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이상하게 입에 익어 흥얼거리던 가락이 있었습니다. 모모는 내친구 모모는 무지개...... 이런 노래였지요. 정확한 가사도 모르고 뜻도 모르고, 전체도 모르면서 단지 한 구절만 흥얼거렸지요. 나중에 커서야 모모가 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때 한 번 읽어 볼까 하다가 왠지 얘들이 보는 책인 것 같아서 손이 가지 않더군요. 다 커서 동화나 보자니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길을 가는데 문득 어떤 가락을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는데 그게 모모더군요. 그날로 책을 뽑아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는 내내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차분히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기쁨을 전해주는 여자 아이 모모. 모모와 어른들 그리고 아이들과의 환상적인 교류. 차분하고 정겹게 나아가던 이야기는 시간도독이 등장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시간을 훔쳐가는 회색신사들과 시간을 되찾아주려는 모모의 이야기는 한편의 스릴러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책 읽을 시간도 없다는 분들이 읽으시면 깨달으시는 것이 있으실 겁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하면 엘귤 포와로나 미스 마풀을 떠올릴 것이다. 둘은 너무나 유명한 인물로 추리소설의 대표격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십 종의 뛰어난 추리물을 남긴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는 포와로도 마풀도 나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포와로가 나오지 않아서 책을 잡기가 주저 되었다. 역시 아가사의 작품에는 포와로가 나와야 제격인 것이다. 그의 다양한 작품 중에 재밌다고 생각하던 작품들-abc살인사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나일 살인사건, 오리엔트 특급살인-에는 모두 포와로가 활약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언젠가 읽어 보리라 마음먹고 미뤄 두었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은 것은 해문에서 새로 나온 양장본 표지가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소설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열명의 사람들이 인디언 섬에 모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 그들의 죄상이 까발려진다. 미리 녹음되어 있던 레코드를 통해서. 사람들은 경악하고 두려움에 떨면서도 자신의 죄를 부인한다. 그러는 가운데 첫번째 살인이 일어나고 차례차례 죽어나간다. 밀폐된 공간. 섬에는 그들 열명 외에는 아무도 없고 밖에서 들어올 수도 안에서 나갈 수도 없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가? 소설은 시종일관 서스펜스와 긴장을 유지한다. 고백하건데 나는 끝까지 누가 범인인지 짐작하지 못했다. 머리싸움에서 아가사 크리스티에게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 여러분들도 한 번 도전해 보기 바란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
퇴마록을 처음 접한지도 십년은 된 듯 하다. 처음 국내편이 나왔을 때는 상당히 흥분하면서 본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이런 식의 소설은 드문 편인데다 이렇게 잘 쓰여진 쟝르 소설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중심의 각 이야기들이 나름대로의 재미를 주었고 구조도 잘 짜여져 마치 잘 지어진 건축물을 보는 듯 했다. 그 이후 세계편 혼세편이 이어서 나왔는데 일편 보다 재미있는 속편없다는 헐리우드의 격언대로 국내편 보다는 재미가 덜했다. 어쩌면 처음의 감동이 무뎌져서일수도 있겠으나 내 인상은 그러했다.이제 말세편을 끝으로 퇴마록은 전설속으로 사라졌다. 어떻게 끝을 맺을까 기대를 가지고 본 퇴마록 말세편은 재미와 아쉬움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우혁의 필력은 여전했다. 여섯권의 적지 않은 분량인데도 늘어지거나 지루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정도였다.그런데 내가 아쉽다고 생각한 것은 결말부분이었다. 할리우드 식으로 해피엔딩으로(말세편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 오해마세요.) 끝나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말한 열린결말은 내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 나는 작가가 글의 끝에서 명확한 결론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약간의 여운은 몰라도 열린 결말은 영 취향이 아닌 것이다.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이제 십권이 나온 지금 군림천하도 반환점을 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군림천하는 대표적인 무협작가 용대운이 심혈을 기울여 쓰고 있는 장편 무협소설입니다. 그의 명성만큼이나 대단히 재밌는 소설입니다. 초반은 좀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무협이 가져다 주는 재미 중의 하나인 주인공의 호쾌한 무공을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의 심계나 머리회전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는 재미가 있습니다. 열쇠에 얽힌 사연들과 무림대회 그리고 서장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사건들과 음모. 용대운 특유의 필치가 독자들을 숨돌릴 틈도 없이 몰아세우지요. 그리고 이부에서 진산월의 거침없는 행보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그가 어떻게 군림천하할지 기대가 됩니다.
엔더의 게임은 엔더 위긴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이다. 따로 놓고 보아도 아주 훌륭한 완결된 이야기이고 죽 이어서 보아도 감탄할 만한 구성을 가진 멋진 소설이다. 엔더는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책임을 지고 엘리트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저 못살게구는 형이 두렵고 계속 이어지는 교육이 버거울 뿐이다. 학교를 거쳐 가게되는 사관학교. 거기서도 가혹한 교육이 이어진다. 나는 이 부분을 읽은 동안 무슨 군사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엔더가 세운 천재적인 전술과 전우를 규합해 가는 과정은 한편의 밀리터리소설로도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접하는 게임. 그 환상적인 개임은 무슨 복선이 깔린 것일까 내내 궁금했는데 그 끝에서 그 개임의 역할이 드러날 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의 끝은 정말 무겁고 의외였다. 머리를 강타하는 충격이 한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엔더의 게임이라는 제목 그대로 단순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사실은 복잡한 의미를 가진 것이란 얘기 이상은 하지 않겠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