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 심리학의 눈으로 보는 두 나라 이야기
한민 지음 / 부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나는 이 당연한 말이 점점 더 자랑스러워집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당당하게 한국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06년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랩실에 가보니 많은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SAMSUNG"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혼자 낄낄대는 저를 본 같이 일하던 미국인 학생 한 명이 왜 웃냐고 물어왔습니다.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야 너 이거 어느 나라 제품인 줄 아니? 이제 갓 20살을 조금 넘긴 그 남자 학생은 당연히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호라, 한국을 안단 말이지? 속으로 생각하고 쾌재를 불렀습니다. 뭔가 자랑스러움에 가슴이 웅장해지려는 찰나. "JAPAN"이라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어찌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던지.

"SAMSUNG"은 한국 기업이라고 정정해 주었습니다. 믿질 않더군요. 한국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냐고 연신 물어왔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교실을 둘러보니 에어컨도 한국 제품이었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전자제품 깡그리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깜짝 놀라는 것이 더 기분 나빴습니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터진 미국 학교 랩실에 대해 불평을 쏟아놓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영화를 다운로드하면서 바로 볼 수 있다고 침 튀겨가며 이야기했습니다. 한참 쏟아내고 나니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일본"이란 한 단어 때문에 이렇게나 열을 내야 하다니?? 내가 이렇게나 애국자였단 말인가?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무엇보다 괜히 일본이 더 얄미워졌습니다.





나는 일본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음, 솔직히 말하면 여러 번 일본 땅을 밟긴 했습니다. 나리타 공항 땅을 여러 차례 밟았지만 비행기 환승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영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다 아는 이유지만 이상하게 일본에는 정이 잘 가지 않습니다. 하는 행동과 말을 보면 얄밉기 짝이 없습니다. 도대체 저들 머리에는 무엇이 들었기에 저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때론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질 않나, 온갖 수작질을 통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려는 모습을 보면 화가 솟구쳐 올랐습니다.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그들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습니다. 전쟁에 대한 책임을 껴안고 심각한, 정말 심각한 피해를 입은 나라와 국민에 대해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면 좀 좋으련만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저들을 보면서 도무지 선진국이라 말할 수 없는 사고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레 독일과 비교할 수밖에 없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너희들은 안 되는 거야! 독일을 좀 보라고!!"

이런 배경 때문인지 일본과의 경쟁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일전이라면 축구는 반드시,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구도 다르지 않습니다. 실력의 차이가 명백하지만 그래도 일본에는 지고 싶지 않고, 어떻게든 이겨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WORLD BASEBALL CLASSIC에서 일본을 이겼을 때의 쾌감이란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습니다. 앞으로도 일본에 지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나는 일본을 얼마나 알까? 일본 사람의 정서를 얼마나 알까? 일본이란 나라와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이해는 공감과는 분명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얼마나 노력했나? 그들을 알고 싶은 마음이나 이해하고픈 마음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려는 마음조차 없었으니까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지피지기 백전 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일본과의 관계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일본을 더 깊이 알고 이해해야 일본과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일본을 알아야 합니다. 일본의 정서와 일본인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일일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일본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만약 이 생각에 동의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나왔습니다. 문화심리학자 한민의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이란 책입니다.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란 사실이 있습니다. 작가 한민 씨가 일본 땅을 밟은 시간이 채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일본에 살아 보지도 않은 한민 씨가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들의 정서를 깊고 넓게 무엇보다 정확하고 예리하게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긴 루스 베네딕트 역시 일본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채 일본이라는 나라를 정확하게 꿰뚫어 본 [국화와 칼]이란 책을 썼지요. 어쨌거나 기가 막힐 정도의 예리한 통찰로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파헤칠 뿐 아니라 그들의 심리까지 꿰뚫어 보여주었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특별히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일본을 알 수 있었고, 나 역시 그들의 작품을 - 드래곤 볼, 슬램덩크, 북두신권, 무엇보다 미래소년 코난 등-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큰 틀에서 보면 무척 닮았을 뿐 아니라 같은 영역에 속합니다. 인종적으로도 닮았으며, 언어도 닮았습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대표적인 집단주의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한국 사람이나 일본인 모두 집단 내에서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닮은 구석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일본을 닮았다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큰 덩어리로 묶을 때 같은 범주에 들어갈 따름이지, 그 안에서는 너무나도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작가 한민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을 뿐 아니라 집요하게 파고들어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극명하게 대조시킵니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나 한국과 일본이 다르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이란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공감하거나 그들이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자도 이 부분을 크게 강조합니다. 아마도 일본 편에 섰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크게 와닿고 유익했던 점은 일본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이웃과 내 겨레와 내 나라를 이해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를 설명하려니 당연히 우리나라의 특성, 우리나라 사람의 문화와 정서를 연구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자세하게 들여다보았고, 그 배경을 치밀하게 연구한 흔적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말의 어원을 찾아보기도 하고,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톺아보면서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진단했습니다. 이 부분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졌으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우리나라에 먹방이 이렇게나 유행하는지, 쎈 언니가 왜 이렇게나 많은지, 온라인 게임을 왜 이렇게나 잘하는지, 왜 이렇게 우리는 떼창을 잘하며 떼창으로 내한 가수를 감동시키는지, 왜 욕을 이렇게나 많이 하는지, 왜 밤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으며 카페에 노트북을 놓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는지,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이 왜 이렇게나 독특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보는 이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주제가 넘쳐납니다. 갑질 VS 이지메, 정 VS 아마에, 선을 넘는 한국인 VS 선을 긋는 일본인, 화병 VS 대인공포증, 산으로 가는 자연인 VS 방으로 들어가는 히키코모리, 한을 품은 한국 귀신 VS 자리를 지키는 일본 귀신, 삼세판 씨름 VS 단판 스모, '날 넘고 가라' 한국의 스승 VS '나만 따라 해라' 일본의 스승, 분노하는 한국인 VS 혐오하는 일본인, 한국의 어울림 VS 일본의 와, 한국의 알다 VS 일본의 와카루까지....책의 세부 내용을 전부 다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와 정서를 비교하는 일이 이렇게나 재밌을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이렇게나 가까운 나라가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신기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문화와 정서의 차이로 인해 이렇게나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심층 심리입니다. 말 그대로 한국인과 일본인의 심리를 톺아봅니다. 왜 우리에겐 이런 정서가 있고 문화가 생겨났는지, 왜 저들에겐 저런 정서가 있고 그런 문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마지막 부분은 다소 학문적인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저자 한민의 역량과 지적 함량을 엿보기에 충분한 장이었습니다.




책을 마치면서 저자 한민은 한국을 종의 나라로 일본을 칼의 나라로 묘사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의 성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

인플루언서' 즉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입니다.

한국인들은 누가 나를 무시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내 마음을 몰라주면 화병이 납니다.

현실의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차이가 날 때

굉장한 불편감을 느끼고

그 차이를 메꾸려고 무섭게 노력하기도 하지만,

안되겠다 싶으면 허세로라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장하죠.

특히 한국에 목소리 큰 사람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과 크고 멀리까지 가는 소리를 내는 종,

따라서 종이야말로 모든 것을 자신의 세계 안에 아우르고 싶어하고 자신의 영향력이 주위에 널리 퍼지기를 원하는

한국인들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상징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과연 언제부터 이런 사람들이었을까요?....

일단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을 만든 시기가

최소 통일신라 시대고요.

이미 단군신화에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다)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우리가 이런 건 생각보다 오래전부터였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선은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369p


우리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일본의 장점과 단점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는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그야말로 탁월하며 압도적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를 더 깊숙하게 더 정확하게 더 바르게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고, 우리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최소화할 때 우리는 더 좋은 나라, 더 강한 나라, 더 매력적인 나라로 발돋움할 테니까요.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이란 나라(개인적으로 참 정 안 가는 나라지만)를 더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강점을 알고, 약점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그때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 그들을 존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그들을 더 잘 이해할 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그들을 이길 수 있을 테니까요.

다시 한번 외쳐 봅니다.

한국인답게 떼창으로 소리 질러 보면 더 좋겠지요

지피지기 백전 불태

(知彼知己百戰不殆)!!!!!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한민 작가의 브런치 글도 한 토막 추가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팀 켈러의 부활을 입다 - 인생 단 하나의 희망, 하나님의 위대한 반전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자신이 언제라도 죽을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는 안다.

그러나 암이나 심장병 진단 또는 팬데믹의 위협 앞에서는 죽음이 우리에게 눈앞의 현실로 성큼 다가온다.

지금은 세상 전반에나 나 개인에게나 암흑기다

(팀 켈러는 췌장암 진단을 받았고 투병 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 희망을 갈구하고 희망을 붙잡으려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팀 켈러, 부활을 입다. 15p)

------------------------------------------

학위 논문의 두 중심 축 중 한 명이었던 팀 켈러. [팀 켈러의 부활을 입다]는 여전히 그 다운 지성과 예리한 통찰로 가득하다. 이 책에서 캘러는 답 없는 세상이 희망을 묻는 세상에서 유일한 희망이 다시 사신 예수임을 증거한다. 예수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임을 입증하고, 과학으로 하여금 그 사실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함께 조망해 보자고 요청한다.

켈러는 다양한 각도와 시선에서 예수의 부활이 단순히 그의 부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 사람뿐 아니라 이 세상 전체로 연결되는 지점이 무엇인지, 그 명백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힌다. 이 부분을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여기저기서 "하나님 나라"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듣지만 정작 하나님 나라가 무엇을 말하는지 친절한 설명을 듣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혹스럽게도 하나님 나라를 가장 많이 말하고 가르치는 교회에서조차 하나님 나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나라를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님 나라와 예수의 부활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이 이러하다면 '하나님 나라'라는 말과 개념을 많이 사용하지만 정작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는 매우 빈약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팀 켈러는 이 책에서 예수의 부활이 가져다준 하나님 나라의 의미를 친절하게 또 풍부하게 설명한다. 고맙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이 필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하나님 나라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하나님 나라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기 원하는 독자라면, 이 당혹스러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가르치는지 분명하게 이해하기 원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뿐 아니라 반복해서 읽어보아도 좋을 책이다(팀 켈러의 책은 마냥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 패러다임에 갇혀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빠져나올 기미는커녕 오히려 허우적거리며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팀 켈러는 예수의 부활이 지금 세상을 움직이는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 그 어느 패러다임에도 들어맞지 않는 전혀 다른 진리이자 개념임을 역설한다. 보수와 진보,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켈러는 예수의 부활을 붙드는 기독교야말로 이 세상에 유일한 반문화와 대안 세상을 제시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좀 어려운 말처럼 보이지만 기독교의 가르침이 이 세상에 지속 가능할 뿐 아니라 진실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한다면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 무의미할 뿐 아니라 희망 없는 세상에 참된 희망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할 책임과 특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기독인이 예수를 더 깊이 알고, 예수의 부활을 더 깊이 탐색하고, 하나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깊고 바르게 이해해야 할 이유이다.


이 모든 주장을 펼쳐나가는 일에 있어서 팀 켈러는 강요하지 않는다. 의무감이나 무거운 짐을 강제로 짊어지게 하려는 태도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또 담대하게 복음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복음이 담고 있는 아름다운 진리를 보여주며, 복음이 담고 있는 새로운 가치를 보여줄 뿐이다. 특별히 이번 책에서는 역사적 사실일 뿐 아니라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과 반문화와 대안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예수의 부활이라는 복음을 친절하고 담대하게 무엇보다 예리한 논리로 이야기한다. 그의 글을 읽고 설교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가벼워질 뿐 아니라 희망이 꿈틀거리며, 새로운 삶을 향해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부활을 입다]를 읽으면서 그의 간절한 마음과 신앙, 복음과 예수의 부활을 깊이 사랑하고 사유한 그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아마도 그가 췌장암을 앓고 있기 때문에 그가 먼저 복음을 더 붙들고 예수의 부활을 더 깊이 묵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흑암과 같은 시간 속에서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켈러는 예수의 부활에 담긴 위로와 능력이 새로운 깊이를 가졌다고 고백했으며, 어느 때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가장 많이 느끼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여전히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번엔 스텔스 오미크론이 등장했다. 팬데믹은 쉽게 물러설 기색이 없어 보인다. 마음을 열고 나누며 살아가야 할 사람 사이에 오히려 불신이 쉽게 싹튼다. 명절을 보냈지만 더 이상 예전의 풍경을 보긴 어렵다. 경제문제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개인의 취미나 여가를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무력감과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우리 개개인이 살아가는 이 세상의 풍경 역시 이기심과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지구 환경 문제 역시 쉽게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계속 가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듯한데 도무지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으며,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조차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불안과 불신이 꽃을 피울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희망이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일까?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일까? 여타 많은 종교의 가르침일까? 아니면 역사적 사실인 예수의 부활일까? 시대의 지성 중 한 명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팀 켈러 목사는 예수의 부활이 진정한 희망이라고 예리한 지성과 친절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필독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며,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해도 탐독할 가치가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글이 마음을 이렇게나 흔들어 놓을 수 있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고인이 된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으며 느낀 나의 감정이다. 본디 글이란 것은 단어의 조합이다. 생각과 감정, 또는 상상과 개념을 포착해 내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아내고 조합해서 만드는 것이 문장이다. 그 문장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 책이 되는 법 아닌가. 지극기 기계적인 계산과 생각에 따르면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일이 글 쓰는 일일게다.

그것이 과연 진실일까?

글은 글쓴이를 닮기 마련이다. 글쓴이의 생각과 상상과 인격과 지성과 상상이 글로 태어난다. 글은 단어의 조합, 문장의 조합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시에 글이란 글쓴이의 마음과 생각과 상상과 인격의 산물이라는 데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글을 읽으며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엿보고, 생각에 동참하게 되며, 격렬할 정도로 공감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

나는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박완서 작가를 모른다는 뜻은 아니다. 대단한 작가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번에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라는 책을 읽었다. 왜 박완서라는 작가가 대단한 작가인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이제서야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었는지 아쉬운 마음은 물론 죄송한 마음까지 생겼다. 글을 읽는 동안 묘한 기분을 자주 느꼈다. 나의 필력으론 담아내기 어려운 감정과 생각이 꿈틀거렸다.




때로는 가슴에 콕콕 박히는 문장을 만나기도 했다. 몇몇 문장을 소개하는 것이 미덕이리라.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15p)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나보다는 착해 보이는 날이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고, 그런 날은 살맛이 난다." (20p)

"그도 꽃다운 시절이 있었고 결혼을 했다. 천지신명께 백년해로를 맹세했고 친척 친구들에게 앞날의 축복받으며 착한 여자의 지아비가 되었고, 지금 이 구걸도 그 무겁고 무서운 지아비 노릇이다라는 생각이 뭉클하니 내 심장 언저리를 뜨겁게 했다." (43p)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건물로서의 집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따뜻한 대화가 있고, 자유와 구속이 적당히 조화된 가정으로서의 집이었다." (46p)

"실제로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조용히 흐느끼고 싶은 잔잔한 서러움이 목구멍까지 치올랐다." (64p)

"조금 덜 바빠져야겠다. 너무 한가해 밤이나 낮이나 꿈만 꾸게는 말고, 가끔가끔 단꿈을 즐길 수 있을 만큼만 한가하고 싶다." (67p)

"너무 잘해주는 친척 집보다 불친절한 여관방을 차라리 편하게 여기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74p)

"가장 궁핍했던 시절을 넉넉한 마음 하나로 가장 부자스럽게 살게 해주신, 그래서 그 시절만 회상하면 저절로 환한 미소가 떠오르게 해주신 어머니가 새삼스럽게 자랑스럽다." (91p)

"그건 이미 단풍이 아니었다. 고향 마을의 청결한 공기, 낮고 부드러운 능선, 그 위에 머물러 있던 몇 송이 구름의 짧고 찬란한 연소의 순간이 거기 이었다." (115p)

"예사로운 아름다움도 살날보다 산 날이 많은 어느 시기와 만나면 깜짝 놀랄 빼어남으로 빛날 수 있다는 신기한 발견을 올해의 행운으로 꼽으며, 안녕." (118p)


책을 펼쳐들고 읽으면서 박완서 작가가 곁에서 읊조리는 기분을 종종 느꼈다. 아마도 은밀한 그녀의 마음을 박완서 다운 필체로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한 자기만의 색깔과 삶의 방향으로 농도 짙은 삶을 살아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삶을 언어로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종의 까칠함과 어딘지 모를 불편함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숨기려 하거나, 실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묘사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에 느끼게 된 감정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까탈스러운 면과 자신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글로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역시 박완서 다운 필력으로 단어를 조합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묘하게도 그 지점이 사람 마음을 쥐로 흔든다. 박완서라는 사람에게 끌리게 하고, 그녀의 글을 더 읽게 만든다. 심지어 따라 써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고, 곱씹어 읽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박완서의 다른 책을 읽어도 같은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다. 가려운 곳이 있지만 정확하게 어디가 가려운지 몰라 안달하는 마음과 비슷한 감정으로 박완서 작가의 다음 글이 가렵게 다가온다.




교만하게도 나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지 않는다. 어지간해서는 절대로 반복해서 읽지 않는다.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책이 있지만 무슨 고집인지 이상하게도 같은 책을 읽지는 않는다. 그저 언젠가 다시 읽을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할 따름이다.

박완서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다시 읽고 싶다. 반복해서 읽으면서 박완서라는 작가를 더 깊숙하게 만나고 싶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 질문하고 싶고 책 속에서 그녀의 대답을 들어보고 싶다. 읽어야 할 여러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다시 읽고 싶은 책도 여러 권 있다. 다시 읽어야 할 책 중 단연코 가장 먼저 뽑아들 책으로 꼽고 싶다. 박완서를 읽으며 나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세상을 아껴서 바라보고 싶다. 함께 살아가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더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고 더 많이 사랑하고 싶다.

삶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니... 기가 막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 책 속의 한 줄을 통한 백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사람이 궁금하다!"

책을 읽다 보면 책 속 문장, 단어의 배치, 전체적인 구조에서 신선한 통찰을 발견합니다. 언어가 가진 마력 속으로 빠져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에 비로소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도대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신기하고 궁금합니다. 작가의 내면과 가치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작가를 만났습니다. 책을 채 읽기도 전에 작가 소개 글만으로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인지, 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스스로를 인문학자로 소개하는 김태현 작가입니다.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을 읽으면서도 그랬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일까? 이번 책 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을 읽으면서 더욱 작가에 대한 궁금함이 깊어지고 짙어졌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의 압도적인 독서량 때문입니다.

"저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현명한 지식과 그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사유하고 탐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수만 권 이상의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키워왔고,

여러 분야의 지식 관련 빅데이터를 모으고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수만 권의 이상의 독서를 통해..." 이 한 문장이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김태현 작가의 이전 책을 읽으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영화를 감상하고 그 안에서 주옥같은 대사를 찾아냈는지 신기했습니다. 이번 책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떻게 이 많은 책을 다 읽었는지, 무엇보다 책을 허투루 읽은 것이 아니라 한 책 한 책에서 주옥같은 문장을 발견해 내고, 수집해 놓았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인문학자 김태현은 100년의 시간 속에서 인류를 찾아온 주옥같은 책과 그 안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문장을 주제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간단한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소장할 가치, 읽어볼 가치가 흘러넘칩니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Part 1 : 좀 더 느리게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

실패, 불안, 좌절, 고통, 자존감, 위안, 치유, 극복하는힘

Part 2 : 버림을 통해 채움을 얻는 방법

정리,미니멀리즘, 혼자의삶, 메모, 덜어내기

Part 3 :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책 속의 한 줄들

산문, 마음을울리는, 위로의문장, 공감

Part 4 : 픽션으로 세상을 보다

소설, 인생, 열정, 용기, 사랑,

Part 5 : 역사도 인생도 똑같이 반복한다

히스토리, 사회의흐름, 과거, 반성과성찰, 교훈

Part 6 : 미래를 움직이는 인문학

내면, 인간, 인문예술의꽃

Part 7 : 꿈과 목표는 어떻게 인생을 바꾸나

, 목표, 이상, 도전, 버킷리스트

Part 8 : 나의 시간을 내가 지배하는 법

자기관리, 시간, 습관, 아침형인간, 마인트컨트롤, 얼리버드

Part 9 : 미래와 미경험의 세계를 도전하는 힘

변화, 도전력, 트렌드세터, 미래예측, 실행력, 모험심

Part 10 : 인생의 안목과 센스를 기르는 방법

독서법, 공부법, 독서의힘, 생각의힘, 주도적학습

Part 11 : 인간관계에도 정답이 있다면

인간관계, 대화, 화술, 설득, 협상, 타인

Part 12 : 0.1% 탁월한 사람들의 인사이트

긍정, 긍정심리, 긍정의힘, 적극적사고, 진취적사고

Part 13 : 돈의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부자들의 비밀

부자, , 재테크, 부동산, 주식

Part 14 : 천재들은 어떻게 사고하는가

창조적아이디어, 자기계발, 천재, 아이데이션, 창의력, 상상력


관심이 가는 챕터와 해시태그를 골라 읽어도 좋습니다. 책 목록을 살펴본 후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도 좋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씹어먹듯 읽어도 좋습니다. 어느 쪽을 먼저 펼쳐도 좋습니다. 책 제목처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속 명언을 주제별로 분류해 놓았으니, 나의 마음이 가는 대로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책 제목입니다. 내가 읽은 책 제목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가 하면, 읽고 싶은 책, 마음에 콕 박히는 책 제목이 있었습니다. 책 제목을 따로 메모해 두고 독서 목록 리스트에 올릴 수 있습니다. 어느 책이든 충분한 무게감과 통찰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소개를 따라, 나의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인문학자 김태현의 내면을 채운 책이고 문장이라면 충분히 읽어도 좋을 책이고 문장일 테니까요.

책이 소개하는 문장 중에 특별히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을 곱씹어 보거나 따라 써보는 것도 충분히 멋진 일일 것 같습니다. 대가의 문장을 따라 써보는 것만으로 문장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쩌면 그 한 문장이 나의 마음에 깊이 남아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하는 힘과 지혜를 제공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리텍콘텐츠 

#백년의기억베스트셀러속명언800

#베스트셀러속명언

#이달의신간

#필독도서

#추천도서

#명언모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신도 반한 숲속 라면 가게 귀신도 반한 숲속 라면 가게 1
이서영 지음, 송효정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면 한 그릇에 정성을 가득 담으면 어떤 맛이 날까요? 나와 나의 아들과 딸은 라면은 무척 좋아합니다. 라면이 건강식품이 아니란 것쯤은 우리 가족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라면을 좋아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공식적으로 라면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날을 기다리는 것은 저만이 아닙니다. 아이들 모두 그날을 기다리고, 은근히 아내도 그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족이 모여 함께 먹는 라면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니까요.

맑고 깨끗한 물에 불의 강도를 조절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정성을 다한 라면 한 그릇의 맛은 어떨까요? 그것도 복잡한 시내에 있는 라면 가게가 아니라 물 좋고 공기 좋은 숲속에 있는 라면 가게라면 어떨까요? 산을 오르내리다 맛볼 수 있는 그 라면 가게의 맛은 미각과 후각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지 않을까요? 기막힌 맛을 자랑하는 라면 가게와 라면 가게 주인 복술씨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귀신도 반한 숲속 라면 가게]입니다.




숲속 귀신이 출몰하는 집에 마음씨 곱고 착한 복술씨가 이사 왔습니다. 복술씨는 세상 욕심이라곤 하나 없는 정갈하고 단아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녀는 라면 장인이라 불러도 될 만큼 라면 끓이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먼 길을 걸어 맑고 깨끗할 뿐 아니라 톡 쏘는 청량감을 가진 샘물을 길어옵니다. 수고스럽지만 라면 맛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복술씨는 허름한 숲속의 집으로 이사 와서 그곳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수리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은 오래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무덤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홍수로 무덤이 쓸려가 버렸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뼈는 그대로 남았지요. 무덤을 잃어버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복술씨가 이사 온 그 숲속 가게에서 살아가는 귀신입니다.

복술씨는 멋진 라면 솜씨로 정성껏 라면을 끓여 할아버지와 할머니 귀신에게 대접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귀신은 복술씨에게서 사람의 향기가 난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립니다. 복술씨가 끓여준 기막힌 라면을 맛보고, 복술씨에게서 사람의 향기를 맡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귀신은 어느새 복술씨의 팬이 되고 말았습니다.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는 일품 라면 맛을 가지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하긴 숲속에 있는 라면 가게라니 장사가 잘 될 수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곳에 어떤 사람이 찾아옵니다. 커다란 가방을 끌어안은 채 말이에요. 그는 도둑이었습니다. 어릴 때 우연히 시작한 도둑질이 그의 습관이 되었고 인생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첫 도둑질이 그의 인생을 망가뜨렸지만 복술씨의 라면 가게는 또다시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습니다. 복술씨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 가득한 라면, 후식으로 대접한 따뜻한 차 한 잔의 힘이었습니다. 아,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귀신의 역할도 한몫했지요.

두 번째 손님은 초호라는 어린아이입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아빠와 엄마 아래서 태어난 초호는 어른 아이 밑에 자라면서 아이 어른이 되고 말았습니다. 초호의 아빠와 엄마는 결국 초호를 숲속에 버리고 말습니다. 갈 곳을 잃은 초호는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에 들어왔습니다. 그곳에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끓인 라면을 맛보면서 초호는 사람다움을 경험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초호는 또다시 복술씨의 라면 가게에 오게 되고, 결국 마음씨 좋은 복술씨와 함께 살아갑니다.

복술씨와 초호가 함께 알콩달콩 살아갈 때 죽어가고 있는 깡마른 강아지를 발견합니다. 두 사람은 극진히 강아지를 보살피고 결국 강아지는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반려견으로 입양된 지 며칠 만에 버림받은 불쌍한 강아지였습니다. 버림받은 강아지는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에서 초호와 함께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러고 보니 복술씨의 라면 가게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 버림받은 아이, 버림받은 강아지에게 안식처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귀신마저도 그곳을 떠나기 아쉬워하는 곳이었습니다. 따뜻한 관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정성 가득한 라면 한 그릇 대접하고, 따뜻한 차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지만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는 사랑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을 나누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가르쳐준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로지 돈, 쾌락, 자기 자신에게 함몰된 채 살아가는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직시하게 하며, 그 아픔과 공허를 치료하는 것이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와 같은 곳이 있다면 당장 저부터 달려가고 싶습니다. 라면 좋아하는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딸과 함께 말입니다. 그곳에서 우리 가족만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라면 한 그릇을 국물까지 뚝딱 다 마시고 나오고 싶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는 이내 손님으로 북적댑니다. 그럴 수밖에요.

오늘은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해 끓인 맛있는 라면 한 그릇 먹어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