리가 꾸준히 들리는 걸 보면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 어쨌든 몇 년 전부터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시리즈가 여러 개 소개되었는데, 저는 그 중에서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켄지&제나로 시리즈는 고른 수준의 재미를 보장합니다.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재미 뿐 아니라 어느 순간 탁 하고 감정을 건드리는 울림도 있어서 출간할 때마다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그들이 활동하는 보스턴은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살인, 강도, 성폭력, 마약, 유괴, 납치, 인종차별, 아동학대(신성한 관계에서 전부 나온다는 말은 아니고 시리즈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말입니다) 같은 범죄 양상을 읽다보면 아, 저 동네 어디 무서워서 살겠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의 성격상 저런 소재를 잡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저렇지 않을 거야 싶기도 한데, 아무튼 이 시리즈 때문에 혹시 미국에 갈 일이 있어도 보스턴은 절대 들르지 말아야 할 장소로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전작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의 사건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켄지와 제나로는 4개월째 휴업중입니다. 어느 날 막강한 재력가가 특이한 방법으로 사건을 의뢰해 옵니다. 트레버는 실종된 외동딸을 찾아달라고 요구하는데 그의 고통에 연민을 느낀 켄지와 제나로는 의뢰를 수락하고 데지레의 행방을 추적합니다.

추적과정에서 부딪치게 되는 악당들과의 대사가 감칠맛이 넘치네요. 재치 있습니다. 두 탐정간의 대화도 마찬가지로 유쾌하고요. 사건 이면에 다른 사정이 숨어있다는 예상은 했는데 결과가 예상치를 뛰어넘네요.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내용 언급은 그만 두고, 두 탐정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등장인물인 부바에 대해서 몇 마디 하자면 이렇게 귀여우면서 무시무시한 인물은 처음 보는 듯합니다. 평소에는 멀리 하고 싶지만 일이 생기면 의지하고 싶어지는 친구 아닐까 싶습니다.

이 시리즈는 다루는 사건도 재밌지만 두 탐정의 화학적 결함이 가져다주는 재미도 아주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출간 순서대로 읽는 게 좋을 겁니다. 전쟁 전 한잔-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신성한 관계, 가라 아이야 가라, 비를 바라는 기도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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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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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에도 나오는데 이 글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 넘치는 글은 아닙니다. 속도감이 빠른 글도 아니구요, 주인공이자 화자인 캐시는 낮은 목소리로 과거를 조곤조곤 이야기해줄 뿐입니다. 이런 경우, 저처럼 장르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는 흥미를 잃기 마련인데 이 글을 그렇지 않습니다. 격렬한 사건 없이도, 거창한 일 없이도 독자의 흥미를 끌어당깁니다.

나를 보내지 마는 미약하나마 SF의 외피를 두르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소녀, 소년의 성장담이고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캐시는 병원 간병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학창시절 친하게 지냈던 루스와 토미를 간병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고 그때는 알지 못했던 일들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그리고 외부와 격리되었던 기숙학교 헤일셤이 비밀에 접근하게 됩니다. 비밀이라고 하니까 거창하게 들리는데, 대단한 비밀은 아닙니다. 독자는 이게 무슨 비밀인지 충분히 짐작가능하고 등장인물들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습니다. 때문에 나중에 비밀이 밝혀졌을 때도 충격적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과정을 통해서 어떤 울림을 전해줄 뿐입니다.

나를 보내지 마에서 중심을 이루는 등장인물은 셋인데 이들은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캐시는 침착한 관찰자의 느낌이 나고 루스는 무리의 리더 느낌이 납니다. 토미는 불끈 하는 기질이 있어 보입니다.

이런 성격을 감안해서 그 사람이 불화를 야기할거라 예상했는데 예상대로 되었네요. 그렇다고 그 사람이 나빠 보이지는 않습니다. 자기감정에 충실했고 나중에 나름의 수습책을 제시하기도 했으니까요. 어차피 등장인물들이 다르게 대응했더라도 종착역이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인간적인 세상에서 인간적인 존재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토미의 고함과 캐시의 침착한 대응에서 먹먹한 느낌을 받는 건 그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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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키드
엘모어 레너드 지음, 김민혜 옮김 / 사람과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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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30년대 미국은 어찌 보면 무법천지 같은데, 묘하게 낭만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금주법, 대공황, 은행강도, 난무하는 총탄 등등 범죄소설의 배경으로 아주 잘 어울리는 시공간입니다. 범죄자도 거칠지만 경찰도 마찬가지로 거칠어 보입니다. 요즘 같으면 기소당할 것 같은 일도 여기서는 예사로 벌어지는군요.

15살의 칼 웹스터는 아이스크림을 사러갔다가 범죄자와 마주칩니다. 은행강도로 악명이 자자한 에미트 롱은 아이를 모욕하고 그 일은 칼의 가슴에 또렷하게 새겨집니다. 칼은 성장해서 연방 보안관이 되고 최악의 범죄자들과 맞서게 됩니다. 칼의 대척점에는 잭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삐딱했던 잭은 잔잔한 범죄를 거쳐 악명을 떨치는 범죄자로 성장합니다.

둘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유전을 통해 거부가 된 아버지가 있고, 매력적으로 생겼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으면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는데 칼은 박봉에 위험하기까지 한 연방보안관으로 일하고, 잭은 아예 범죄의 길로 들어섭니다. 둘이 부딪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역자후기를 보면 비평가와 독자들이 작가의 뛰어난 대사를 격찬한다고 나오는데 저는 대사보다는 캐릭터가 더 뛰어나 보입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칼과 잭은 물론 주변인물까지 생생하게 그려내서 낭비하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덕분에 총 맞아 죽는 조연까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둘의 여자 친구인 룰리와 하이디도 마찬가지로 캐릭터가 살아 있는데, 좋은 직업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직업에 종사하는데도 불구하고 독립적이고 진취적으로 보입니다.

엘모어 레너드 책은 오랜만에 번역되어 나왔는데, 좋네요. 그의 책이 더 많이 번역되어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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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움 Ilium - 신들의 산 올림포스를 공습하라!
댄 시먼즈 지음, 유인선 옮김 / 베가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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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작품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스케일에 압도당했습니다. 이런 거대한 스케일 때문에 초반부 150쪽은 잘 읽히지 않아서 며칠 걸렸는데, 그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나가서 1000쪽이 넘는 작품을 팔 아픈 줄도 모르고 하루 만에 전부 읽었습니다.  등장인물도 많고 사건도 복잡해서 질리는 감이 없지않아 있긴 한데 그래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야기는 크게 세 갈래로 흐릅니다. 신들이 간섭하는 고대 트로이의 전장, 잃어버린 시대의 인간들이 태양계에 살포한 지능형 기계들이 화성으로 날아가서 벌이는 모험담, 그리고 미래에 사는 고전 인류라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거대하게 흐르던 각각의 이야기가 후반부로 가면서 모이는데 그 상승작용이 대단합니다. 

등장인물이 많고 주인공 격인 인물도 많은데다 이쪽저쪽 수시로 장면을 바꿔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때문에 감정이입하는 데는 좀 문제가 있었습니다.

후속작 올림포스를 손에 잡고 있는데 아껴 읽고 싶은 마음도 들고 1000쪽이 넘는 작품을 달아서 읽으려니 질리는 마음도 들어서 바로 읽을까 나중에 읽을까 망설이는 중입니다.  일리움에서 벌려놓은 이야기를 어떻게 수습할지 기대되고, 또 걱정도 되네요.

일단 추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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