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간에 한 번씩 옥세틴을 먹는지 꼭 확인하세요. 오랫동안 혼자 두지 마시고.‘
- P139

"나도 사랑해."
그렇게 말하며 브래드를 본다. 늘 그랬듯이, 무슨 질문의 답인 것처럼,  - P140

브래드는 나를 보고, 싱긋 웃고, 다시 앞쪽의 도로로 눈을 돌린다.
이런 일들이 브래드에게는 일상이 예전으로 돌아갔다는 의미일것이다. 브래드는 지금 자기와 이야기하는 여자가 이때껏 알고 지낸 그 여자라고,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주말을 맞아 짧은 휴가를 보내러 보스턴에서 출발한 부부일 뿐이다. 펜션에 머물며 박물관에 들르고 오래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 P140

그것은 사랑의 알고리즘이다 - P140

"로라는 영어 단어 약 2000개를 구사합니다. 의미와 문장 구조에맞춰 사용하도록 접두사 및 접미사도 코딩되어 있지요. 로라가 하는 말은 ‘문맥 자유 문법에 따라 제어됩니다."

- P143

"무슨 말이냐면, 로라는 입력된 적이 없는 문장을 만들 줄 알고,
그렇게 만든 문장은 문장 단위로 자동 교정된다는 뜻이지요." - P143

생명이 없는 물체가 지적 행동을 하는 광경을목격했을 때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반응했다.  - P145

옥세틴을 먹으면 똑바로 생각을 하기가 힘들다. 
내 머릿속에는 벽이 있다.
생각 하나하나를 만족감으로 감싸 버리려고 하는, 뿌연 벽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기억이라도 나면 좋을 텐데,
- P147

익숙한 일상 때문에 모든 것이 더 진짜처럼 느껴졌다.
- P147

우리는 집에서 싸웠다. 밤이면 밤마다 내가 에이미를 만들어야하는 이유 마흔한 가지를 대면 브래드는 우리가 그러지 말아야 하는 이유 서른아홉 가지를 댔다. 우리는 회사에서도 싸웠다. 사람들은 손짓으로 사납게, 그러나 소리 없이 서로를 비난하는 브래드와나를 유리 문 너머로 가만히 지켜보았다.
- P151

세상에 나 같은 여자가 얼마나 많을까? 나는 무언가 품에 안을 것이 필요했다. 말하기와 걷기를 학습할 줄 아는 것, 내게 ‘안녕‘이라고 인사해 줄 만큼만, 내 귓가의 울음소리를 잠재울 만큼만 성장하는 것. 하지만 진짜 아이는 아닌 것. 살아 있는 다른 아이를 데리고살 자신은 없었다. 그건 배신처럼 느껴졌다.
- P153

인조피부 조금, 합성 고분자 겔 조금, 알맞은 수량의 모터와 영리한 프로그래밍 능력을 잔뜩 동원하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기술로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일.
- P153

나는 또다시 울음이 터졌다. 이런 식의 이해, 이런 식의 고통. 이런 것이 사랑의 정체일까?
- P154

가끔은 천박한 농담이 가장 좋은 치료약이었다 - P154

하지만 내 얼굴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다. 피부 뒤에 진짜는 아무것도 없다. 그 고통, 사랑을 진짜로 만드는 그 고통, 그 이해라는 고통은 어디로 갔을까?
- P155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눈곱만큼도 의심치 않았다. 나는 우쭐해야 마땅했다. 내가 만든 인형이 현실에서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겁에 질렸다. 알고리즘이 지능 흉내를 내는데 아무도 눈치를 못 채는 것 같았으니까. 누구 하나 관심조차 안 보이는것 같았으니까.
- P158

그러나 이 과정에 관여하는 요소들, 즉 규칙과 사무원,
방 자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열띤 활동, 이들 가운데 한자를 단한 자라도 이해하는 요소가 있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사무원 대신 ‘프로세서를 넣고 규칙이 적힌 책 대신 ‘프로그램‘을 넣어 보면,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튜링 테스트는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하고, 인공지능이란 그저 허상일 뿐인 것을.
- P160

"만약에." 나는 적당한 표현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우리가단지 하루하루 어떤 알고리즘을 따르는 것뿐이라면? 우리 뇌세포가 단지 어떤 신호를 받아서 다른 신호를 찾을 뿐이라면?  - P160

우리가 생각이란 것 자체를 안 한다면? 
내가 지금 당신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지 미리 정해진 반응일 뿐이라면, 의식이 개입되지 않은 물리 법칙의 결과라면?"
"엘레나, 당신 지금 철학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어."
- P161

알고리즘은 미리 정해진 코스를 따라 실행되었고, 우리의 사고는, 그 알고리즘을 차례로 따라갔다. 제 나름의 궤도를 따라 회전하는 행성처럼 기계적으로, 예측대로, 알고 보니 시계공이 곧 시계였던 것이다.
- P162

남편의 눈에 내가 찾던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해의 빛이 보이지않았다.
- P163

"당신이 이러는 건 그냥 집착이야. 정신을 당대에 유행하는 기술하고 연관시키는 건 유사 이래 언제나 있었던 일이라고, 마녀와 악령을 믿던 시절에 사람들은 우리 뇌 속에 조그마한 인간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어. 방직기와 자동 피아노가 등장하고 나서는 뇌가 하나의 기관이라고 믿었고, 전보와 전화가 생기자 그때부터는 뇌를무선 연결망으로 인식했지. 지금 당신은 뇌를 컴퓨터로 여기는 것뿐이야. 그만해. 그건 착각이야."
- P163

내 생각에 이 아픔은 진짜다. 아픔을 만드는 알고리즘은 없다. 나는 손목을 내려다보고, 거기 나 있는 흉터에 흠칫 놀란다. 너무도 익숙하다. 전에도 해 본 적이 있는 것처럼, 가로로 난 흉터, 벌레처럼징그러운 분홍색 흉터들이, 나를 실패자라며 비난한다. 알고리즘에생긴 버그들이,
- P164

나는 브래드를 보며 그가 말도 못 하게 고통스러우리라 믿는다.
내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믿는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못한다. 우리 사이에는 심연이 있다. 그 심연이 너무나 넓어서 나는그의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그 역시 나의 아픔을 못 느낀다.
- P165

4. 사랑의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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