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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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로의 초점은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사회파보다는 본격 스타일의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일본 사회파에 등장하는 사회적 문제가 일본의 것이기 때문에 범죄의 배경과 동기가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사회적 병인이 우리나라와 유사하면(한국이 일본 경제를 모델로 그 뒤를 쫓아왔기 때문인지 일본에서 발생한 사회적 문제가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더군요. 카드 문제라든가, 부동산 문제라든가.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화차와 이유에서 저 두 문제로 제대로 다뤘죠. 이래서 미미 여사를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모양입니다.), 또 기분이 나빠져서 읽기가 싫어져요.

제로의 초점에서 등장하는 사회적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일이지만 읽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지나온 옛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사회적 배경은 50년대 말입니다.(종전 후 13년이라는 표현을 보면 1958년 정도인 듯합니다.). 50년이 넘는 세월은 사회 문제를 좀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듭니다. 그래서 편하게 읽었습니다. 대신 낡은 느낌이 약간 듭니다.

사회적 문제는 조금 낡았어도(저는 이편이 더 좋았습니다만), 재미는 낡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문제를 빼놓고 보더라도 잘 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데이코는 선을 봐서 겐이치와 결혼하는데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데이코는 왜 결혼을 했을까요. 뭐 어쨌든 결혼을 했고 신혼여행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런데 출장을 떠난 겐이치가 실종이 되어 버립니다.

데이코는 익숙하지 않은 존재인 남편을 찾기 위해서 그의 자취를 쫓아나갑니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과 마주치게 됩니다.

책 중반부에서 범죄의 배경과 범인을 알아냈습니다. 예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유사한 스토리를 본 적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더군요.(KBS에서 추리 단막극을 간혹 만들어서 방영했는데, 꽤 재밌었어요. 의외의 스토리 전개가 어린 눈에 대단해보였거든요. 나중에 커서 보니 외국의 추리소설을 베낀 경우가 많더군요.).

 

마지막으로 결말과 관련해서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사회파든 본격이든 일본 추리 작가들은 **의 **로(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결말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영미 미스터리 쪽에서는 저런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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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수장룡의 날
이누이 로쿠로 지음, 김윤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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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수장룡의 날은 2011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입니다.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선정했다는군요. 바티스타 수실 팀의 영광 이후 처음이라는데 이것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작가 이름이 누쿠이 도쿠로와 비슷해서 처음에는 착각했었습니다. 누쿠이 도쿠로 작품은 뒷맛이 더러워서 더 이상 안 읽을 생각인지라 이 작품도 건너뛰려고 했는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다른 작가더군요.)

완전한 수장룡의 날은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스릴러에 속하는 작품인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주인공이 비교적 안전한 상황에 머물러 있고 죽어나가는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서 조금씩 긴장을 쌓아갑니다. 잔잔하게 시작해서 뒷부분에서 격량이 일어나는 스타일인데 그것도 태풍처럼 몰아치지는 않습니다.

그 격랑이 꽤 흥미로운데 띠지 문구를 읽는다면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스포일러에 민감한 분은 띠지 문구를 읽지 말라고 권하고 싶네요.)

 

작품의 주인공인 아쓰미는 만화가입니다. 그녀는 독신 여성으로 교류하는 사람은 어시와 편집자 정도입니다. 그래서 꽤 외로워 보이는데 장기 연재물이 완결되어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녀에게는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자살을 시도해서 현재는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그녀는 동생이 입원한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다가, 동생의 자살과 관련된 놀라운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이 말해주듯 인상적인 데뷔작으로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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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처럼 비웃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5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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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도 그랬는데 요코미조 세이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네요. 배경이나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꽤 흡사합니다. 물로 다른 점도 많습니다. 탐정의 활동력이나 플롯, 반전 같은 건 확실히 현대적입니다.

탐정 역할을 하는 도조 겐야가 괴담을 수집하는 소설가라서 그런지 교고쿠 나쓰히코의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도 약간 풍깁니다. 책날개의 작가소개에는 본격미스터리와 민속적 호러를 결합시킨 독특한 작품세계라고 표현했는데 산마처럼 비웃는 것이 여기에 딱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성인식을 치르러 고향에 내려간 고키 노부요시가 산에서 길을 잃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의 불가사의한 체험을 해명하려고 구마도로 내려간 도조 겐야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가 그렇듯 흉악한 살인 사건과 마주치게 됩니다. 결말부 엎치락뒤치락 변화하는 사건의 진상이 인상적이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재밌게 읽은 분은 미쓰다 신조의 작품도 재밌게 읽을 듯하네요.

올해 나온 일본 미스터리 중에서 하나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이 작품을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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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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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을 읽었을 때 SF에서 익숙한 설정(스타쉽 트루퍼스, 영원한 전쟁)과 어디서 본듯한 장면들을 그럴싸하게 버무리는 솜씨에 감탄했었습니다. 좋은 작가가 데뷔했다고 생각했고 2부를 기대했는데 작가는 유령여단으로 기대에 멋지게 부응했습니다. 1부의 바탕 위에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었죠.

시리즈의 3부이자 마침표에 해당하는 마지막 행성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고, 읽었습니다. 초반부가 지루해서 불안했습니다. 노인의 전쟁 시리즈 못지않게 재밌게 읽었던 헝거 게임 시리즈가 3부 모킹 제이에서 삐끗했다고 느꼈던 터라 걱정이 되더군요.(모킹 제이도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전작의 재미를 떠올리면 아쉬운 구석이 있습니다.). 다행히 그들이 로아노크로 가면서 스토리에 불이 붙는군요. 그때부터는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복무기간을 채우고 제대한 존 페리(노인의 전쟁 주인공)와 제인 세이건은(2부 유령여단의 여자 주인공) 결혼을 했고, 조이를 입양했습니다. 그들은 개척 행성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심심하지만 평온한 삶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비키 장군이 찾아와서 미개쳑 행성을 개척해보라고 제의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제의를 수락하고 로아로크 행성으로 떠나게 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몇몇 개척민은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고, 우주개척연맹은 뭔가를 숨기는 것 같습니다.

정치 게임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가운데 그들은 행성에 도착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존 페리는 가족과 개척민을 지키기 위해서 지혜를 짜내야하는 처지에 몰리게 됩니다.

존 페리의 재치와 입담은 여전합니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그다지 웃기진 않습니다만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시리즈가 마지막 행성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외전 격인 조이 이야기가 있기는 합니다만 일단은 끝입니다). 훌륭한 시리즈였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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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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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작품입니다.
일본SF대상과 일본서점대상 3위에 오른 작품인데 내용을 읽어보니, 전자보다는 후자의 색깔이 더 짙어 보입니다. 서점대상 류라고 표현하면 좀 그렇긴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드네요.(다크 포스 넘쳤던 고백은 거기에서 제외.^^).

초등학교 4학년 아오야마는 머리가 좋은데다 매일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크면 훌륭한 어른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자신감 넘치는 소년입니다. 치과 누나의 가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탐험과 조사를 즐기는 메모광입니다. 언변이 좋고 엉뚱한 구석도 있습니다.

아오야마는 여동생과 함께 등교를 하다가 펭귄을 발견하게 됩니다. 조사를 좋아하는 메모광답게 소년은 펭귄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안 그래도 바쁜 생활이 더욱 바빠집니다. 펭귄 문제와 치과 누나의 수수께끼를 풀어야하고 마을을 흐르는 강의 근원도 탐험해야 하고 친구 우치다를 괴롭히는 스즈키도 처리해야 합니다. 거기에 더해 숲속에서 발견한 괴물체의 정체를 밝혀야 합니다.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습니다.

작가가 이걸 어떻게 다 수습하려 그러나 걱정이 좀 되던데, 무난하게 수습하는군요. 기발하거나 놀랍거나 감탄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냥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간 느낌입니다. 좀 다르게 끝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렇게 끝나는군요.^^

일본SF대상을 받았다는데 특별히 SF같다는 느낌은 안 듭니다.

이지메 문제가 조금 나오는데 배경이 초등학교에서 그런지 아주 가볍게 그려지네요. 아오야마가 워낙 똑똑하고 말 잘하는 캐릭터여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성잘 소설로 읽을 수도 있는데 앞서 말했듯 아오야마가 워낙 어른스러워서 주인공은 성장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오히려 우치다와 스즈키 쪽이 더 성장한 느낌입니다.

전반적으로 잘 읽히는 글입니다. 일본 소설 중에서 가볍게 읽을 만한 글을 찾는 분에게 어울릴 듯한 소설입니다.
도리미 토미히코의 책을 몇 권 읽어 봤는데 전반적으로 자유분방한 느낌입니다.
책날개에는 그의 글을 기상천외한 상상력, 천연덕스러운 판타지라고 평해 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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