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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로버트 해리스는 꽤 자주 다뤄져서, 혹은 아주 유명해서 익숙해져 있는 소재를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재주가 뛰어난 것 같습니다. 전작 당신들의 조국이 그랬고, 이니그마가 그랬습니다. 당신들의 조국은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승리했다고 가정하고 쓴 대체역사물인데, 작품 전체를 미스터리 구조로 구축해서 재미를 높였습니다. 이니그마도 자주 대뤄진 2차대전의 암호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폼페이도 마찬가지로 아주 유명한 소재입니다. 에드워드 불워 리턴의 폼페이 ***의 날은 아주 유명하죠. ***라고 쓴 이유는 스포일러 가능성 때문입니다. 사실 저걸 스포일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혹시니 해서 말이죠. 예전에 극장에서 당했던 일들 때문입니다.
트로이 라는 영화가 개봉 했을 때 일인데(이것도 혹시나 해서 덧붙입니다. 트로이의 목마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한 단락 건너뛰시길.) 영화 상영하기를 기다리면서 트로이 목마 얘기를 했는데 곁에 있던 학생들이 그걸 듣고 개념없이 스포일러 유포한다고 뭐라 그랬습니다. 거의 욕을 먹을 분위기였습니다. 트로이의 목마에 대해서는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주 놀랐습니다. 영화 다 본 후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면서, 목마에서 병사가 나올 줄 몰랐다, 올해 본 최고의 반전이다, 같은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을 보면서
아, 이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주전쟁도 그랬었죠(마찬가지 맥락에서 우주전쟁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외계인이 바이러스 때문에 다 죽는 결말에 말도 안 되는 결말이다. 이런 게 어딨냐, 너무 허무하다, 같은 글들을 웹상에서 보면서 얘네들 책 참 안 읽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주전쟁 정도면 다 읽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폼페이는 수도기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폼페이의 역사적 사건에 수도기사를 투입한 건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독특하고 신선합니다. 작가는 수도기사를 투입해서 폼페이 ***의 날을 자신의 방식으로 그려냅니다.
전임 수도기사가 사라진 후, 아틸리우스는 그 후임으로 부임을 하게 됩니다. 아우구스타 수도교는 25만 인구에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시설입니다. 젊은 나이의 아틸리우스가 부임하자 기존의 직원들은 반발을 하게 됩니다. 20년을 수도기사로 일했던 전임자가 없어진 후의 일이니 텃세를 부리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코락스 감독의 행동은 많이 과해 보이긴 합니다만 낙하산 타고 떨어지면 기존 직원들 기분이 좋을리 없죠.
전임자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그리고 암플리아투스는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요?
스포일러 일부 나옵니다(이런 쪽에 민감하신 분들은 그만 읽으세요.).
전임자의 행방은 사실 뻔해 보입니다. 암플리아투스의 음모도 사실 별 것 아니구요. 갈등의 해결상황도 뻔합니다.
왜냐구요?
화산이 터져서 폼페이가 사라진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좀 밋밋하게 느껴졌습니다. 화산폭발에 대처하는 여러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건 좋았지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폼페이 보다는 당신들의 조국이 좋았습니다.
시장 반응은 폼페이 쪽이 훨씬 나은 듯 보입니다. 아마 취향의 차이겠죠. 미스터터리를 딱히 선호하지 않는 분들은 폼페이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덧. 폼페이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분들은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걸 모르면 미스터리가 훨씬 그럴싸하게 느껴질 겁니다. 몇몇 분들이 트로이에서 목마를 보고 감탄을 하면서 보셨듯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