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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바라사나

원래 그들은(혹은 사람들은) 서로 존경한다‘라는 의미의 동사입니다.
더 나아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통한다‘라는 의미도 나타내요.
지금은 옆에 없지만 느낄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말이지요.

세상에는 약 7,000가지의 언어가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얼마나많은 언어를 알고 있나요. 사용 규모가 큰‘ 언어와 작은 언어는 있지만 우월한 언어와 열등한 언어가 있는 건 아닙니다. 

언어는 저마다의세상을 내다보기 위한 독특한 창문입니다. 어느 하나도 같은 창문이없으며 이를 통해 삼라만상을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동등한 가치를 지닙니다.

루루흐

농사는 자연과의 대화.
열심히 한다고 언제나 결실이 약속되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풍작은누구에게나 기쁨을 주고, 웃음 짓게 합니다.
와, 올해는 옥수수가 ‘루루흐‘로구나!

샤타 슈 마유

직역하면 ‘개구리가 달을 삼키는 것.
다양한 동물이 세계 각지에서일식이나 월식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징포어 세계에서는 개구리가 범인이에요.

히라이스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지요.
이제는 닿을 수 없다는 그리움이 애달프기에그토록 잊기 힘들어지는 걸까요.

망파

"망파(좋은 꿈 꿔)!"
밤에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입니다.
흔한 좋은 밤 보내라는 인사보다 한결 근사해 보입니다.
또 만나. 좋은 꿈에서 보자.

마라마라크

빈둥거리는 모양 혹은 탐식하는 모양.
해서는 안 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라마라크 하고 말지요.
일요일 아침에는 아버지가 집에서 마라마라크,
오후에는 푸드 코트에서 아이들이 마라마라크.

볼트가이

직역하면 있는 그대로 두어라.
초원 가까운 곳에서는안장을 얹지 않은‘이라는 의미를 지닌 형용사나 부사로도 쓰여요.
말 위에서 생활하는 민족은안장을 얹는 행위로 말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말을 타고 한평생을 달립니다.

시마나

내리고 있는 눈, 쌓인 눈, 나무에 내려앉은 눈, 녹기 시작한 눈우일타족은 눈을 세세하게 구별합니다.
한 해의 절반이 눈과 얼음으로 덮이는 세계에서오랜 세월 생활한 만큼 눈을 구별하는 일은 중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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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다는 말을 소리 내는 것만으로도 해를 바라볼 때 시큰한 눈의 느낌이 떠오르는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오히려 눈물을 참는 게 아니라 흘려야 할 때 흘려주는 거다’

감정이 탄생하는 순간을 상상해보면 단어의 속성이 더 와 닿는 경우가 많다. 어떤 감정은 아래에서 위로 나무처럼 자라고, 또 어떤 감정은 위에서 아래로 비처럼 내린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아래, 위로 다르게 탄생하는 감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랑과 행복은 비처럼 내려오는 감정들이다. 나의 의지로써가 아니라 누군가 갑자기 연 커튼 너머 햇살처럼 쏟아져 내린다

외동딸, 외동아들에 붙는 ‘외’자가 앞에 붙는 말이다. 즉 ‘혼자’, ‘하나 됨’을 표현한다. 그러나 인간은 사실, 당연히 외롭다. 외로움이라는 말이 가진 서러운 감정을 차치하고서 말이다

나에게 외로움은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기억’은 ‘추억’에 비해 감정이 덜 관여돼 있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은 있지만, ‘나쁜 추억’은 아귀가 틀어져 있는 말이다. 따라서 ‘추억’은 ‘좋은, 아름다운’ 같은 수식어를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추억이 인화되어 액자에 넣어진 사진이라면, 기억은 잘려져 나온 디지털 사진이다. 잘리기 전의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확대해서 들여다보면 몰랐던 것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모든 추억은 결국 기억의 흔적이

자존감은 근육 같은 거예요. 한 번 높아지면 계속 높아져 있는 게 아니죠. 그냥 높아질 때도 있고 낮아질 때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근육처럼 키워야 해요. 가끔 약해졌을 때는 또 쉬었다가, 다시 운동해서 키우고, 그렇게 반복하는 거죠

우리 서로 마주친다면, 다정하게 서로의 자라지 못한 부분을 안아주기로 하자.

나이 듦에는 분명 혐오감이 팽배한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커서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대개의 어린이들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받는다. 사실 그때는 ‘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뭐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흐릿하다

마음이 하는 모든 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이끌 듯 꿈도 그렇다.

유난스럽다
그건 당신이 특별하다는 뜻

수많은 무안한 순간들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유난스러움을 지켜준 나에게 새삼 고맙다. 보통 유난스러운 게 아닌 덕이었는지, 수치심에 취약한 나임에도 불구하고 꺾이질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나의 성향이 결국, 작사가가 되는 데 큰 몫을 했을 테니 말이다. 생각건대, 유난스럽다고 지적받은 적이 있다면 그 부분이 바로 당신을 빛나게 해줄 무언가일 것이다

명상을 할 때 호흡에 집중하는 것을 초보에게 권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 즉 완벽히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일 중에 호흡이 대표적이기 때문이란다

나의 인생을 극으로 본다면 작가는 나고 주인공도 나다. 작가가 위기에 빠진 주인공 곁에 같이 앉아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하고 발을 동동 굴러선 안 되는 법이다

나는 세상은 방구석에서 뭐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모든 걸 바치는 덕후들과 무리에서 늘 튀어가며 소리쳐준 나대는 이들로 인해 변해왔다고 믿는 사람이다.

우리는 각자 고유한 ‘나’임에 틀림없지만, 세포분열을 하듯 수많은 상황 속에 각기 다른 ‘역할’로도 존재한다

겁이 많은 자들은 지켜야 하는 것들의 가치를 아는 자들이다. 또 자신과 얽힌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일에 대한 신중함이 있는 자들이다.

사람은 본인 고유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특별한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늘 말하곤 한다. 그러고는 정작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배척한다.

이것은 낯선 생명체를 거부하는 동물적인 본능에서 기인한 습성이겠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그 본능을 이성으로 거를 수 있어야 함에도, 자주 그러기를 실패한다. 그리고 반짝이는 그 특별한 사람을 성의 없는 한 마디로 정의해버린다. ‘이상하다!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어봐야 우리는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판단력을 가질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내 언어의 나이 듦을 인정하던 순간은 유쾌하지 않았다

인간은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동시에, 그 안정이 오면 회의감을 느낀다. 나는 내심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스케줄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내가 어딘가 잘못된 것만 같아서 이런 말을 하지 않던 때가 있었다

이 쳇바퀴가 문득문득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떠올리는 건 언젠가 깨달은 이 생각이다.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다.’"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있어야지만, 잠시 그곳을 벗어날 때의 짜릿함도 누릴 수 있다. 마치 월요일 없이 기다려지는 금요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자존심이 꺾이지 않으려 버티는 막대기 같은 거라면, 자존감은 꺾이고 말고부터 자유로운 유연한 무엇이다

내가 생각하는 스스로가 대견한 순간은 굉장히 작은 것들이다

이 정도는 당연하다 생각해서 스스로를 칭찬해주지 않았던 깨알같은 장면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고요히 자신을 토닥여주는 습관을 가져보자

‘아, 내가 연애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어떤 문제가 연애를 통해 지속해서 같은 문제로 발현되고 있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건 달콤하고 좋아서가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자기의 내면을, 방치되어 있던 모습들을 다 끄집어낼 수 있는 행위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에요.

"탱고는 실수가 나서 발이 엉키거나 스텝이 꼬이는 것, 그것조차도 탱고다."

그러니까 연애에 실패하신 모든 분들, 그것조차 다음 사랑이 시작되는 하나의 조각이라고 생각을 하시면서 ‘그래, 어떻게 보면 우리는 모두 이런 탱고 속에 살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저는 중력이라는 작용이 반드시 지구가 아니어도 ‘어떠한 사람이 나의 발을 땅에 붙이고 살게 하는 존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잠깐 지나가다 날씨가 너무 좋은 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가 우연히 어딘가에서 나오고 있을 때, 그 순간이 엄청난 행복이기도 하잖아요

음악은 때로는 마법 같아요. 그냥 집 앞에 빵 사러 나갔다가 들어오는 중에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면 제 앞의 장소가 뮤직비디오가 되어버리거든요. 별거 없는 내 하루가 그 한 곡으로 인해, 영화처럼 변하는 거예요.

흔히 향기에는 기억이 함께 담긴다고도 하는데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의 창업자인 에드윈 캣멀. 누군가가 "매번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이 뭔가요?"라고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 대답은 의외였어요.

"어떤 작품이든 시작할 땐 다 형편없죠. 매일 하는 회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사실 대부분은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괜찮아요.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수정하면서 더 분명한 형태로 진화하니까요."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약한 모습을 한 부분씩은 가지고 있다는 말이겠죠.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약한지 모르는 한편, 우리는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지 가끔 잊어버리는 거 같아요.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이 파이만 해도 그렇죠. 매일 밤 치즈케이크와 애플파이는 다 팔리고 없지만, 이 블루베리파이는 고스란히 남아 있잖아요." 여자의 말에 남자가 대답합니다. "블루베리파이는 잘못이 없어요. 사람들이 그냥 선택하지 않은 것뿐인데 파이를 탓하면 안 되죠. 헤어짐이라는 건 꼭 누구의 잘못 때문에 일어나는 건 아니죠. 그냥 마음이 끝났을 뿐인데."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소소한 일탈을 해라. 그러면 행복해진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일탈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늘 먹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고,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던 음악 장르를 들어보는 그런 소소한 일탈들이 모여 단조로운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겁니다.

당신 마음의 나이는 몇 살이세요?"라고 물어보면 어떤 숫자가 나올 거 같으세요?

나의 유난스러움이란 대체로 쉽게 요동치는 감정에 있었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상처받기 일쑤인 나의 성향은, 언뜻 섬세하고 좋은 면인데 뭐가 어떠냐 싶기도 하겠지만 ‘오버를 한다’는 지적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유난스러운 자들이여, 온 힘을 다해 스스로의 특별함을 지키자

참 아이러니하다. 오직 현재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우리인데 정작 생각은 주로 미래나 과거에 갇혀 있으니 말이다

신기한 것은 ‘걱정을 하고 있는 나’를 인지하는 것만으로 실제로 스트레스가 반은 넘게 사라진다는 거였다. 현재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 어쩌면 명상은 그걸 위해 하는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된 다음, 주인공을 위한 최선의 다음 화를 써내려가보는 거다. 주인공이 방치될 순 없으니까

나댄다는 말만큼 앞뒤 맥락 없이 찬물 끼얹는 말이 있을까. 순식간에 한 사람은 쭉정이가 되고, ‘나댄다’며 손가락질하는 이들은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무리’가 되는 마법의 말

모두에게, 모든 곳에서 온전한 나로서만 존재한다는 건 아주 이기적이어야 가능하다. 배려하기에, 사랑하기에, 책임이 있기에, 히스토리가 있기에 우리는 종종 다른 모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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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도쿄대생이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독해할 수 있는 까닭은, 독서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글 바깥에서 힌트를 얻는능력 덕분이다. - P26

책의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어떻게 읽는것인가 하는 세 번째 단계가 아니라 그 책을 읽기 위한 적절한힌트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네 번째 단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힌트를 찾아야 할까? 그 방법을 지금부터 알아보자. - P26

메모를 남겨 목록으로 만들어두자

가설세우기 1. 목표적기(포스트잇)

왜 이 책을 골랐는가
어떤 지식을 얻기 위해 샀는가


가설세우기 2. 목표를 어떻게 실현할지 경로 생각

<> 이 목표를 세단계로 나눠 설명하는군
-
-
-

이걸 알면 목표 달성!
이런식

가설세우기 3. 자신의 위치

책 읽기 전 모습
자신의 위치

가설세우기 4. 실제 읽으며 가설과 다른 부분 수정

지도 갱신
수정

책의 전체상을 이해하며 독해

참고로, 이상의 궤도를 포스트잇에 정리해두도록 했는데 포스트잇은 면지에 붙여두고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게 하자.
그것을 지도처럼 몇 번이고 다시 보며 수정하고 가설을 검증하면서 끝까지 읽어나간다면 가설 세우기는 완벽하다.
- P47

나도 한때는 늘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목표를 잡았다. 책을 읽을때도 심리학을 전혀 모르는 상태이니 심리학에 대해 조금 아는데 만족하자는 식으로, 목표를 실현 가능한 정도로만 설정했다.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자세는 자신의 가능성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읽으면 심리학에 대해 매우 박식해질지도모르는데 목표를 자신에게 가깝게 설정하면 절대로 그보다 멀리 나아갈 수 없다.
- P48

책이란 멀리 나아가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어느 분야에 해박하고 지금의 나와 멀리 떨어진 저자가 이 책을 읽으면 저자에게가까이 올 수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책이다.
- P49

일부만 재미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와 마찬가지로 책은전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 P50

하물며 책이란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법이다. 한 페이지만 독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200페이지 중에 그 한 페이지가 어떤위치에 있는지, 그 한 페이지가 전체의 일부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
- P51

그냥 읽지 말고 취재하자 - P53

기자의 자세로 읽으면
기억도 이해도 깊어진다 - P53

글을 잘 읽는 사람은 독자가 아니라 기자가 된다. 독자는 그저글자를 볼 따름이지만 기자는 맞장구를 치면서, 질문을 생각하면서, 때로는 메모를 하면서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인다.
- P55

수업을 보기만 해서는 내 것이 되지 않듯, 책을 읽기만 해서는 책의 내용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제대로 책을 이해하려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읽어야 한다.
- P55

요컨대 기자가 되면 단순한 사실에 감정이라는 이름의 ‘색‘을입힐 수 있다. 무색투명하기만 한 사실뿐인 글보다도 감정으로색을 입힌 글이 이해하기 쉽다. 글에 빨간색 글자가 있으면 ‘아,
이 부분이 중요하구나‘ 하고 이해하기 쉽듯이 말이다. 마찬가지로 색이 입혀져 있는 글이 단순한 사실로서의 글을 읽는 것보다이해하기 쉽다.
- P60

흔히 ‘글의 흐름이 이해되지 않는다‘ ‘논리 전개가 읽히지 않는다‘라고 한탄하는데 그것은 감정을 읽어내지 못하고 글을 그저 사실의 나열로 보는 탓이다.
- P61

"그런가 보군‘ 하고 말뿐이라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식하지않겠지만, 질문을 가지면 그다음 문장이 답으로서 의미를 갖게된다. 주어진 글을 앞에 두고 그런가 보군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그저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나열된 글자를 보고 정보를 얻을 뿐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왜 그럴까? ‘왜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하고 항상 질문을 생각하면서 읽는 자세다.
- P64

어떤 책, 어떤 글이든 질문을 갖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 아니다 - P65

정보와 지식은 다르다 - P65

이 정보가 어떤 의미이며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하고 어떤의미를 갖는가, 그런 것을 음미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정보‘를 ‘지식‘으로 바꿀 수 있다.
- P66

‘이 책을 읽고 리포트를 쓰시오‘라든가 ‘이 수업 중에 나온 물음에 대한 답을 정리하시오‘라는 과제를 내면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할 것 같지만, 주제를 설정하지 않고 오히려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의문을 생각하고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학생 스스로 그 학문에 관한 심층적 의견을 갖거나심층적으로 사고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얻을 수 있는 정보량 자체는기가 많지만 생각하는 힘, 의견에 깊이를 더하는 힘은 추궁하며,
읽기‘를 통해 더욱 기를 수 있다.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방식을 터득함으로써 자기 나름대로 주제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질문하며 읽

의문을 품는다 -> 스스로 생각한다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한 번 지나쳤던 내용 중에서, 스스로 해답을 상정하지 않은 채 의문을 만들고, 나아가 그 해답을찾아보는 습관을 기른다.
- P82

여러분은 책을 읽을 때 가장 주의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도중에 잘못 읽는 것?, 전에 읽었던 내용을 잊어버리는 것?
아니, 틀렸다. 정답은 ‘이해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인간은 책을 읽으면 이해한 듯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 P85

정리하며 읽기로
책을 한마디에 담는다

정말 이해했는지는 짧은 말로 전달할 수 있는가‘, 즉 요약할수 있는가‘로 알 수 있다.  - P86

짧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인식한다.  - P88

책은 생선이다 - P90

글도 마찬가지다. 어떤 글이든 어떤 책이든 처음부터 끝까지하나의 뼈대‘가 되는 ‘주장‘이 관철되어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뼈대가 되는 주장에 갖가지살이 붙어 있다. 앞서 소개한 예시나 근거 등이다.
- P93

뼈와 살 분리하기

저자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난 문장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읽어나가는 것이다 - P95

뼈와 살을 제대로 분리해야, 즉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무엇인지 이해해야 비로소 자기 의견을 만들 수 있다.
- P96

훈련이라는 말에 걸맞게 이 기술에는 조금 번거로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훈련이니 당연하다. 저절로 할 수 있게 되면 이 훈련은 필요 없다. 요약과 추측을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실천해보자.
- P99

처음에는 한 단락 분량으로 실천하고, 한 챕터를 140자 이내로 정리할 수 있도록 훈련하자. 익숙해지면 한 단락 분량은 건너뛰고 한 챕터 분량만 훈련을 계속해서 한 권을 요약해보자.
- P101

요약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게 적자, 예를 들어 뼈와 살을 분리하는 것이 정리하며 읽기‘라는 구절을 볼 때 이 책을 읽은 사람이아니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요약이라는 것은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중학생도 이해할 수있도록 쓰면 정확도가 훨씬 높아진다. 반드시 ‘누가 봐도 이해할수 있도록 정리하자.
- P101

일본어는 신기하게도 ‘~다‘ ‘~인 것이다‘라는 표현보다 ~가아닐까?‘ ~하지 않은가?‘라는 식으로 약간 자신 없는 듯 표현하는 게 더욱 강한 의미를 가질 때가 많다. 속는 셈 치고 확인해보자, 꽤 많은 문장에서 이런 경향을 찾을 수 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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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시간에 한 번씩 옥세틴을 먹는지 꼭 확인하세요. 오랫동안 혼자 두지 마시고.‘
- P139

"나도 사랑해."
그렇게 말하며 브래드를 본다. 늘 그랬듯이, 무슨 질문의 답인 것처럼,  - P140

브래드는 나를 보고, 싱긋 웃고, 다시 앞쪽의 도로로 눈을 돌린다.
이런 일들이 브래드에게는 일상이 예전으로 돌아갔다는 의미일것이다. 브래드는 지금 자기와 이야기하는 여자가 이때껏 알고 지낸 그 여자라고,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주말을 맞아 짧은 휴가를 보내러 보스턴에서 출발한 부부일 뿐이다. 펜션에 머물며 박물관에 들르고 오래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 P140

그것은 사랑의 알고리즘이다 - P140

"로라는 영어 단어 약 2000개를 구사합니다. 의미와 문장 구조에맞춰 사용하도록 접두사 및 접미사도 코딩되어 있지요. 로라가 하는 말은 ‘문맥 자유 문법에 따라 제어됩니다."

- P143

"무슨 말이냐면, 로라는 입력된 적이 없는 문장을 만들 줄 알고,
그렇게 만든 문장은 문장 단위로 자동 교정된다는 뜻이지요." - P143

생명이 없는 물체가 지적 행동을 하는 광경을목격했을 때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반응했다.  - P145

옥세틴을 먹으면 똑바로 생각을 하기가 힘들다. 
내 머릿속에는 벽이 있다.
생각 하나하나를 만족감으로 감싸 버리려고 하는, 뿌연 벽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기억이라도 나면 좋을 텐데,
- P147

익숙한 일상 때문에 모든 것이 더 진짜처럼 느껴졌다.
- P147

우리는 집에서 싸웠다. 밤이면 밤마다 내가 에이미를 만들어야하는 이유 마흔한 가지를 대면 브래드는 우리가 그러지 말아야 하는 이유 서른아홉 가지를 댔다. 우리는 회사에서도 싸웠다. 사람들은 손짓으로 사납게, 그러나 소리 없이 서로를 비난하는 브래드와나를 유리 문 너머로 가만히 지켜보았다.
- P151

세상에 나 같은 여자가 얼마나 많을까? 나는 무언가 품에 안을 것이 필요했다. 말하기와 걷기를 학습할 줄 아는 것, 내게 ‘안녕‘이라고 인사해 줄 만큼만, 내 귓가의 울음소리를 잠재울 만큼만 성장하는 것. 하지만 진짜 아이는 아닌 것. 살아 있는 다른 아이를 데리고살 자신은 없었다. 그건 배신처럼 느껴졌다.
- P153

인조피부 조금, 합성 고분자 겔 조금, 알맞은 수량의 모터와 영리한 프로그래밍 능력을 잔뜩 동원하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기술로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일.
- P153

나는 또다시 울음이 터졌다. 이런 식의 이해, 이런 식의 고통. 이런 것이 사랑의 정체일까?
- P154

가끔은 천박한 농담이 가장 좋은 치료약이었다 - P154

하지만 내 얼굴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다. 피부 뒤에 진짜는 아무것도 없다. 그 고통, 사랑을 진짜로 만드는 그 고통, 그 이해라는 고통은 어디로 갔을까?
- P155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눈곱만큼도 의심치 않았다. 나는 우쭐해야 마땅했다. 내가 만든 인형이 현실에서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겁에 질렸다. 알고리즘이 지능 흉내를 내는데 아무도 눈치를 못 채는 것 같았으니까. 누구 하나 관심조차 안 보이는것 같았으니까.
- P158

그러나 이 과정에 관여하는 요소들, 즉 규칙과 사무원,
방 자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열띤 활동, 이들 가운데 한자를 단한 자라도 이해하는 요소가 있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사무원 대신 ‘프로세서를 넣고 규칙이 적힌 책 대신 ‘프로그램‘을 넣어 보면,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튜링 테스트는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하고, 인공지능이란 그저 허상일 뿐인 것을.
- P160

"만약에." 나는 적당한 표현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우리가단지 하루하루 어떤 알고리즘을 따르는 것뿐이라면? 우리 뇌세포가 단지 어떤 신호를 받아서 다른 신호를 찾을 뿐이라면?  - P160

우리가 생각이란 것 자체를 안 한다면? 
내가 지금 당신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지 미리 정해진 반응일 뿐이라면, 의식이 개입되지 않은 물리 법칙의 결과라면?"
"엘레나, 당신 지금 철학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어."
- P161

알고리즘은 미리 정해진 코스를 따라 실행되었고, 우리의 사고는, 그 알고리즘을 차례로 따라갔다. 제 나름의 궤도를 따라 회전하는 행성처럼 기계적으로, 예측대로, 알고 보니 시계공이 곧 시계였던 것이다.
- P162

남편의 눈에 내가 찾던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해의 빛이 보이지않았다.
- P163

"당신이 이러는 건 그냥 집착이야. 정신을 당대에 유행하는 기술하고 연관시키는 건 유사 이래 언제나 있었던 일이라고, 마녀와 악령을 믿던 시절에 사람들은 우리 뇌 속에 조그마한 인간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어. 방직기와 자동 피아노가 등장하고 나서는 뇌가 하나의 기관이라고 믿었고, 전보와 전화가 생기자 그때부터는 뇌를무선 연결망으로 인식했지. 지금 당신은 뇌를 컴퓨터로 여기는 것뿐이야. 그만해. 그건 착각이야."
- P163

내 생각에 이 아픔은 진짜다. 아픔을 만드는 알고리즘은 없다. 나는 손목을 내려다보고, 거기 나 있는 흉터에 흠칫 놀란다. 너무도 익숙하다. 전에도 해 본 적이 있는 것처럼, 가로로 난 흉터, 벌레처럼징그러운 분홍색 흉터들이, 나를 실패자라며 비난한다. 알고리즘에생긴 버그들이,
- P164

나는 브래드를 보며 그가 말도 못 하게 고통스러우리라 믿는다.
내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믿는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못한다. 우리 사이에는 심연이 있다. 그 심연이 너무나 넓어서 나는그의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그 역시 나의 아픔을 못 느낀다.
- P165

4. 사랑의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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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의 존재라는 것이 어쩌면 파동이겠구나!

누군가와 통한다는 것을 "쟤랑 나랑은 코드가 맞아, 주파수가 맞아"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관계라는 것은 파동의 만남이고 그 파동이 서로 박자를 맞추어가는 것이, 우리가 한 사람과 긴 길을 오랫동안 걷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그런 모양새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에 부등호를 붙일 생각은 없다. 이 둘은 맞닿아 있는 듯 완벽하게 다른 세계를 빚어내는 감정이며 그저 ‘좋아한다’는 마음이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지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연인 사이에 사랑의 속성 중 하나는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라는 건 빈 곳이 느껴진다는 것, 다시 말해 이곳이 당신으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실망이라 함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상한 마음’이 아니라 ‘바라던 일’이다.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고유의 모양으로 존재하는데,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그렇다. 나의 경험치와 취향, 태생적 기질 등이 빚어낸 지극히 사적인 시선으로 서로를 볼 수밖에 없다

어디에나 맞는 만능 퍼즐조각이 없듯, 이렇게 각자의 모양으로 존재하는 우리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완벽하지 않다.

때로 기대는 실망을 낳고, 오해나 편견이 호감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오래된 관계는 이 두 감정이 교차, 반복되다가 찾은 평균점 같은 것이 아닐까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 미움받을 용기까지는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나의 인생관이다.

결정적으로는 그 사람이 좋은 게 아니라 그 사람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거죠. 그때 느끼는 벅참이 있잖아요. 저도 그럴 때 벅참을 느끼는 거 같아요. 함께 있기만 해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그 순간 비로소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또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당신 곁의 수많은 거울들을 떠올려보라. 어떤 거울 앞에서 나는 가장 괜찮은 사람이었는가?

소중한 사람일수록 잘 바라보아야 한다. 세심히 살펴야 한다. 무언가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한 발자국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당연히 잘 안다고 여기는 순간, 관계는 V3가 깔리지 않은 컴퓨터가 된다

다시 말해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야’라고 알리는 행위가, 선을 긋는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지도를 떠올려보자. 꼬불꼬불한 선으로 나뉘어 있는 수많은 국가들은, 선이 있다고 해서 서로 단절된 관계들은 아니다. 한 예로 유럽의 경우 각국의 법령, 풍습, 기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차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지키기 위한 테두리로 그려져 있지 않은가

사람의 감정에도 시차가 있다. 감정이 빠르게 익는 금사빠가 있는 반면, ‘사랑’이라는 말에 걸맞을 만큼 달궈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연애는, 두 우주가 만나서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내는 또 다른 우주다.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선, 덜 구체적이고 넓은 테두리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착각.

그러나 ‘종이 변태’ 에피소드나 〈저녁하늘〉 일화를 통해 내가 배운 건, 공감은 오히려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즉 상황의 싱크로율이 같지 않더라도, 심지어 전혀 겪지 않은 일이라 해도 디테일한 설명이 사람들의 내밀한 기억을 자극해 같은 종류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공감을 사는 일인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감정서랍이 있다. 상황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질지라도, 그때 느낀 감정들은 어딘가에 저장이 된다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은, 잦은 빈도로 누군가를 향한 비난을 내포한다.

그런 이들의 "걔는 이해가 안 가"라는 말을 벌거벗기면 결국 그 말은 ‘걔는 잘못됐어’ 또는 ‘걔는 이상한 애야’라는 의미더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이 목구멍에 걸릴 때, 한 번쯤은 삼키고 생각해보려 한다. 이것이 물음표, 즉 의아함인지 아니면 비난의 느낌표인지. 그리고 내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이 상황이 내가 서 있는 위치, 다시 말해 나의 관점 때문은 아닌지.

이렇게 나의 관점을 의심하면 또 다른 관점으로 어떤 것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확실히 나의 세계를 확장하거나 견고히 해주었다

명확히 어른만의 언어인 말이 있다. ‘속이 보인다’는 말이 그렇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나의 촉으로, 또는 나의 경험치로 알 수 있는 것들을 퉁쳐 표현하는 말인데 아이들에게서 이 말이 잘 쓰이지 않는 건 아이들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만 보기 때문일 것이다.

가급적이면 좋은 걸 더 많이 보는 사람은, 아마도 안에 좋은 게 더 많은 사람일 테다.

인간에게 ‘객관적’ 시각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나의 좋은 면에 투영시켜 좀 더 나은 세상을 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어느 정도의 뒷담화는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벤틸레이션(ventilation: 환기) 역할을 해주거든요. 인간은 누구나 대놓고 말하긴 뭐할 정도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부적절한 것들에는 중독성이 있으며 중독성이 있는 것들은 습관이 된다는 사실이다.

일어나자마자 눈을 뜨고 핸드폰을 확인하는 일은 고역이다. 오전에 와 있는 문자들은 대체로 반가운 소식이 없다. 나랑 제대로 된 소통을 하는 이들은 오전에 문자를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과는 나의 의지로 할 수 있는 ‘행위’이지만, 억울함과 분노는 이성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미안하다’라는 말은 말꼬리가 길수록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말은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심어두는 거라는 깨달음을 준 누군가에게 다시 한 번 고개 숙이며.

다정한 사람들은 말수가 적다

누가 굳이 뭐라 하지 않아도 사람은 누구나 자기혐오의 순간을 겪는다.

못나고 부족한 것들이 크게만 보이는, 멘탈 면역력이 바닥을 치는 어느 밤. 악플 잠복균은 온몸에 두드러기처럼 올라온다. ‘어쩌면 그 사람 말이 맞을지 몰라’로 시작되는 자기의심은 대단한 속도로 혐오까지 달려간다

비난을 듣고 나면 처음엔 분개하고 방어하지만, 마음이 약해지는 날에 자꾸 스스로에게 화살을 쏘게 되는 비난의 말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악플의 내용은 잊힐지언정, 아팠던 기억은 남는다. 내가 친 바닥의 차가운 느낌은 선명히 떠오른다.

그래서 악플은 ‘표현의 자유’라는 알량한 말로 용납될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이 가장 약해진 순간,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태에 숨통을 조여오기에.

혹시 악플에 상처받는 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파본 적이 있다면, 좀 더 요란스럽게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말들을 써보기를 부탁한다.

그 한마디가 어쩌면 소중한 그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돈이 아니더라도 거스름돈과 닮은 것들을 꼼꼼히 챙기는 사람이라 함은, 돌아서 빈자리를 한 번 더 보는 사람이다. 구차해짐을 불사하고 생략되어도 무방한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는, 따스함이 있는 사람이다. 이는 아무도 캐치해주지 않는 나의 미세한 상처에 안부를 물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어쩐지 마음에 난 상처도 그럴 것 같다. 곳곳에 움츠러든 곳이 있는 사람들은, 귀신같이 서로를 알아본다. 상처가 하나도 없는 사람보단 나본 사람들이 훨씬 많기에, 우리는 저마다의 빅데이터에 근거해 상대를 대한다

선물이 선물인 이유는 바로 이 포장에 있는지도 모른다. 물건의 정체성은 그저 쓰임에 있다. 그러나 포장이 됨으로써 비로소 물건은 단지 물건이 아닌, 주는 이의 마음이 담긴 무언가로 탄생한다

일례로 조언이라는 게 그렇다. ‘선의’로 건네는 말이니 듣기에 조금 거슬리거나 아파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들 말하지만 이건 순전히 조언을 하는 자의 편만을 드는 이야기다. 진심의 ‘선의’란 게 있다면, 자신의 의도를 이런저런 표현을 동원해 정성스레 ‘포장’해 전달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하물며 몸에 좋다는 쓴 약도 캡슐에 담아 삼키는 마당에, 말에도 그만한 정성은 들여야 할 것이다

남녀노소를 떠나 내가 좋아하는 부류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염치’의 유무다. 염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하는 단어다. 나이가 들어가며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이 ‘염치’다

소중하다의 ‘소(所)’는 ‘~하는 바’, ‘~하는 것’ 등의 의존명사 역할을 하고 ‘중(重)’은 말 그대로 무거움을 뜻한다. 무거운 것을 손으로 받쳐 들려면 자연히 두 손을 쓸 테고 그 무게감 때문에 온 힘이 이것을 잘 잡고 지키는 데 쓰일 테니, 소중한 것을 가진 자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꽃을 보고 드는 반가운 마음은 이것이 곧 시들 것을 알기 때문이고, 청춘을 예찬하는 이유도 쏜살처럼 빨리 사라져버림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기에, 하루하루는 소중하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같이 이별에 가까워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개인으로의 매력을 유지하는 남녀의 공통점으로 ‘부끄러움을 잃지 않는 점’을 꼽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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