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빛내는 탐욕의 원칙
이시다 히사쓰구 지음, 이수경 옮김 / 세개의소원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탐욕이 인생을 빛낼 수 있을까? 생경한 질문처럼 보입니다. 말이 안 되는 말처럼 읽힙니다. 탐욕을 부리면 인생이 망가지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아닐까요? 어떻게 탐욕이 인생을 빛낼 수 있단 말인가요?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를 스칩니다. 저자 이시다 히사쓰구는 자신만의 인생관 세계관으로 전혀 다른 가치와 생각을 주장합니다. 엉뚱해 보이고 낯설어 보이지만 먼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Part 1.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한스 로슬링의 압도적인 통찰을 담아낸 책 Factfulness를 펼친 날이 떠오릅니다. 팩트풀니스에서 한스 로슬링은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나의 생각이 얼마나 과거에 갇혀 있는지 여실히 증명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문제를 풀어보았는데 침팬지보다 더 낮은 수준의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한스 로슬링은 철저한 통계를 바탕으로 세상이 얼마나 더 좋아지고 있는지 증명했습니다.


한스 로슬링이 제시한 객관적 사실을 검토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야말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면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저의 경험으로 충분히 공감합니다. 한스 로슬링도 그 이야기를 꺼냅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거나, 굳이 애써 한쪽만 보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길게 한스 로슬링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시다 히사쓰구의 철학, 가치관, 세계관이 정확히 이 지점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이시다 히사쓰구는 세상이 점점 더 좋아질 뿐 아니라 자신의 삶, 우리의 삶 역시 점점 좋아진다고 확신합니다. 괴짜다운 발상으로(이시다 히사쓰구의 글을 처음 읽었지만 이 사람이 얼마나 엉뚱하고 괴짜스러운지는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사람이 점점 나빠진다고 말하는 지점을 찾아내고 조목조목 대답합니다. 그가 건드린 뇌관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젊은이, 어린이 - 요즘 것들 예의가 없다. 옛날보다 일하기 싫어하고 의지박약이다. 생각 능력이 떨어진다.

2. 세상, 환경 - 환경이 파괴되어 살기 힘들다. 저출산으로 젊은 세대 부담이 커졌다. 인구 증가로 가난한 사람이 많아졌다.

3. 정신, 도덕 -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정신이 황폐해졌다. 아이의 잘못을 꾸짖는 어른이 없다. 성도덕이 무너져 세상이 어지러워졌다.


이시다 히사쓰구는 이 문제에 관해 "요즘 애들은...."이라는 표현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있었다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조목조목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그의 언어로 담아냈습니다. 동의가 되는 부분도 있고, 생각이 결이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이 지점 역시 그는 쿨~하게 받아들일 것처럼 보입니다. 그의 생각의 결을 더 따라가 보겠습니다.




Part 2. 신과 내가 하나가 된다.

이 지점에서 저자의 견해뿐 아니라 저자가 상당히 일본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가 일본인이니 그 사람을 향해 일본스럽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괴짜 이시다 히사쓰구 흉내를 내보았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신의식"을 소개합니다.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라는 주장입니다. 그야말로 모든 순간, 모든 행동을 하기 앞서 자신이 신이라는 의식을 갖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라는 주장입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탐독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저자의 시선에서 신이 어떤 존재인지도 분명히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문명 기기가 폭발하는 지금 세상을 보면서 신의 위치가 사람의 손바닥까지 내려왔다고 주장합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신을 떠올리고,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버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신의 위치에 올라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연결된 지점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개인을 신의 위치에 올려둔 지금 세상의 일면을 잘 보여주는 글과 주장이란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의 시선에서 볼 때 신이 어떤 존재인지, 신이 된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사유는 조금 더 필요해 보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자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습니다. 자신 없이 위축된 채로 세상을 살기보단 어깨 쫙 펴고 당당하게 동시에 겸손하게 살 수 있다면 그야말로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art 3. 탐욕이 있다면 인생은 점점 좋아진다.

책을 읽을 때 이 지점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탐욕 때문에 인생이 좋아질 수 있을까? 도무지 공감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탐욕은 삶을 함몰시키거나 집어삼키는 탐욕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내면의 동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탐욕,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탐욕,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탐욕에 가깝습니다. 조금 다른 언어로 표현한다면 "열정" 수식어를 붙인다면 "삶을 향한 열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성실하고 꾸준하게 살아가자. 아무 방향 없는 성실과 꾸준함이 아니라 더 나은 인생을 향한 갈망과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고 꾸준하게 살아가자는 이야기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명한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인용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Part 4. 웃으면서 꿈을 이루어간다.

여기서 저자는 "대단하다"라는 마법의 언어를 소개합니다. 약간의 과장이지만 뭐 어때! 그래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 대단하다는 말을 남발하며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합니다. 저자의 글을 꼴불견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꼴불견으로 살아도 좋다는 저자의 말은 상당한 자유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기적의 꿈(터무니없는 무모한 꿈), 원대한 꿈(중, 장기적 꿈), 눈앞의 목표(단기적 꿈)을 말합니다. 세상은 갈수록 좋아지고, 신의식을 가지고 살며, 더 나은 삶을 향한 탐욕을 바탕으로 대단하다는 마법의 단어를 남발하지만 저자는 나름의 원리와 원칙이 있습니다. 눈앞의 현실을 굳이 외면하지 않습니다. 중장기적인 계획도 자신의 언어로 기록합니다. 더 나아가 말도 안 되는 꿈까지 글로 기록하고 언어로 쏟아냅니다. 긍정적으로 살아보겠다는 확신이 가득할 뿐 아니라 너무나 간단한 도식이지만 자신만의 단계를 가지고 살아가자고 말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중장기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결국 인생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도달하고픈 곳이 어디인지 명확하게 글과 언어로 표현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멋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가슴 저 한쪽에서 살아 있다는 떨림과 삶에 대한 새로운 열정을 느껴볼 수 있는 장치처럼 보였습니다.




Part 5. 일곱 가지 잘못된 확신을 제거하다.

날마다 더 좋아지는 삶,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어렵습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일곱 가지 잘못된 확신에서 찾습니다. 이 지점에서도 저자의 독특함과 흥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곱 가지 잘못된 확신이 무엇인지만 공개하겠습니다.


1) 너무 욕심부리면 안 된다.

2) 스스로 결정하면 안 된다.

3)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4) 자신은 늘 옳다.

5) 제대로 해야 한다.

6) 미래를 알면 안 된다.

7) 알아야 한다.


저자는 이 일곱 가지를 잘못된 확신이라고 정의하며, 이 일곱 가지 잘못된 확신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합니다. 질문에 비해 대답이 너무나 간단합니다. 그래서 이게 뭐야?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대답에서는 예리하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시다 히사쓰구를 괴짜라고 정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책이 너무 쉽습니다. 가독성이 좋아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글밥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아닙니다. 낯설고 당혹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스마트폰과 영상에 익숙해져 책이나 글이 부담스러운 사람이 다가가기 쉬운 책입니다.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며, 동시에 나름의 진지함과 무게를 갖춘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이 나를 위로한다 - 몸의 모성으로 나를 돌보는 12가지 몸챙김의 지혜
남희경 지음, 문요한 추천 / 생각속의집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몸 때문에 웃고 몸 때문에 우는 세상입니다. 몸짱, 몸신, 몸킹, 몸퀸이란 단어가 익숙한 세상입니다. 몸을 가꾸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보디빌더만 몸을 가꾸는 세상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몸을 가꾸고, 키우고, 돌보고, 조각하는 세상입니다. 자신의 몸에 관심을 쏟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반면 몸을 학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온갖 중독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별별 희한한 중독이 버젓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중독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자기 몸을 학대하거나 하대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음식도 다르지 않습니다. 온갖 잡다한 음식,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 정크푸드를 몸에 들이붓는 세상입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성인병이 많고 각종 질병이 많은지,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다소 황당한 세상입니다. 아무 음식이나 몸에 쏟아 넣으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생각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처럼 그 사람이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먹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몸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이슈입니다. 다양한 이유로 몸에 관심을 많이 쏟습니다. 그렇다면 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걸까요? 그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몸이 우리 마음을 대변할 뿐 아니라, 마음이 말하지 못하는 것, 마음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몸이 대신 표현하고 말합니다. 이 놀라운 통찰을 담아 몸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 나왔습니다. 몸으로 마음을 치료하는 심리치료사 남희경의 [몸이 나를 위로한다]라는 책입니다.




몸에 대해 이렇게나 폭넓고 다양한 시선을 담아낸 글이라니. 놀라웠습니다. 몸을 어떻게 보아야 하며, 대해야 하는지,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몸이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나의 몸에 더 관심을 갖고, 몸에 귀 기울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의 마음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몸이 대신 말해준다는 것. 고통이나 통증, 질병이나 심지어 죽음까지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친절한 언어로 알려주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헨리 나우웬의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저자 남희경씨가 상처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단지 상처를 경험한 것에서 끝나지 않고, 속속들이 자신의 상처를 대면하고 그 아픔을 일정 부분 극복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극복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남희경 작가는 상처 입은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헤아리며 공감합니다. 상담실에 찾아온 많은 사람이 눈물을 쏟는 것은 남희경 작가가 내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껴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남희경 상담사의 독특한 몸 치료법을 소개합니다. '춤'입니다. 춤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료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 따뜻한 책은 나의 식견이 얼마나 좁은지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몸을 살뜰하게 챙길 때(Bodyfulness) 마음까지 알뜰하게 챙길 수 있다는 것(Mindfulness)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습니다. 몸을 챙길 때 마음을 챙길 수 있고 결국 이는 충만한 삶(Lifefulness)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각 챕터마다 챕터 주제에 알맞은 몸 챙김 연습이 붙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친절한 안내 대로 따라 해 보았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어색했습니다. 저자가 말한 대로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꾸준하게 저자의 안내를 따라 시도해 보았습니다. 나의 체온을 느껴보기도 했고, 나의 숨결을 느껴보기도 했고, 나의 근육의 움직임을 느껴보기도 했고, 나의 심장 박동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체온과 체온과 숨결, 근육의 움직임과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나의 몸에 대해 새로운 마음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피부 탄력은 줄어들었고, 근육도 사라졌으며, 여기저기 군살이 붙은 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법 긴 세월 동안 잘 버텨주고 잘 견뎌 준 몸이 고마웠습니다. 시간이 가고 나이가 더 들수록 몸의 기능과 능력은 더 줄어들고 떨어질 겁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중한 나의 몸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분도 계십니다. 사고로 신체 기능을 상실한 분도 있습니다. 더 큰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영구 손실한 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몸은 소중합니다. 몸의 기능이 떨어지고, 기능을 상실하고, 심지어 신체의 일부를 영구 손실한다고 해서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거나 부족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몸은 여전히 "나"를 대변하고, 나의 마음을 대신해서 기능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의 몸을 더 사랑스럽게 대하고, 때로는 자신을 껴안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몸 챙김 연습에서 소개한 동작을 따라 하면서 나의 몸을 더 사랑하는 연습, 어루만져 주는 훈련도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고 실천한다면(가벼운 동작과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몸챙김이 많습니다)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고,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더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건강과 안전에 대한 생각이 생활이 되었습니다. 몸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힘겨운 시대 속에서 지친 많은 분들이 읽고 몸 챙김 연습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고 활력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고맙고 따뜻한 책, 몸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시선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더의 상상력 - 영웅과 우상의 시대를 넘어서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상력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스티브 잡스는 탁월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설계하고,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해낸 입지전적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상상한다고 모두 현실로 구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상하지 못하는 일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을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은 일어날 수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상상하는 사람입니다. 동시에 리더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한 나라의 수장이라면 더욱이 건강하고 창조적인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며, 상상력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험난한 길을 뚫어내면서 상상을 현실로 이루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리더는 세상을 상상하고 상상한 세상을 국민의 눈앞으로 가져오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아무나 될 수 없고, 아무나 되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며, 그들의 삶을 조망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나라의 방향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우리의 모습을 있게 만든 과거를 점검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에 알맞은 사람이 누구이며, 그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시대적 사명이 무엇인지 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군부정권을 타도하고 문민정부 시대를 연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조망해 보는 일은 현대사에 있어 매우 가치 있는 일입니다.

이 두 지도자는 격동의 시대에 태어나 참 많은 질고를 겪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기도 했고, 문민정부를 열기 위해 호랑이 굴속으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대를 살았을 뿐 아니라 그 시대에 우리나라의 수장으로서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았습니다. 당연히 공과과가 공존합니다. 어느 한쪽 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이 탁월한 두 리더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정치에 관해 문외한입니다. 관심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아는 것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박정희 시대를 지나면서 오히려 나라가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전두환 씨와 노태우 씨가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적법한 과정을 밟은 줄로 상상했습니다. 초등학생이 뭘 알았을까요. 버마 아웅산 사건이나, 평화의 댐 사건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때 그 일이 상당한 충격으로 와닿았기 때문일 겁니다.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진실을 알려야 할 책임이 있지만 그마저 때론 흐지부지 사라지게 만드는 정치 세계를 보면서 환멸을 느낀 적도 많습니다.

군부정권을 송두리째 흔들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가져온 결정적 사건으로서 5.18 광주항쟁은 우리의 아픈 역사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군부 시대에서 문민정부로 넘어가기 위해,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꼭 필요한 아픔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권력에 눈먼 인간,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인간이 아주 없다면 또 모를까. 말도 안 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흘릴 수밖에 없었던 고결한 희생과 피가 아니었나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여전히 이 나라 정치계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이제 곧 대선을 앞둔 지금 이 나라의 내일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 고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고 큰 소리를 내지만 정작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리더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나라에 이렇게나 어른이 없을까라는 탄식 섞인 하소연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군부 시대를 지나 문민정부를 열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문재인 정부 시대에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입니다. 건강하고 탁월한 상상력을 소유한 리더, 상상을 몽상으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과 우직함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낼 지도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현재론 이재명과 윤석열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전혀 모르는 나에겐 두 후보 모두 여러 가지로 아쉽습니다.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피력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나의 마음이 그렇다는 뜻입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리더,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감지할 뿐 아니라 국민의 시선을 모을 수 있는 리더, 자신에게 맡겨진 시대적 사명이 무엇인지 꿰뚫어보고 지혜와 실력, 인품과 덕으로 실현해 낼 수 있는 리더가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이와 같은 리더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좋겠습니다.




리더의 상상력을 읽으면서 우리의 아픈 역사와 그 역사를 살아낸 산증인의 흔적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과거의 흔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대선을 눈앞에 둔 지금 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지금 이 책이 나온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처럼 보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 시간을 지켜낸 사람의 공과과를 살피면서 내일을 이끌어 가야 할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면 좋겠습니다. 리더라면 자신이 가져야 할 상상력이 무엇인지, 갖추어야 할 인품과 덕목, 지혜가 무엇인지 판단하며 묵묵히 실력을 쌓아나가면 좋겠습니다.

시간은 또 지나 시대와 국민은 다음 번 대통령, 다음 이 나라를 이끌어갈 리더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멋진 리더, 어른다운 지도자, 많은 사람이 흠모하고 존경할 수 있는 지도자가 준비되길, 그런 지도자가 나타나 이 나라를 더 잘 이끌길,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리더 때문에 더 자랑스러워지길 기대합니다. 기대조차 할 수 없다면 얼마나 불행할까요. 기대할 수 있음이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추얼의 힘 - 하버드 신학대학원 펠로우가 찾아낸 관계, 연결, 일상 설계의 기술
캐스퍼 터 카일 지음, 박선령 옮김 / 마인드빌딩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지않아 세상에서 종교는 사라질 것이다."

과학이 발전하고, 교육이 확대되고, 교양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보며 한때 많은 사람이 목소리 높여 주장했던 이야기입니다.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서양세계를 주도해 왔던 기독 신앙과 성경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기독 신앙이 과학을 가능하게 했지만 과학이 기독 신앙을 앞질렀을 뿐 아니라 벗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 이성을 숭배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이나 종교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질주의와 그 아류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 현상은 더 가속화되었습니다. 아니 더 이상 사람의 내면과 삶의 방향에 개입하지 못하게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종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허황된 말이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21세기를 지나는 지금 지구촌을 채우고 있는 사람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종교심으로 가득합니다. 신앙의 대상, 예배의 대상이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예배하지 않는 사람, 신앙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각기 다양한 곳에서 영성을 추구합니다. 영성이란 단어가 지금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사람에 의해 사용된 적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종교성 가득한 이 단어가 일상의 단어가 되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사람에게 종교성(종교심)은 디폴트 값이며, 종교성 없는 사람 없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가진 종교심을 조금 더 일상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해석할 수 있다면 흥미롭지 않을까요? 그것이 인간의 본성을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삶을 풍성하게 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면 호기심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 바로 그 책이 있습니다. 하버드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캐스퍼 터 카일의 [리추얼의 힘 - The Power of Ritual]입니다.





서구 문명을 너무나 빠르게 흡수한 나머지 놀랍게도 서구 사회 보다 더 개인적이고 더 이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공동체가 축소될 뿐 아니라 와해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공동체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소속감이 필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딘가에 소속해 있다는 것은 큰 안정감을 줍니다.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가정이 붕괴되고 공동체가 위축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찾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은 고작해야 정치 성향으로 똘똘 뭉치거나 지연이나 학연 따위로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다는 말 외에 적합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캐스퍼 터 카일은 [리추얼의 힘]에서 이런 우리의 숨기고 싶은 부분을 정확하게 타격하고 들어옵니다. 우리가 고립과 산만함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합니다. 고립과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연결되려고 합니다. 고립과 단절의 위기를 극복하고, 고립과 산만함이 아닌 연결과 집중된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추구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종교단체가 아닌 다른 곳(크로스핏, 소울사이클과 같은 운동을 목적으로 모인 단체)에서 소속감을 얻을 뿐 아니라 종교심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말 그대로 새로운 공동체가 출현한 셈입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고립과 단절을 본능적으로 거부할 뿐 아니라 어딘가 또는 누군가에게로 연결되기 원하며 그런 삶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오랜 연구와 실천을 통해 리추얼(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례, 행동과 같은 일)을 통해 서로에게 더 잘 연결될 뿐 아니라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캐스퍼 터 카일은 삶의 전 영역을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리추얼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통해 고립과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서로에게 더 잘 연결되고 더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풀어냈습니다. 네 가지 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신과의 연결

둘째,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

셋째, 자연과의 연결

넷째, 초월자와의 연결


나에게 무척 흥미로웠던 부분은 자신과의 연결이었습니다. 나와의 연결에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독서와 안식의 시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깜짝 놀랐던 것은 해리 포터를 신성한 독서를 위한 텍스트로 삼았다는 사실입니다. 해리 포터가 신성한 독서 텍스트라고요? 네 맞습니다. 해리 포터를 한 챕터씩 읽으면서 그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는지 묻습니다. 이 생각을 (해리 포터와 신성한 텍스트)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로 송출까지 했습니다. 지금까지 무려 2,2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해마다 투어를 다니며, 7만 명의 정규 청취자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그저 웃어넘길 수준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면 그 문장이 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문장 이면에는 무엇이 흐르고 있는지 살핍니다. 행간을 살피고 맥락을 살펴봅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할 필요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상상의 날개를 펼칩니다. 마치 성직자가 경전을 읽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해리 포터를 읽습니다. 단순한 예로 해리 포터를 들었지만 제인 에어를 읽기도 합니다. 어떤 책이라도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모든 책을 신성한 텍스트로 삼고 읽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자신과 더 잘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리추얼의 힘을 빌려 규칙적으로 이 일을 한다면 당연히 자신과 더 잘 연결될 뿐 아니라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충격적이면서도 매우 신선한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누구라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자신과 더 깊숙하게 연결되기 위해 의식적으로(리추얼입니다)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은 기술의 인식일을 지정해서 하루 동안은 모든 기계로부터 멀어진다고 합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각종 sns로부터 자신을 차단합니다. [아브라함 헤셸의 안식일]이란 책에서 착안하고 그가 제안하는 안식일을 자신에게 맞게 적용했습니다. 그녀는 안식일의 리추얼을 통해 삶의 리듬을 회복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의도적으로 안식일을 정하고 리듬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온갖 일에 쫓기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두 번째는 주변 사람과의 연결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필연적으로 나는 누구에게 속해 있는가?로 이어집니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규정할 수 있고, 나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 알려면 필연적으로 내가 누구에게 연결되어 있고, 어디에 소속해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나와의 연결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연결로 이어지는 법입니다.

다른 사람과 더 깊고 부요하게 연결되는 일에는 공동식사만큼 유용한 것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많은 미국인과 한인이 종종 포틀럭 파티(집에서 각기 음식을 가져와서 여는 파티)를 즐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국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문화였습니다. 포틀럭 파티를 즐기면서 서로에게 깊숙이 연결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공동 식사나 함께 밥을 먹는 행위를 의식적으로 정기적으로 행할 때(리추얼) 서로에게 더 깊이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관계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더 깊이 알고, 정체성이 부요해집니다. 더 나아가 관계가 부요해질 뿐 아니라 결국 부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외에는 저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며 리추얼의 힘을 빌려 더 풍성하게 서로에게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세 번째는 자연과의 연결입니다. 이 역시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발견한 것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여행할 때 멋진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일에 급합니다. 흔히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게다가 한 번의 여행에서 여러 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언제 또다시 이곳에 오겠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후 조금이라도 더 보고, 한 장이라도 더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합니다.

미국 사람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서 오롯이 머물면서 휴가를 즐깁니다. 사진을 찍긴 하지만 눈과 마음에 풍경을 담는 모습, 멍하게 앉아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자연과 연결되는 일에 더 몰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점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모험하고 탐험하는 일을 즐기며, 그 일을 통해 자연과 일치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연 속에서 야성을 회복하고 영감을 얻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챕터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정확하게 그것과 일치합니다. 사람은 자연을 함부로 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연을 존중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연결되고 자연과 일치를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과의 연결을 추구한다면 지금처럼 지구를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1,000년이 지나면 자연은 회복되겠지만 인류의 존재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빼놓지 않습니다. 자연과 의식적인 연결을 통해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을 보호할 수도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충분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초월자와의 연결입니다. 자신보다 더 큰 존재와 연결된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벅차고 떨리는 일입니다. 때로는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기도를 통해 초월자와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신학대학원 출신답게 기도의 네 가지 영역을 소개합니다. 찬양, 회개, 감사, 간구입니다.

기도라는 말을 들으면 어딘지 모르게 거북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종교성, 특별히 기독교의 이미지가 강한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도는 기독교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거의 모든 종교에 기도와 같은 종교행위가 있습니다. 이 행위를 통해 저마다 자신의 사랑하고 섬기고 두려워하는 초월자를 찾습니다. 초월자와 연결되려고 합니다. 기독교에서 기도의 행위가 더 강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날 따름입니다.

실은 이것도 꼭 그렇지 않습니다. 무슬림을 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합니다. 정한 시간에 정한 장소를 향해 그들만의 의식적인 행위를 하면서 기도합니다. 리추얼입니다. 기도라는 리추얼을 통해 더 큰 대상과 연합을 추구합니다. 그것도 매우 열정적이며 규칙적으로 행합니다.

저자는 기도를 통해 초월자와 연결되는 것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사람은 예배하는 존재이며 종교심이 디폴트 값이라면 당연한 일입니다. 저자는 주기도문으로 기도하기를 즐긴다고 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기가 못내 불편해서 타로 카드를 사용 "하늘에 계신 우리 늑대님"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나는 이 지점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이 성차별적인 요소로 보아야 하는지 의심이 생겼습니다. 하늘에 계신 늑대님으로 부르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아니라 늑대님으로 부르는 것이 더 우습고 더 초라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초월자로서 하나님이 실존하신다면 하나님의 이름을 내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로 내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에 알맞은 이름을 부르는 것이야말로 바른 행위일 테니까요.



[리추얼의 힘]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넵니다. 자신의 삶을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게 합니다. 독서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합니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줄 뿐 아니라 결국 내가 그들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연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야 하는지 알려줄 뿐 아니라 우리가 결국 자연의 일부라는 점도 알려줍니다. 무엇보다 초월자를 무시하는 이 시대에 초월자에게 연결되는 일이야말로 삶의 방향과 내용을 충실하게 채우는 일이며, 가슴 벅찬 일이라는 진리를 보여줍니다.

저마다 다양한 시선으로 이 책을 읽을 것 같습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더없이 강한 책이고, 그 안에 기독교 요소가 숨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혀 기독교적인 느낌 없이 읽을 수도 있습니다. 불교나 이슬람 신도가 읽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책입니다. 어쩌면 기독인이 가장 불편하게 읽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해 나갈 뿐 아니라 고립과 단절의 시대 속에서 공동체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자신뿐 아니라 서로에게 깊숙하게 연결된 삶을 원하는 사람의 필독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이의 꿈을 찾아라 -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김종갑 지음 / 비비투(VIVI2)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아빠, 사슴벌레 유충을 어느 통에 담아 두느냐에 따라

사이즈가 달라질 수 있어요.

큰 사육 통에 담고 균사를 먹이로 주면

꽤 큰 사슴벌레 성충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곤충에 관해서라면 저보다 훨씬 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아들의 말이니 충분히 신뢰할 수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곤충도 사이즈가 달라진다는 말을 들으면서 코이라는 관상어가 떠올랐습니다. 코이는 아주 특이한 성향을 가진 관상어입니다. 코이는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집니다. 좁은 어항이라면 5~8센티 정도로, 연못이라면 15~25센티 정도로 자랍니다. 한계가 없어 보이는 강에서 자란 코이는 무려 90~120센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습니다.








 


같은 물고기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같은 종의 물고기입니다.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는 관상어입니다.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관상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관상어 코이에서 모티프를 얻었을까요? 교장 선생님으로 교편을 잡고 계시며, 30년 넘는 시간 학생을 가르쳐 온 김종갑 선생님이 [코이의 꿈을 찾아라]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교편을 잡고 학교에서 학생과 지내온 30여 년의 삶을 돌아보며 33개의 지혜를 담아낸 책입니다. 더 나은 학교를 꿈꿀 뿐 아니라 코이처럼 성장하는 학생,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학생과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학생을 향한 꿈을 담아놓은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교편을 잡고 첫 출근, 첫 수업을 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뿐 아니라 교장으로서 학교를 이끌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학급을 어떻게 운영할지, 학생을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대할지, 왜 학교를 사랑해야 하는지, 학급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더 나은 학급을 만들기 위한 지혜가 무엇인지, 소통의 장으로서 교실, 삶을 배우는 공동체로서 학교에 대한 김종갑 선생님의 철학을 진솔한 이야기로 담아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김종갑 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니 나의 상상도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였습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매일 아침 7시까지 등교해야 했습니다. 걸어서 20분, 차로 30분가량 이동해야 했습니다. 매일 6시가 되기 전 기상해야 했던 때입니다. 매일 야간 자율학습을 10:30까지. 막차를 타야 해서 조금 일찍 나와도 집에 도착하면 대략 11시였습니다. 방학 때도 매일 저녁 6시까지 자율학습을 했고, 입학 첫날에도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했습니다. 심지어 소풍 때도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학교였습니다.

무서운 선생님도 많았습니다. 폭력적인 분도 계셨고 인격이라곤 없는 사람처럼 대하시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따뜻한 마음과 태도로 학생을 대하신 분도 계셨지만 소수였습니다. 학력고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 했을 것입니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물론이거니와 학교도 그랬습니다. 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셨고, 전국 25위 안에 들어가는 고등학교라는 자부심이 대단했으며, 동문들 역시 빵빵한 분이 많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서 만약 그때 김종갑 선생님과 같은 분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까지 해보았습니다. 내가 만난 모든 선생님을 폄하하는 것 같은 불손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좋은 선생님이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일까요? 좋은 학생이 좋은 학교를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좋은 학부모가 좋은 학교를 만들까요? 내가 일하는 곳에는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대안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사역하시는 분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분의 철학을 마르고 닳도록 들었습니다.

"좋은 학교는 좋은 문화가 있는 곳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좋은 문화를 만들 때 비로소 좋은 학교가 될 수 있습니다.

함께 좋은 문화가 있는 학교로 만들어 갑시다."

[코이의 꿈을 찾아라]를 읽으면서 김종갑 선생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저작 의도'가 무엇일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베스트셀러를 내서 돈 한 번 벌어보자는 마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일종의 회고록을 내는 것도 아닐 겁니다. 내가 이렇게나 유능하고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책 전체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교편을 잡은 사람이자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분으로서 더 나은 학교, 더 나은 학생, 더 나은 세상을 꿈꾸신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김종갑 선생님은 학교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학생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교사이니까요. 더 나은 학교, 더 나은 학급에서 소통하고 꿈을 꾸고 실력을 갈고닦는 학생이라면 분명 더 나은 학생으로 성장하고, 이 세상 한구석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어 나가는 코이가 될 테니까요. 책 제목을 [코이의 꿈을 찾아라]라고 지은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자라는 우리 자녀들, 다음 세대, 학생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학교를 좋아하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가능성을 찾아내고, 땀과 열정을 쏟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자신을 좁디좁은 어항에 가두지 않고, 한계가 없는 강과 바다로 거침없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꿈을 꾸면서 더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자라는 다음 세대가 코이처럼 더 멋진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 학부모, 교사, 다음 세대에게 마음을 쏟는 분이라면 곁에 두고 꼭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