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의 꿈을 찾아라 -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김종갑 지음 / 비비투(VIVI2)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아빠, 사슴벌레 유충을 어느 통에 담아 두느냐에 따라

사이즈가 달라질 수 있어요.

큰 사육 통에 담고 균사를 먹이로 주면

꽤 큰 사슴벌레 성충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곤충에 관해서라면 저보다 훨씬 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아들의 말이니 충분히 신뢰할 수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곤충도 사이즈가 달라진다는 말을 들으면서 코이라는 관상어가 떠올랐습니다. 코이는 아주 특이한 성향을 가진 관상어입니다. 코이는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집니다. 좁은 어항이라면 5~8센티 정도로, 연못이라면 15~25센티 정도로 자랍니다. 한계가 없어 보이는 강에서 자란 코이는 무려 90~120센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습니다.








 


같은 물고기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같은 종의 물고기입니다.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는 관상어입니다.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관상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관상어 코이에서 모티프를 얻었을까요? 교장 선생님으로 교편을 잡고 계시며, 30년 넘는 시간 학생을 가르쳐 온 김종갑 선생님이 [코이의 꿈을 찾아라]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교편을 잡고 학교에서 학생과 지내온 30여 년의 삶을 돌아보며 33개의 지혜를 담아낸 책입니다. 더 나은 학교를 꿈꿀 뿐 아니라 코이처럼 성장하는 학생,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학생과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학생을 향한 꿈을 담아놓은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교편을 잡고 첫 출근, 첫 수업을 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뿐 아니라 교장으로서 학교를 이끌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학급을 어떻게 운영할지, 학생을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대할지, 왜 학교를 사랑해야 하는지, 학급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더 나은 학급을 만들기 위한 지혜가 무엇인지, 소통의 장으로서 교실, 삶을 배우는 공동체로서 학교에 대한 김종갑 선생님의 철학을 진솔한 이야기로 담아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김종갑 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니 나의 상상도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였습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매일 아침 7시까지 등교해야 했습니다. 걸어서 20분, 차로 30분가량 이동해야 했습니다. 매일 6시가 되기 전 기상해야 했던 때입니다. 매일 야간 자율학습을 10:30까지. 막차를 타야 해서 조금 일찍 나와도 집에 도착하면 대략 11시였습니다. 방학 때도 매일 저녁 6시까지 자율학습을 했고, 입학 첫날에도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했습니다. 심지어 소풍 때도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학교였습니다.

무서운 선생님도 많았습니다. 폭력적인 분도 계셨고 인격이라곤 없는 사람처럼 대하시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따뜻한 마음과 태도로 학생을 대하신 분도 계셨지만 소수였습니다. 학력고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 했을 것입니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물론이거니와 학교도 그랬습니다. 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셨고, 전국 25위 안에 들어가는 고등학교라는 자부심이 대단했으며, 동문들 역시 빵빵한 분이 많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서 만약 그때 김종갑 선생님과 같은 분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까지 해보았습니다. 내가 만난 모든 선생님을 폄하하는 것 같은 불손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좋은 선생님이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일까요? 좋은 학생이 좋은 학교를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좋은 학부모가 좋은 학교를 만들까요? 내가 일하는 곳에는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대안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사역하시는 분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분의 철학을 마르고 닳도록 들었습니다.

"좋은 학교는 좋은 문화가 있는 곳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좋은 문화를 만들 때 비로소 좋은 학교가 될 수 있습니다.

함께 좋은 문화가 있는 학교로 만들어 갑시다."

[코이의 꿈을 찾아라]를 읽으면서 김종갑 선생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저작 의도'가 무엇일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베스트셀러를 내서 돈 한 번 벌어보자는 마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일종의 회고록을 내는 것도 아닐 겁니다. 내가 이렇게나 유능하고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책 전체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교편을 잡은 사람이자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분으로서 더 나은 학교, 더 나은 학생, 더 나은 세상을 꿈꾸신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김종갑 선생님은 학교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학생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교사이니까요. 더 나은 학교, 더 나은 학급에서 소통하고 꿈을 꾸고 실력을 갈고닦는 학생이라면 분명 더 나은 학생으로 성장하고, 이 세상 한구석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어 나가는 코이가 될 테니까요. 책 제목을 [코이의 꿈을 찾아라]라고 지은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자라는 우리 자녀들, 다음 세대, 학생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학교를 좋아하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가능성을 찾아내고, 땀과 열정을 쏟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자신을 좁디좁은 어항에 가두지 않고, 한계가 없는 강과 바다로 거침없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꿈을 꾸면서 더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자라는 다음 세대가 코이처럼 더 멋진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 학부모, 교사, 다음 세대에게 마음을 쏟는 분이라면 곁에 두고 꼭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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