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혼란한 마음 -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변지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니스트 헤밍웨이, T.S. 엘리엇, 거트루드 스타인, 스콧 피츠제럴드, 피카소, 고흐와 같은 인류 역사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위인을 만난다면 어떨까요?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삶을 엿보고,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Midnight In Paris]라는 영화가 이 멋진 장면을 담아냈습니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일어날 때 우리가 어떤 기분을 느낄지,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코믹한 분위기를 살리며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책은 이런 일을 언제든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C.S. 루이스, 오스카 와일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T.S. 엘리엇, 디킨스, 셰익스피어, 헤밍웨이, 파스칼, 데이비드 흄, 앤 라모트까지.. 인류 역사에 깊은 흔적을 남긴 위대한 소설가, 시인, 사상가, 철학자의 문장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책은 소장해야 하지 않을까? 소장을 넘어 위대한 인물이 남긴 명문장을 읽으며 왜 그런 문장을 남겼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책을 통해, 그들이 남긴 문장을 통해 대가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독서를 통해 대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싶은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은 대단한 작가나, 적어도 글 쓰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대가가 남긴 문장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대신 길어 올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지 않을까? 여기 바로 그 책이 있다. 변지영 작가의 [때론 혼란한 마음]입니다.





변지영은 100명의 위대한 소설가, 시인, 사상가, 철학자가 남긴 명언을 엄선해 놓았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그녀의 마음에 콕 박힌 문장을 선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변지영은 대가가 남긴 문장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문장을 읽고 곱씹고 따라 쓰면서 그 문장이 그녀의 마음에 남긴 생각을 그녀의 문장으로 기록해 놓았습니다. 대가와 나눈 대화, 대가의 글에 화답한 변지영의 문장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나의 스승이자 친구인 한 분이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쏙 들어오는 문장을 만나면, 베껴 써보세요.

왜 저자가 이 단어를 선택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어떤 생각 끝에 이런 문장을 쏟아냈는지

질문하면서 읽고 써보세요. 거기에 덧붙여 당신의 생각을 풀어보세요.

이 작업이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차곡차곡 쌓이면 엄청난 자산이 될 거예요.

변지영의 [때론 혼란한 마음]이 바로 그 결과입니다. 변지영이 대가를 읽으며 그녀의 마음에 쏙 들어온 문장을 베껴 썼습니다.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어떤 생각으로 썼는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길 바랐는지 자신의 언어로 풀어쓴 글입니다. 그러니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울림이 있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문장으로 빼곡합니다. 무엇보다 대가의 글을 어떻게 대하고 읽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가르쳐 줍니다.

가을, 독서의 계절입니다. 점점 깊어가는 이 가을 대가의 명문장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대가의 문장이 가져다준 울림과 생각을 깊고 정갈한 언어로 길어올린 변지영의 [때론 혼란한 마음]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가을의 정취와 함께 생각과 마음이 익어가리라 생각합니다.




함께 보면 좋을 영화와 책 소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와 일상 - 천천히 따뜻하게, 차와 함께하는 시간
이유진(포도맘) 지음 / 샘터사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걸 도대체 무슨 맛으로 마시는 거야?"

어린 시절 누나가 마시는 녹차 맛을 보고 난 후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입니다. 녹차를 좋아했던 누나는 종종 녹차를 우려 마셨습니다. 티백에 담긴 녹차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아, 가끔 누군가가 고급 진 차를 선물해 줄 때도 있었습니다. 귀한 녹차를 손에 들고 행복한 얼굴로 차를 마시던 누나의 얼굴이 기억납니다. 그때도 나의 생각은 단호했습니다. "도대체 이걸 무슨 맛으로 마신다는 거야?"

나이가 들어 대학에 입학한 후였습니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은 먹고 마시는 것으로 한껏 폼을 잡기도 했습니다. 때마침 전통찻집이 유행처럼 번져갔습니다. 나도 몇몇 친구를 따라 전통찻집을 찾곤 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한 전통찻집에서 녹차를 시켜 놓고 몇 번이나 우려내 마셨던 일입니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친구와 전통찻집에서 차 마신 이야기가 기억할만한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내가 그 일을 기억하는 것은 진짜 배 터질 정도로 차를 우려 마셨기 때문입니다. 녹차를 좋아하지 않던 내가 친구 따라 전통찻집에 몇 시간 죽치고 앉아 수없이 녹차를 우려내 위장을 오롯이 녹차로 채운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겐 너무나 특별한 날이어서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후로 녹차를 자주 마셨습니다. 티백 안에 갇혀 있는 녹차가 대부분이었지만 녹차를 즐겨마셨습니다. 심지어 녹차에 커피믹스를 타 마시기도 했습니다. 일명 "녹커피" 나는 "록커피"라 불렀습니다. Rock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Rock-Coffee'라 불렀습니다. 카페인 덩어리라도 불러도 좋을 음료를 종종 마시며 록음악을 듣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다다 보니 차를 잘 모르지만 차를 좋아하게 되었고 종종 마시곤 했습니다. 차 소믈리에 이유진의 [차와 일상]을 읽으며 떠오른 단상입니다.



나는 차 소믈리에가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소믈리에는 와인에만 해당하는 전문 영역이라는 생각이 지나치게 크게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차 소믈리에 이유진은 오랜 시간 쌓아온 차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내 들려줍니다. '아침의 차', '오후의 차', '저녁의 차', '주말의 차'라는 네 개의 범주로 나누어 빼곡하게 차 이야기, 차에 얽힌 사람 이야기를 엮어 놓았습니다.

전혀 몰랐던 세계를 엿본, 아니 자세하게 들여다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차에 이렇게나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 때에 알맞은 차가 있다는 것, 차를 우려내는 도구도 다양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나의 무식함 때문이겠지만 차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차를 배우고 함께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차 소믈리에 엄마의 영향이겠지만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 차를 좋아하고 즐겨 마신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기 좋아하는 차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차와 어울리는 음식을 준비해서 먹고 마시는 풍경도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녀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한 것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일화입니다. 차 소믈리에 이유진의 슬하에서 자란 딸과 아들이 탄산이 아니라 차를 먼저 찾고 마시는 데도 어릴 때부터 차를 마시고 대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엄마의 영향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이래서 환경이 중요한 것이겠죠.

이 대목에서 차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나는 나의 아들과 딸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질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죠. 나는 나의 자녀가 바른 사람, 반듯한 사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유진의 차와 일상에서 다시금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유진은 책에서 다양한 차를 소개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차를 마셔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실제 오후 시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차로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루이보스 티를 마시기도 했고, 블랙 티와 로즈힙 그리고 애플이 기막힌 배율로 섞인 차를 우려 마시기도 했습니다. 차 이야기를 읽으면서 차 한잔 마시지 않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차를 가르치고 차를 우려내는 솜씨만큼이나 글솜씨가 좋은 이유진을 읽으면서 차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야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정갈한 언어로 향긋한 차 이야기를 풀어낸 이유진 차 소믈리에를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나는 차 소믈리에 이유진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차에 얽힌 그녀의 삶, 차를 빼곤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을 듣고 보았고 읽었기 때문이겠지요.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도 정성 들여 우려낸 향기로운 차를 마신 듯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집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이지환 지음 / 부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는 절차는

탐정이 범인을 찾아내는 것만큼 근본적인 행위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8p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땐 무엇을 말하려는 책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책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라니? 도대체 어떤 종류의 책이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부키 출판사의 책이라는 것,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 정보가 없었습니다. 책을 펼쳐서 읽으면서 저자의 재치와 해박한 의학 지식과 유려한 글 솜씨에 빠져들었습니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는 의학적으로도 훌륭한 책일 뿐 아니라 책 전체를 빼곡히 수놓은 탁월한 추리력도 빼놓을 수 없는 탐정물 같은 책입니다. 저자 이지환이 소환한 환자의 명단은 "이게 실화야?"라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저자가 예리한 추리와 의학지식으로 파고든 환자의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세종의 허리 : 조선 최고의 리더가 운동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2. 가우디의 뼈: 천상의 건축가는 왜 하필 해골 집을 지었을까?

3. 도스토옙스키의 발작 : 세계적인 대문호가 도박꾼이 된 사연

4. 모차르트의 부종 : 음악 신동의 사인은 질투인가 돼지고기인가?

5. 로트레크의 키 : 물랭루주의 천재 화가는 왜 난쟁이로 태어났을까?

6. 니체의 두통 : 실존 철학의 선구자는 어쩌다 정신 병원에 입원했을까?

7. 모네의 눈 : 인상파의 거장이 추상화처럼 그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8. 프리다의 다리 : 자화상의 대가는 왜 자기 자신을 붉은 과일로 그렸을까?

9. 퀴리의 피 : 노벨상 2회 수상 과학자가 정말 방사능의 위험을 몰랐을까?

10. 말리의 피부 : 희망을 노래한 레게의 대부는 왜 암을 방치했을까?


환자 리스트에 올린 이름을 보면서 '헉' 소리가 나왔습니다. 세종 대왕까지 소환해 낼 뿐 아니라 세종 대왕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역사 고증까지 마친 저자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의 예리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왜 세종 대왕이 운동을 싫어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린다는 가우디가 왜 뼈에 집착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환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모든 분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인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분들, 지금 우리 삶의 질을 이렇게나 아름답고 풍요하게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신 분들의 삶을 더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추리소설처럼 날카로운 메스로 위인의 은밀한 삶을 해부하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위인의 삶, 그것도 드러나지 않고 은밀하고 숨겨진 삶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숨겨진 삶을 들여다보면서 오히려 위인의 삶이 더 아름답게 보였고, 그들의 업적이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고난의 무게가 가볍지 않고, 시련의 강도가 낮지 않은 삶을 살았음에도 치열할 뿐 아니라 열정적인 삶으로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 그들의 삶을 이렇게나 깊숙하게 보게 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는 환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위인을 오해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매력적인 책이라 생각합니다. 세종 대왕은 운동을 싫어하거나 게으른 것이 아니었음을, 건축에 해골을 등장시킨 것이 기괴한 취미 때문이 아니었음을, 세계적인 대문호가 도박에 빠져든 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모차르트가 살리에리의 질투 때문에 유명을 달리한 것이 아니었음을(이 부분은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로 굳어져 버린 굳은살을 제거해 낸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천재 화가 로트레크가 사창가와 술집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해 주었습니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는 실존 철학자 니체가 정신병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인상파의 거장이 추상화처럼 그림을 그린 이유, 프리다 칼로가 자신을 붉은 과일로 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해 주었습니다. 더 나아가 퀴리 부인의 놀라운 업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고, 레게 음악의 대부 말리, 총탄마저도 막아설 수 없었던 말리가 암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숨은 이야기를 보게 해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부수적으로 얻게 된 아름다운 수확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입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나'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우리'라는 더 큰 명제 속에 '나'를 집어넣고 싶은 얄팍한 열망입니다) 바깥으로 드러난 이야기나 사건으로 한 사람을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사람을 오해합니다. 사람은 하나의 이야기나 사건보다 훨씬 복잡하고 거대한 존재입니다. 그(그녀)를 둘러싼 역사, 사회, 문화 배경을 살펴보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보려는 시도가 있을 때 비로소 그(그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를 외면합니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는 이 진리를 다시금 소환합니다. 바깥으로 드러난 위인의 삶 그 이면의 삶에 주목하게 하면서 위인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듭니다. 오해를 이해로 바로잡아줍니다.

여기서 배운 통찰을 우리('나')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으로 가져오면 어떨까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갈등과 분열의 골이 깊고 넓은 시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건과 사고는 끊이질 않습니다. 코로나는 가뜩이나 창궐하는 갈등과 분열의 불꽃에다 기름을 들이부은 격입니다. 쉽게 누군가를 판단하고 비난하기 바쁜 또 빠른 시대, 키보드로 사람을 음해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가 누군가의 삶을 더 깊숙하게 들여다본다면 오해는 이해로 바뀌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갈등과 분열을 뛰어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의미에서라도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는 이 시대의 필독서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3 - 중세에서 온 선생님과 무시무시한 박람회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3
앨리스 해밍 지음, 마이크 가튼 그림, 민지현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달 전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1편을 읽었습니다. 5학년 B반 학생은 특별한 학생으로 구성된 특별한 반입니다. 보기에 따라 사고뭉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보기에 따라 다양한 개성으로 서로를 돕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멋진 친구들로 가득한 반이기도 하지요. 첫 번째 책에서는 새로 오신 선생님과 함께 원시시대 체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야말로 기막힌 체험활동이었지요. 어려운 시간을 겪으면서 알로는 반 친구들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친구들의 장점과 남다른 능력을 메모해 두었습니다. 서로의 다른 점과 장점을 사용해서 어려운 순간을 극복한 모습이 아직 생생합니다.


이번에 읽은 메모왕 알로 이야기는 3번째 이야기이며 중세에서 오신 무섭고 특이한 선생님과 무시무시한 박람회 이야기입니다. 제목만으로도 흥미진진해 보이며, 이번에 알로와 그의 친구들이 어떤 모험을 할지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이번에 새로 오신 5학년 B반 블랜드 선생님은 표정도 없고, 엄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컬러를 싫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교실을 온통 잿빛으로 바꾸고 나무 책상으로 바꾸었습니다. 식단도 자기 마음대로 바꾸고, 운동장에서 노는 시간에도 남녀를 따로 구분해서 놀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자행할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자기 생각대로 바꾸려고 했습니다. 예산 절감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학생의 권리나 인권을 철저하게 유린(?) 하려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위블리 교장선생님은 블랜드 선생님에게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주인공 5학년 B반 학생들은 이번에도 자기들만의 계획을 세웁니다. 할로윈 행사를 열어 돈을 모으고 모은 돈으로 교실을 알록달록하게 꾸미는 계획입니다. 블랜드 선생님은 반대했지만 위블리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셔서 어렵사리 계획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업무를 정확하게 나누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블랜드 선생님과 그의 아바타(?)라 부를 수 있는 토니 아베스는 5학년 B반 학생의 계획을 망가뜨립니다. 할로윈 박람회를 통해 자신의 야심을 이루려 합니다.


위기의 순간 메모왕 알로와 5학년 B반 학생들은 기지를 발휘하여 블랜드 선생님의 음모를 낱낱이 공개합니다. 토니 아베스의 정체도 드러냅니다. 역시 이번에도 5학년 B반 학생들은 서로를 돕고, 서로의 재능을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합니다.




지난번 책을 읽으면서 나의 초등학교(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시절을 상상했고, 이번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3편을 읽으면서도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나의 아들 유건이가 5학년이라는 것도 떠올랐다. 나의 아들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친구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지, 반 친구들의 장점을 발견하고 존중하는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빠로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고 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다음 번 시리즈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다음엔 또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 어떤 여행과 모험을 떠나게 될지, 다음엔 또 어떤 기지를 발휘하고 어떻게 협력해서 어려움을 극복할지 궁금합니다. 그러고 보면 자라는 나의 자녀와 우리의 자녀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더없는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복잡하고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녀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선생님과 함께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서로의 장점과 능력을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며, 서로 도우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를 읽을 때마다 이 생각이 저절로 솟아오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은 당연히 메모왕 알로 시리즈입니다.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저자: 앨리스 해밍
출판: 아름다운사람들
발매: 2021.06.17.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저자: 앨리스 해밍
출판: 아름다운사람들
발매: 2021.07.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을 만든 사람들 - 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과학에 젬병입니다. 중고등학생 시절을 지나면서 유일하게 '생물' 수업을 좋아했습니다. 다른 과학 과목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어려웠습니다. 무슨 말인지 개념조차 잡기 힘든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어느 시점엔가 인체의 신비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인체의 신비'전을 보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DNA와 게놈 프로젝트 등이 더 발전하면 인류가 상당수 질병을 극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서는 천문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하늘과 하늘 너머 저 광활한 우주가 궁금했습니다. 별과 별자리 은하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도대체 상상을 초월하는 이 우주는 어떻게 생겼으며,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양자물리학도 흥미를 끌었습니다. 마블 시리즈를 보면서 그 안에 얽혀 있는 양자물리학 이야기가 마음을 자극했습니다. 인터스텔라를 보면서도 같은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과학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게 과학은 어려운 무엇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지의 영역입니다. 궁금하고 더 알고 싶지만 나의 지성으로는 너무나 버거운 어떤 것입니다. 이런 나의 호기심과 관심을 단번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과학을 인문학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과학을 만든 사람들]이란 책입니다.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저자 존 그리빈의 생각과 사상, 이 책을 이해하는 핵심 문장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 존 그리빈이 어떤 관점으로 과학사를 썼는지 보여주는 문장이며, 이 책을 이해하는 키워드와 같은 문장입니다.

과학자와 각 과학자 세대는

자신의 시대라는 맥락 안에서 존재하고 활동하면서

그 시대에 쓸 수 있는 기술의 도움을 받고 그전에 이루어진 것을 바탕으로 삼지만,

기여할 때는 개인으로서 기여하게 된다.

과학을 만든 사람들 912p.

벽돌처럼 홀로 우뚝 서 있을 수 있는 이 두꺼운 책의 저자 존 그리빈이 이 방대한 책을 집필할 때 핵심 사상으로 삼은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이기 때문에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과학자의 면면을 필연적으로 살펴볼 수밖에 없는 책입니다. 각 과학자가 이루어낸 개별적인 업적, 모두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업적을 주도 면밀하게 살펴봅니다. 그러나 존 그리빈은 과학자의 업적을 주목하지만 각 과학자의 개별적인 능력이나 천재성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나의 시선에서 볼 때는 의도적으로 각 과학자의 천재성과 능력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굳이 그 사람이 아니어도 누군가가 그 업적을 이루어 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시기적으로 조금 더 늦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과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과학자, 기념비적인 업적을 이룬 과학자가 있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그럼에도 저자 존 그리빈은 그 영역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칩니다. 과학 자체가 개인적인 영역이 아니라 공동체성을 가진다고 주장합니다. 과학자 자체가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과학은 주관적인 사실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객관적인 학문을 다루는 장입니다. 즉 어느 영역에서도 과학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며, 무의 상태에서 유를 창조한 영역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과학사를 보면 과학적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때 천동설을 주장했던 사람이 대세였다는 것만 보아도 이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미경이 발명되기 전엔 의사가 손을 씻지 않아 생명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학이 발전하면서 과거에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엎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의 과학자들이 과거의 유산 없이 독자적으로 이룬 업적이 아니라고 그리빈은 말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잘못된 과학 진리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과학 발전이 가능했고, 그 토대 위에서 잘못된 진리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부분을 힘주어 강조합니다.

자연스럽게 그리빈은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 이론에 거부합니다. 과학은 아무 토대 없이 어느 순간 혁명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과학자의 수고와 땀 위를 토양으로 삼아 점진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 존 그리빈의 주장이자 토대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과학사를 살피기 때문에 존 그리빈은 한 과학자의 대단한 업적을 저술하면서 주변 모든 상황을 다 담아냈습니다.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의 분위기와 가족, 또 그들이 받은 교육과 환경까지 섬세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한 명의 위대한 과학자가 배출되기 위해, 위대한 과학적 사실을 발견한 사람이 탄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땀이 스며들어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존 그리빈의 [과학을 만든 사람들]은 과학사를 다룬 책이면서 동시에 인문학 서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성숙하고 진보한 데는 결국 인문학적 환경이 뒷받침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존 그리빈은 보여줍니다(저자 존 그리빈이 이것을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나의 시선에서는 그렇게 보였고,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과학사를 다룬 책은 그리스 시대의 과학으로부터 출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학의 시작을 고대 그리스 시대로 잡는 셈입니다. 어쩌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만 보아도 그 안에는 너무나 복잡한 수학과 과학이 담겨 있으니 그때부터 과학사를 다루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빈은 본격적으로 이성이 발전하고 과학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과학사를 저술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진정한 과학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자 존 그리빈이 과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과학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틀입니다.


책의 흐름을 보여주는 큰 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부: 암흑시대를 벗어나다

제2부: 기초를 놓은 사람들

제3부: 계몽시대

제4부: 큰 그림

제5부: 현대

목차가 보여주듯 르네상스(암흑시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과학사를 조목조목 다룹니다. 코페르니쿠스로부터 시작해서 내우주 외우주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과학사의 영역을 빼곡하게 다룹니다. 여기서 저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부분은 코페르니쿠스는 실험조차하지 않은 과학자라는 사실입니다. 흥미롭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하고, 사뭇 코페르니쿠스가 대단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가 의사였다는 것과 폴란드 프롬보르크 대성당의 참사 회원이 되었다는 점, 그래서 평생 일하지 않아도 급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생활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천문학에 관심을 계속 쏟을 수 있었습니다. 이 역시 단순히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사회제도의 뒷받침 속에서 천문학을 탐색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존 그리빈은 해석합니다.


서점에 가서 보시거나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해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벽돌처럼 홀로 유유자적하게 서 있을 수 있는 두꺼운 책입니다. 과학사라는 접하기 쉽지 않은 장르를 다루었다는 점도 특별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탁월한 과학자라고 부르며 흠모하거나 추켜세우는 인물의 업적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주변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일종의 야사처럼 보여서 읽는 맛이 좋습니다. 두께가 있다 보니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일 수 있을 듯합니다. 망설임과 두려움을 뚫고 책을 집어 들어 펼쳐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책은 두껍지만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밌습니다. 인류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사람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의 이야기까지 읽을 수 있어서 입체적으로 과학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대단한 과학자가 홀로 대단한 업적을 이루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것 역시 과학의 발전에 적은 부분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과학을 만든 사람들]은 책꽂이 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어도 좋을 책이며, 언제든 펼쳐서 읽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책을 출간해 주신 진선북스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 책은 진선북스에서 지원받았으며, 저의 시선에서 솔직하게 리뷰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