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일본이란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공감하거나 그들이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자도 이 부분을 크게 강조합니다. 아마도 일본 편에 섰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크게 와닿고 유익했던 점은 일본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이웃과 내 겨레와 내 나라를 이해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를 설명하려니 당연히 우리나라의 특성, 우리나라 사람의 문화와 정서를 연구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자세하게 들여다보았고, 그 배경을 치밀하게 연구한 흔적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말의 어원을 찾아보기도 하고,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톺아보면서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진단했습니다. 이 부분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졌으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우리나라에 먹방이 이렇게나 유행하는지, 쎈 언니가 왜 이렇게나 많은지, 온라인 게임을 왜 이렇게나 잘하는지, 왜 이렇게 우리는 떼창을 잘하며 떼창으로 내한 가수를 감동시키는지, 왜 욕을 이렇게나 많이 하는지, 왜 밤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으며 카페에 노트북을 놓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는지,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이 왜 이렇게나 독특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보는 이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주제가 넘쳐납니다. 갑질 VS 이지메, 정 VS 아마에, 선을 넘는 한국인 VS 선을 긋는 일본인, 화병 VS 대인공포증, 산으로 가는 자연인 VS 방으로 들어가는 히키코모리, 한을 품은 한국 귀신 VS 자리를 지키는 일본 귀신, 삼세판 씨름 VS 단판 스모, '날 넘고 가라' 한국의 스승 VS '나만 따라 해라' 일본의 스승, 분노하는 한국인 VS 혐오하는 일본인, 한국의 어울림 VS 일본의 와, 한국의 알다 VS 일본의 와카루까지....책의 세부 내용을 전부 다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와 정서를 비교하는 일이 이렇게나 재밌을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이렇게나 가까운 나라가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신기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문화와 정서의 차이로 인해 이렇게나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심층 심리입니다. 말 그대로 한국인과 일본인의 심리를 톺아봅니다. 왜 우리에겐 이런 정서가 있고 문화가 생겨났는지, 왜 저들에겐 저런 정서가 있고 그런 문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마지막 부분은 다소 학문적인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저자 한민의 역량과 지적 함량을 엿보기에 충분한 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