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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의 수수께끼 ㅣ 밀리언셀러 클럽 81
나가사카 슈케이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가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입니다. 이미 발표된 단편을 모은 게 아니라 단편선을 기획하면서 새로 의뢰를 한 것 같네요. 적색의 수수께끼에는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네 편은 분량이 상당히 많아서 중편에 가깝습니다.
처음 수록된 단편은 스포일러가 나올 것 같아서 맨 뒤로 돌리고.
구로베의 큰곰-신포 유이치-구로베의 큰곰이라 불리는 히누마는 25년 전 대학생 때 조난 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 빚을 갚으려는 의도인지 산악 경비대로 일했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많아서 은퇴했고, 산장의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닥쳐오면서 슬슬 산장을 닫을 시간이 왔습니다. 며칠 내로 폐쇄하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대학생 두 명이 조난당했다는 무전이 들어옵니다. 히누마는 민간인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만류를 뿌리치고 그들을 구하러 산에 올라갑니다.
일본 미스터리를 읽다보면 범행 동기에 대해서 납득하기 어려운 글을 가끔 접하게 됩니다. 금전이나 원한, 치정이 얽혀 있는 경우는 동기가 명확하게 다가오는데 미묘한 악의가 동기가 되는 경우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구로베의 큰곰도 미묘한 악의가 사건의 발화점이 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납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마 사건이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고 어느 선에서 멈췄기 때문일 겁니다. 더 나아갔다면 이것도 동기와 관련해서 납득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좋았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등산과 조난의 과정이 생생하게 다가왔고 무엇보다도 마무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라이프 서포트-가와다 야이치로-외과의사 요시토는 일에 지쳐서 병원을 관두고 짬짬이 들어오는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왜 병원을 그만 뒀는지 이유가 나오지 않는데 대충 짐작은 갑니다. 요시토는 폐암 때문에 시한부를 선고받은 환자를 돌봐달라는 의뢰를 받고 승낙합니다. 그런데 환자가 잃어버린 딸을 찾아야 한다면서 동행을 요청하게 되고 요시토는 상황에 밀려 수락하게 됩니다.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범인이 눈에 보여서 흥미가 반감되었습니다.
가로-신노 다케시-다쓰야는 냉혹한 아버지에게 질려 절연한 상태입니다. 아버지 문제로 여자 친구 노리코와 대판 싸우고 헤어진 그는 밤길을 걷다가 처음 보는 사내의 칼에 찔립니다. 분명히 모르는 사내인데 범인이 자살하면서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됩니다.
아버지의 심리 상태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두 개의 총구-다카노 가즈아키-작가의 란포상 수상작 13계단을 재미있게 읽었고, 그레이브 디거와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도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가 컸는데 그냥 소품이네요. 별로 인상적일 게 없는 액션 스릴러입니다.
밀실을 만들어 드립니다-나가사카 슈케이-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밀실 살인을 다루고 있는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주의-스포일러 나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나 그의 손자를 자처하는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사연이 있는 범인, 그래서 미워하기 힘들고 탐정도 처단하기 곤란한, 그래서 결국 범인의 자살로 끝을 맺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요즘은 이게 일본 추리의 전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