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도 반한 숲속 라면 가게 귀신도 반한 숲속 라면 가게 1
이서영 지음, 송효정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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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한 그릇에 정성을 가득 담으면 어떤 맛이 날까요? 나와 나의 아들과 딸은 라면은 무척 좋아합니다. 라면이 건강식품이 아니란 것쯤은 우리 가족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라면을 좋아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공식적으로 라면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날을 기다리는 것은 저만이 아닙니다. 아이들 모두 그날을 기다리고, 은근히 아내도 그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족이 모여 함께 먹는 라면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니까요.

맑고 깨끗한 물에 불의 강도를 조절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정성을 다한 라면 한 그릇의 맛은 어떨까요? 그것도 복잡한 시내에 있는 라면 가게가 아니라 물 좋고 공기 좋은 숲속에 있는 라면 가게라면 어떨까요? 산을 오르내리다 맛볼 수 있는 그 라면 가게의 맛은 미각과 후각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지 않을까요? 기막힌 맛을 자랑하는 라면 가게와 라면 가게 주인 복술씨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귀신도 반한 숲속 라면 가게]입니다.




숲속 귀신이 출몰하는 집에 마음씨 곱고 착한 복술씨가 이사 왔습니다. 복술씨는 세상 욕심이라곤 하나 없는 정갈하고 단아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녀는 라면 장인이라 불러도 될 만큼 라면 끓이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먼 길을 걸어 맑고 깨끗할 뿐 아니라 톡 쏘는 청량감을 가진 샘물을 길어옵니다. 수고스럽지만 라면 맛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복술씨는 허름한 숲속의 집으로 이사 와서 그곳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수리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은 오래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무덤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홍수로 무덤이 쓸려가 버렸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뼈는 그대로 남았지요. 무덤을 잃어버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복술씨가 이사 온 그 숲속 가게에서 살아가는 귀신입니다.

복술씨는 멋진 라면 솜씨로 정성껏 라면을 끓여 할아버지와 할머니 귀신에게 대접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귀신은 복술씨에게서 사람의 향기가 난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립니다. 복술씨가 끓여준 기막힌 라면을 맛보고, 복술씨에게서 사람의 향기를 맡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귀신은 어느새 복술씨의 팬이 되고 말았습니다.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는 일품 라면 맛을 가지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하긴 숲속에 있는 라면 가게라니 장사가 잘 될 수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곳에 어떤 사람이 찾아옵니다. 커다란 가방을 끌어안은 채 말이에요. 그는 도둑이었습니다. 어릴 때 우연히 시작한 도둑질이 그의 습관이 되었고 인생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첫 도둑질이 그의 인생을 망가뜨렸지만 복술씨의 라면 가게는 또다시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습니다. 복술씨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 가득한 라면, 후식으로 대접한 따뜻한 차 한 잔의 힘이었습니다. 아,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귀신의 역할도 한몫했지요.

두 번째 손님은 초호라는 어린아이입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아빠와 엄마 아래서 태어난 초호는 어른 아이 밑에 자라면서 아이 어른이 되고 말았습니다. 초호의 아빠와 엄마는 결국 초호를 숲속에 버리고 말습니다. 갈 곳을 잃은 초호는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에 들어왔습니다. 그곳에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끓인 라면을 맛보면서 초호는 사람다움을 경험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초호는 또다시 복술씨의 라면 가게에 오게 되고, 결국 마음씨 좋은 복술씨와 함께 살아갑니다.

복술씨와 초호가 함께 알콩달콩 살아갈 때 죽어가고 있는 깡마른 강아지를 발견합니다. 두 사람은 극진히 강아지를 보살피고 결국 강아지는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반려견으로 입양된 지 며칠 만에 버림받은 불쌍한 강아지였습니다. 버림받은 강아지는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에서 초호와 함께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러고 보니 복술씨의 라면 가게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 버림받은 아이, 버림받은 강아지에게 안식처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귀신마저도 그곳을 떠나기 아쉬워하는 곳이었습니다. 따뜻한 관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정성 가득한 라면 한 그릇 대접하고, 따뜻한 차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지만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는 사랑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을 나누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가르쳐준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로지 돈, 쾌락, 자기 자신에게 함몰된 채 살아가는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직시하게 하며, 그 아픔과 공허를 치료하는 것이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와 같은 곳이 있다면 당장 저부터 달려가고 싶습니다. 라면 좋아하는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딸과 함께 말입니다. 그곳에서 우리 가족만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라면 한 그릇을 국물까지 뚝딱 다 마시고 나오고 싶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복술씨의 숲속 라면 가게는 이내 손님으로 북적댑니다. 그럴 수밖에요.

오늘은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해 끓인 맛있는 라면 한 그릇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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