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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털어라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이원열 옮김 / 시작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는 미국에서 마스터 대접을 받는 거장입니다. 명성에 비해서 번역된 글이 적었는데 도트문더 시리즈 중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뉴욕을 털어라가 나왔네요.
범죄를 가볍고 유쾌하게 다루는 소설을 케이퍼 소설이라고 한다는군요. 영화 스팅과 비슷한 장르라고 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겁니다. 뉴욕을 털어라는 코믹 케이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도트문더 일당은 제목 그대로 뉴욕을 텁니다. 원래는 한 곳만 털 작정이었는데 일이 꼬이면서 불가능해 보이는 곳을 털어야하는 처지에 몰리게 됩니다. 그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우스꽝스럽습니다.
이 소설은 첫 장면부터 글의 성격을 명확하게 밝힙니다. 교도소를 나서는 도트문더는 교도소장의 과잉 친절 때문에 300달러를 손해보고 사회에 첫 발을 디딥니다. 그리고 예전 동료에게서 범죄를 제의받고 승낙합니다. 뉴욕을 털어라는 범죄를 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1970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역자가 40년이 지난 지금도 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 말 그대로 낡은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유쾌하고 재밌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느껴지는군요. 도트문더가 털려는 대상은 5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보석입니다. 이 대목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꼈습니다. 50만 달러짜리를 훔치려고 그 고생을 했다는 게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너는 50만 달러 있냐고 물으신다면 없다고 대답하겠지만(5만 달러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아니 1만 달러라도.^^),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액수 단위가 워낙 커져서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오스틴 파워 생각이 나더군요. 오랜 냉동 상태에서 벗어난 닥터 이블이 미국을 협박하면서 거액을 요구했는데 너무 작은 액수라 부하들은 물론 협박당하는 사람들도 당황하던 장면 말입니다.
뉴욕을 털어라는 코믹 범죄 소설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특히 동료를 모으는 과정이 어찌나 웃기던지 한참 웃었습니다. 범죄를 코믹하게 그리는데 거부감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덧.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려고 찾아 봤는데 없네요. 황금가지에서 나온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1세기 서스펜스 걸작선에 단편이 하나씩 수록되어 있는 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다른 필명으로(리처드 스타크) 출간한 작품이 하나 번역되어 있습니다. 동서에서 나온 인간사냥. 멜 깁슨이 주연한 영화 페이백의 원작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