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창해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주 어렸을 적이다. 중학교를 다닐 때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에 대한 기억은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어서 철창에 사람을 메달고 해부한 것이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그의 비어있는 듯 하면서도 상대방을 뚤어지게 보는 눈이 <파우스트>의 메피스토 펠레스가 화신[化身]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쯤되면 내가 말하고 있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사람도 있으리라 바로 <양들의 침묵>에 등장했던 한니발 렉터 박사 - 안소니 홉킨스 -다. 한니발이 이번에는 자신의 어린 기억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한니발이 떴다.

 

 '한니발 라이징'은 한니발이 어렸을 적의 기록이다. 왜 한니발이 인육을 먹기 시작했고 살인을 즐기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준다. 한니발도 태어났을 때부터 악마적 카리스마로 뭉쳐진 인간은 아니었다. 그저 어머니와 아버지를 사랑하고 동생인 미샤를 너무 사랑하는 어린 꼬마였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버렸다.

 

  외부적 환경이 인간의 연약한 정신에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을까? 내 경우에는 어렸을 적에 물에 빠져서 황천을 보고는 - 정말 맑은 물이 흙탕물이 되어 노랗게 보였다.- 그 다음부터는 물가 근처에도 가기 싫어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앉았을 때 허리 이상 물이 넘실 거리면 본능적으로 두려워진다. 눈에 보이는 상처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한니발은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정신적 충격을 심하게 받는 사건을 몸으로 받아내었다. 그것은 무의식으로 파고들었고 무의식으로 위장된 기억은 잊혀지고 열리지 않는 기억으로 기억의 궁전 저 뒤편으로 면면히 흐르고 있었다. 언젠가 읽었던 소설가 김형경의 <사람풍경>이 생각났다. <사람풍경>에서 모든 정신적 장애의 근간을 어린시절 겪었던 심리적 트라우마에 기인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는데 한니발을 만나면서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를 먹어 본 적이 있다. 회를 보면 중앙에 살들이 간결하게 놓여져 있고 살도 아닌 것이 무채 옆으로 몇 점 놓인 것을 볼 수 있는데 회를 좀 먹는다는 사람들은 살점을 먹기 전에 얼른 그 몇 점 없는 회를 집어 먹는다. 바로 아가미 부분이라고 하는데 쫄깃쫄깃하다. 한니발은 인육을 먹는 것으로 유명한데 어린 한니발이 처음 인육을 먹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것은 집안의 요리사가 모든 고기의 맛있는 부분은 볼살이라고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첫 살인을 아주 우아하게 마치고 난 한니발은 볼살을 먹는다. 정확히 말하면 요리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말이다. 여기서 웃고 넘어갈 이야기 한 번 해보자 어른들이 어린이 앞에서 말을 함부로 하지 말자란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 한니발의 행동을 보면 꼭 지켜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린아이들 앞에서는 냉수도 정갈하게 마셔야한다. 만약 요리사가 볼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인육먹는 한니발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잔인한 한니발 렉터 가문의 이름을 그대로 받은 자가 어린 한니발 렉터인데 그 잔임함의 피가 유전이 되어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사건이 그의 피 속에 면면히 흐르던 악마적 본성을 깨운 것익지도 모른다.

 

  선택인지 유전인지 그것을 알 길은 없다. 그러나 한니발이 궁금하다면 직접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 자 지금 여러분을 한니발의 어린 시절 기억의 궁전으로 초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