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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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네거트 옹이 11일 돌아가셨다. 그렇게 가는 거지 .

산 자의 책을 읽다가 죽은 자의 책을 읽게 해준 보네거트 옹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렇게 가는 거지

   <제 5 도살장>이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잔인한 학살이 자행되거나 스릴러 물일줄 알았다. 책의 중반을 읽어가면서 이야기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쟁이라 나는 한 번도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다. 전쟁의 참혹함이란 그저 겪은 이들의 입에서 듣는 소리이거나 언론 매체들이 보여주는 전쟁의 긴박한 사오항과 폐허가 된 영상들 뿐이다. 이러한 간접 경험만으로도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구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쟁이란 참혹한 것이다. <제 5 도살장>은 전쟁의 참혹함이라는 것을 전방위적으로 다루지 않고 전체의 비극을 개인의 비극으로 한정시켜 보여준다. 빌리의 상태를 엿보는 우리는 이미 지구인이 아니라 트랄파도어인이다.

   전쟁에서 죽음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죽음을 애도한다. 인간의 통과의례인 생로병사의 네 단계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긴 것이 사 즉 죽음의 의식이다. 물론 이 것은 전쟁이 일어나는 시기가 아닌 평상시에나 쓰는 말이다. 전쟁 중에는 죽음이란 의미가 희석된다. 그저 흔한 일의 연속이라고 해야할까? 마치 공장에서 일하는 숙련공의 눈을 가지게 ㅗ딘다고 할까? 불량품과 정품을 골라내는 기계적인 눈을 가지게 된다. 이 책에서 죽음은 그저 <그렇게 가는 거지>라는 말로 마무리 된다. 누가 죽든 어떻게 죽든 그렇게 가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의 죽음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그저 일상다반사의 것으로 전락한다.

   "그렇게 가는 거지" 라고 말함으로써 무의미하게 만들고 일상적으로 만들어 버린 죽음이란 행위는 읽는 독자가 그렇지 않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가 아닐었을까? 어떤 사실에 대해서 세뇌적 작용이 일어나게 되면 그 것에 반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이지 않겠는가? 죽음이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라고 생명이 그렇게 가는 거지라는 말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죽음이라는 형태를 대량 생산해내는 전쟁에 대해서 생각해보길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빌리는 제 2차 세계 대전에 참가했다가 독일군에게 포로가 되어 포로 수용소에 수감되고 드라스덴이 폭격을 받은 상황에서 살아남아 전쟁 이전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것은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것일 뿐이다. 빌리는 이제까지 연결되어 연속성과 서사성을 지닌 기억을 갈갈이 찢기는 상처를 받는다. 시간성과 공간성의 상실이다. 빌리는 이것을 시간여행이라고 부르지만 이 것은 기억이 단편적으로 깨어지고 규칙없이 재배열돼서 생기는 정신착란의 다른 이름이다. 글로 만난 빌리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빌리를 만났다면 흥미가 아니라 두려움이 가득할 수 밖에 없다. 현대를 살면서 과거를 살고 과거를 살면서 미래를 사라아야하는 천형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천형을 살도록 한 것은 무엇인가? 빌리가 원래부터 이러한 천형을 받아야 하는 악인이었던가? 그는 그저 검안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있던 한 학생일 뿐이었다. 전쟁이란 외부적인 요인이 평온한 개인을 파멸로 몰고 간 것은 아닐까? 이러한 개인적 비극은 작게는 개인의 주위 가족의 비극으로 발전되고 국가 전체 인류 전체의 비극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개인적 비극이 멈추려고 하면 전쟁이라는 기저 요인이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트랄파도어인이 다시 쓴 성서의 한 구절을 인용해보자.

  "이 순간 이후 , 누구든 아무 연줄이 없는 부랑자를 괴롭히는 자는 무서운 벌로 다스리겠노라"

글을 읽는 동안 '국가의 거대 권력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구절이 계속 입가에 맴도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거대 권력 앞에서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있고 말그대로 권력이나 권위를 가진 자들은 전쟁을 피해가지만 가진 것 없고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인간들은 잔혹한 전쟁과 전쟁이 남기는 지독한 휴유증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으로 내몬 자들은 개인이 겪는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전쟁으로 발생하는 이익이나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이다. 정말 이런 자들은 트랄파도어인의 동물원에서 살아갈 가치도 없는 인간들이다. 이러한 인간들이 사라지지 않는한 두 번 째 빌리 , 세 번 째 빌리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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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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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온다. 봄의 끝자락을 알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이런 날은 아무렇지도 않게 빗방울을 바라보면서 무심하게 막걸리 한 사발에 파전 한 장을 먹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기다가 가락까지 함께하면 더욱 금상첨화다. 비가 오니 그저 대금 소리 한 자락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날은 시조창이라도 한 소절 뽑아내어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나는 클래식을 좋아한다. 물론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 등등의 기라성 같은 쟁이들이 만든 곡은 듣지도 못한다. 듣다가 보면 잠들기 일쑤이다. 내가 클래식이라 함은 사람들이 쌩뚱맞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한국 고전 음악 즉 국악이다. 서양 고전 음악에게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내어주고 그저 국악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의 한 변방에 머물러 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음악을 듣지 아니하고 그저 교양있는 사람들에 끼이려고 으례 들어도 알 수 없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이 곡은 어떠니 저떠니라고 서로 교우하는데 사실 정말 교양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의 전통 음악에 대해서 좀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만나게 된 책이 있다. 그 책이 바로   <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이다.

   이 책은 한학을 배우신 분이 쓰신 책이다. 음악에 어찌 한학자가 글을 썼느냐고 의아해하시는 분이 많으실 것이다. 그런데 그 답은 사실 간단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조들이 모두 향유되던 음악의 가사였다. 그것을 기록한 수단이 한자였고, 음악의 연원과 언급이 우리네 고대 지식인들이 남긴 문집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냥 쉽게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용비어천가>도 노래다. 아주 긴 노래. 그렇다면 <단심가>도 <하여가>도 모두 노래다.

    이 책은 고대에서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물과 악기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우리가 잘 들어보지 못한 다양한 노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설명이라고 해서 이론서에 입각하여 말하지 않고 주변의 흔한 것을 대하듯 편안한 글쓰기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자칫 음악과 한시라는 무거운 주제가 줄 수 있는 무게감을 문체로써 상쇄시키고 있다.

   이 책은 각각의 노래에 대해서 다양하고 깊이있는 설명을 한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 놓은 기록을 검증하고 제시한다. 우리네 조상들이 즐겼던 음악 문화를 재구성해내는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정악에서 속악까지 두루두루 망라해 놓았다. 그 중에서 두어 부분 소개해 보자. 아시는 분은 아실 노래들이고 처음 들어본다는 소리도 하실 분이 있으실 것이로 안다. <구음 시나위>와 <회심곡>이 그것이다. 물론 이것 말고도 <돈타령><매화곡 매호곡> <배따라기> <도산 십이곡> <봉황곡> 등도 있다.

   <구음 시나위>는 입소리로 노랫말을 대신한다.가락의 반주에 그저 일정한 소리를 얹은 것인데 이것이 묘한 매력을 가진다. 가사의 전달성이란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지만 듣고 있다보면 그 의미없는 소리가 귀를 울리고 가슴을 울리고 마을을 울려 가슴을 열게하고 영혼을 울리는 울림을 만들어내게 된다.

   <회심곡>은 어버이를 위한 노래인데 , 김영임의 <회심곡>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4분 혹은 5분 정도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겐 조금 많은 인내력을 요하는 곡이다. 오페라의 아리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어도 좋을 노래이다.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위에 소개한 몇 곡 이야기 해보자. <돈타령>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돈에 대한 타령이다. <봉황곡> 봉과 황의 노래인데  이것은 남녀가 배필을 찾는다는 일종의 사랑노래이다. <도산십이곡>이야 잘 아실 것이고 <매화곡 ,매호곡>은 해빙기의 사랑노래이자 이별노래다.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의 안타까움이 절절하다. <배따라기>는 뱃사람들이 부르던 노래를 사신들이 떠나는 길에 전별연곡으로 쓰여진 노래다. 언급한 것 말고도 다양한 우리 음악들이 <홀로 앉아 금을 타고>에에 소개되어있다.

   평소 우리 노랫말과 가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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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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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 지구탐험대  > 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시절이 있었다. 세계 각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소개하고 풍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리포터가 그 지역을 방문해서 실제적으로 경험을 해보고그 느낌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어서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영상들을 만들어 내던 사람이 책을 써 냈다는 소식을 듣고 읽어보게 되었는데 책을 보지 않았을 때는 <아마존>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가지고 여행기나 안내서 정도의 책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천천히 책 읽기를 시작했다.

 1  '충' 아마존을 기억하다.

   아마존 인도오에게 충이라고 불리는 정승희. 그의 기억 속에 아마존과 관련된 일화들을 끄집어 낸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려고 담배를 나눠 피면서 한글을 설명하려 했으나 험악한 문구만이 있어 부끄러웠으나 추장이 한글을 문신한 다음 보무도 당당하게 나타난 이야기도 있고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엘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아마존의 이면에 마약 루트의 흐름을 기어하기도 하고 아마존 인디오들의 사랑을 '왈떼'의 사랑을 통해 보여준다.

    연신 아내의 배를 쓰다듬고 파인애플을 따서 챙겨주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나는 말했다.

  " 너의 아이냐?" 나의 말뜻을 알아챈 왈떼는 더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 아니 , 하지만 나는 이 아이의 아빠가 될 거야."

  뭐라고 ? 나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어떻게 자기 아이도 아니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위해 저토록 정성을 들이고 , 절헤게 사랑해 주고 그 여자와 아이들로 인해 저렇게까지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사는 사회는 저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느끼고 , 행동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내가 좋더라도, 남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고 , 내 배우자의 조건이 나의 레벨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단순히 사랑만으로 결하하고 같이 사는 것은 바보거나 지독한 아웃사이더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한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어보고 한 여자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왈떼 , 비록 문명의 침식을 받는 아마존 인디오로 하루 몇 푼의 노동으로 고단한 일상을 살아갈 뿐이지만 사랑해서 행복한면그걸로 됐다고 축복해 주는 이 정글의 공정함이 그 속에서 마음껏 사랑하고 사는 왈떼가 부러웠다.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68

    현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잃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읽었던 <오래된 미래>의 라다크의 기억처럼 우리가 미개하다고 부정하고 외면한 문화에 우리가 찾아야 할 정답들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2 '충' 아마존 그 삶을 이야기하다.

   티브이를 보다 보면 아마존 인디오들이 애벌레를 먹는 것을 가끔씩 본다. 징그러워보인다. 그런데 그 징그러움이 지나고나면 어떤 맛일지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씹히는 맛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목넘김은 좋은지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징그러운 것은 어디가나 마찬가지다 자신드르이 문화적 코드에 맞지 않으면 모든 것이 혐오되는 것이 아닌가. 예를 들자면 프랑스와 한국의 개들의 쓰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인디오들은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언제나 먹을  만큼만 채집하고 육종하고 자연에서 얻은 것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려 하고 , 무엇인가 얻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할 줄도 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말벌알 사냥'인데 말벌알을 얻기 위해서 먼저 독사의 독에 자신의 팔을 감염시키고 그 독의 내성을 가지고 말벌집을 수확한다는 방식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 먼저 자신이 버릴 것은 버리는 자세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오로지 눈 앞에 과시를 중시하고 악다구니를 쓰듯이 긁어모으면서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산업화 도시화 현대화의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인디오들은 서구 열강의 침략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혼혈에서 완전한 백인들이 태어난다. 몇 대에 걸쳐서 한 번씩 그러나 인디오들은 그들을 배척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그들의 과거를 기억하며 살아간다. 인디오 남자들은 노역꾼으로 쓰고 그 수가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노동력 확보를 위해 인디오 여성들을 강간해서 남자 아이는 길러서 노동자로 쓰고 여자들은 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역사의 흔적은지워지지 않고 기억되고 있구나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을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지워지지 않을 사건에 대한 담담함과 그 결과물인 백인 혼혈아들을 자신들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인디오들은 정말 아름답다

 3 '충'이 본 아마존 그 어두운 이면을 이야기하다.

   아마존은 짖밟혔다. 황금과 고무 원액에 눈이 먼 자들에 의해 , 아마조네스 여인들만으로 이루어진 전설의 부족 칼과 창을 쓰기에 적합하도록 한 쪽 가슴을 도려낸 여자들만의 부족이다. 지금도 아마존에는 아마조네스들이 산다. 야르보 부족 , 여인들만이 존재하는 부족이다. 남자들을 낳으면 옆 부족에게 주어버리고 오로지 여자들만 단체 생활을 한다. 이들 부족은 원래는 남자들도 있었던 평화로운 부족이었으나 고무와 황금에 먼 서양이 아마존을 유린하면서 아마존 깊숙히 숨어버린 종족이다. 남자들은 모두 잡혀가거나 죽었다고 한다. 그 후로 여자들만의 부족을 이루고 산다

   샤마꼬꼬족은 평화로운 부족이다. 그러나 그들은 바퀴벌레와 같이 산다. 물론 이것은 그들이 만든 환경이 아니라 외국 방송 단체가 그들을 촬영하고 돌아가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처음에는 잡기도 하고 박멸을 시도했으나 그 때뿐이어서 그저 그렇게 바퀴벌레와 친구처럼 지냈다고 하는 부족이다. 그러나 방송단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주는 부족이다. 배척함이 없음이 아마존 부족의 가장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4 '충' 에덴동산 싱구를 그리워하다.

    아마존 강 유역에서도 전통과 문화를 가장 활발하게 간진하고 있는 곳이 싱구지역이라고 한다. 총과 칼을 피해 아마존 깊숙히 들어간 것이 지금의 싱구이다. 추장들은 권력이 아니라 권위로 부족을 다스리고 부족민은 권위에 존중을 보내고 다양한 성인식을 이야기하면서 인내라는 이름을 이야기한다. 아마존 부족에겐 산업문명이 만들어 놓은 욕망의 아가리가 없어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처음부터 체득한 부족들이 살아간다. 욕심이 없으면 욕망이 없을 것이다. '충'은 아마존의 그 평온함을 단란함을 그리워한다. 이 그리움은 한 개인의 그리움에서 시작해서 인간들 전체의 그리움으로 승화된다. 앞만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순수함으로의 회귀를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몸은 명품도 없고 짜가도 없다 바겐세일도 필요없고, 브랜드 대신 나의 이름이 붙어 있을 뿐이다.-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275

 5  나도 아마존에 가고 싶다.

  나는 습관적으로 인도에서 국제 미아가 되겠다고 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막연한 로망이 되어버린 인도다. 왜 인도에서 미아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아직도 나는 설명하지 못 한다. 하지만 이젠 인도가 아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존도 좋다. 하지만 사실 우리에겐 라다크도 아마존도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 속에서 잠시 한 걸음 물러나 달리지 않고 한 걸음 천천히 걸어본다면 우리가 잃어버리고 꿈에서나 찾는 그런 이상향들이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는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존 인디오의 욕심과 욕망이 없는 있는 그대로에 만족할 줄 아는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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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7-02-2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랑인님이 적극 추천하신 책이니 틀림없겠지요? ^^
 
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창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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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주 어렸을 적이다. 중학교를 다닐 때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에 대한 기억은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어서 철창에 사람을 메달고 해부한 것이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그의 비어있는 듯 하면서도 상대방을 뚤어지게 보는 눈이 <파우스트>의 메피스토 펠레스가 화신[化身]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쯤되면 내가 말하고 있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사람도 있으리라 바로 <양들의 침묵>에 등장했던 한니발 렉터 박사 - 안소니 홉킨스 -다. 한니발이 이번에는 자신의 어린 기억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한니발이 떴다.

 

 '한니발 라이징'은 한니발이 어렸을 적의 기록이다. 왜 한니발이 인육을 먹기 시작했고 살인을 즐기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준다. 한니발도 태어났을 때부터 악마적 카리스마로 뭉쳐진 인간은 아니었다. 그저 어머니와 아버지를 사랑하고 동생인 미샤를 너무 사랑하는 어린 꼬마였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버렸다.

 

  외부적 환경이 인간의 연약한 정신에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을까? 내 경우에는 어렸을 적에 물에 빠져서 황천을 보고는 - 정말 맑은 물이 흙탕물이 되어 노랗게 보였다.- 그 다음부터는 물가 근처에도 가기 싫어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앉았을 때 허리 이상 물이 넘실 거리면 본능적으로 두려워진다. 눈에 보이는 상처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한니발은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정신적 충격을 심하게 받는 사건을 몸으로 받아내었다. 그것은 무의식으로 파고들었고 무의식으로 위장된 기억은 잊혀지고 열리지 않는 기억으로 기억의 궁전 저 뒤편으로 면면히 흐르고 있었다. 언젠가 읽었던 소설가 김형경의 <사람풍경>이 생각났다. <사람풍경>에서 모든 정신적 장애의 근간을 어린시절 겪었던 심리적 트라우마에 기인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는데 한니발을 만나면서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를 먹어 본 적이 있다. 회를 보면 중앙에 살들이 간결하게 놓여져 있고 살도 아닌 것이 무채 옆으로 몇 점 놓인 것을 볼 수 있는데 회를 좀 먹는다는 사람들은 살점을 먹기 전에 얼른 그 몇 점 없는 회를 집어 먹는다. 바로 아가미 부분이라고 하는데 쫄깃쫄깃하다. 한니발은 인육을 먹는 것으로 유명한데 어린 한니발이 처음 인육을 먹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것은 집안의 요리사가 모든 고기의 맛있는 부분은 볼살이라고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첫 살인을 아주 우아하게 마치고 난 한니발은 볼살을 먹는다. 정확히 말하면 요리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말이다. 여기서 웃고 넘어갈 이야기 한 번 해보자 어른들이 어린이 앞에서 말을 함부로 하지 말자란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 한니발의 행동을 보면 꼭 지켜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린아이들 앞에서는 냉수도 정갈하게 마셔야한다. 만약 요리사가 볼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인육먹는 한니발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잔인한 한니발 렉터 가문의 이름을 그대로 받은 자가 어린 한니발 렉터인데 그 잔임함의 피가 유전이 되어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사건이 그의 피 속에 면면히 흐르던 악마적 본성을 깨운 것익지도 모른다.

 

  선택인지 유전인지 그것을 알 길은 없다. 그러나 한니발이 궁금하다면 직접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 자 지금 여러분을 한니발의 어린 시절 기억의 궁전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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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 전12권 세트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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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면서 한 해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집어든 책이 <홍루몽>이다. 중국 고전 소설인데 <삼국지연의><수호지><서유기>와 더불어 4대 소설로 손꼽히는데 이 책이 이번에 12권 완역으로 한국에 출판 되었다.

  

  #1 주인공은 하나 조연은 수 많은 이들 그들이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가보옥이지만 가보옥이 차지 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가보옥을 둘러싼 환경과 그 환경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데 그 중에서도 여인네들의 이야기가 정말 많다. 여인들을 중심으로 녕국부와 영국부의 흥망 성쇄를 이야기한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사람들의 얼거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책을 잘 읽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그 것을 대비해서 1권의 마지막에 인물들의 역할과 이름을 명시해 두고 등장하는 지점을 표시해두고 가족 관계도를 배치해두었기 때문에 이 것을 참고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독서가 될 것이다.

 

#2  홍루몽은 다른 꿈을 꾼다.

 

  몽자류 소설은 대부분 꿈을 통해 남성의 부귀공명과 입신양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홍루몽은 이름에서 알 수 있을 것이지만 - 홍루라는 것은 규수들이 기거하는 방을 나타낸다고 한다 - 남성의 부귀공명과 입신양명과는 거리를 달리한다. 또 하나 다른 것을 찾아보자면 서사의 공간이 매우 한정적이지만 매우 다양한 에피소드를 생산해내고 있다. 여러가지 일들이 다양한 등장 인물들과 함께한다.보통 몽자류 소설들은 장소의 이동이 많고 스케일 또한 커서 영웅적 남성이 등장하는데 홍루몽은 그렇지 않고 지극히 인간적인 남자들이 등장하는 것이 또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3 한시가 가득한 이야기들  

 

  <홍루몽>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를 꼽으라고 한다면 수려하고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중국 시들이 매화꽃이 만개하여 구름을 이루듯이 군집을 이루고 한 무더기씩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 처음을 같이 보자

 

  이 몸이 하늘을 받칠 재주가 없어

  속세에서 헤매기를 몇몇 해이던고

  전생 후생의 기구한 이 운명을

  누구의 손을 빌어 세상에 전하리오

 

두 번 째는 이러하다

 

  이야기는 모두 허튼소리 같지만

  실로 피눈물로 씌어진 것이어늘

  모두들 지은이를 미쳤다고 하나

  이 속의 진미를 누가 알리오

 

이러한 형태로 다양한 감정을 읊은 시들이 가득한 것이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4 뛰어난 필치 그리고 묘사

 

   <홍루몽>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것은 그 당시의 사회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작가의 필력에 감동한다. 아주 자세하고 정밀하게 그 당시에 상황을 묘사해낸다. 글을 읽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하나하나 내 눈 앞에 이미지를 떠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한 묘사를 보여준다 이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 그림을 생각하게 하는 치명적인 즐거움을 준다.

 

#5 홍루몽이 우리에게 남긴 것

 

  대체적인 몽자류 소설들이 그러하지만 이 책도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허망하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야기의 초반에 발설한 시 한 구절을 보기로 하자

 

  가짜가 진짜가 될 때는 진짜 또한 가짜요

  없음이 있음이 되는 곳엔 있음 또한 없음이로다

 

  나는 위의 시를 읽으면서 구운몽에 언급된 시구를 생각해 내었는데 둘은 너무나도 닮아있다. 결국 진짜와 가짜 그리고 있음과 없음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다양한 삶은 껍질에 불과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똑 같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말이다 "다음 회를 보시라"라는 말이다. 장회소설에서 흔 히 볼 수 있는 것인데 옥루몽에서 보아오던 것과 같은 것이라서 그런지 매우 궁금하게 만들기도 하고 긴장감을 가지게 만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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