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비가 온다. 봄의 끝자락을 알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이런 날은 아무렇지도 않게 빗방울을 바라보면서 무심하게 막걸리 한 사발에 파전 한 장을 먹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기다가 가락까지 함께하면 더욱 금상첨화다. 비가 오니 그저 대금 소리 한 자락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날은 시조창이라도 한 소절 뽑아내어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나는 클래식을 좋아한다. 물론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 등등의 기라성 같은 쟁이들이 만든 곡은 듣지도 못한다. 듣다가 보면 잠들기 일쑤이다. 내가 클래식이라 함은 사람들이 쌩뚱맞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한국 고전 음악 즉 국악이다. 서양 고전 음악에게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내어주고 그저 국악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의 한 변방에 머물러 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음악을 듣지 아니하고 그저 교양있는 사람들에 끼이려고 으례 들어도 알 수 없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이 곡은 어떠니 저떠니라고 서로 교우하는데 사실 정말 교양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의 전통 음악에 대해서 좀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만나게 된 책이 있다. 그 책이 바로   <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이다.

   이 책은 한학을 배우신 분이 쓰신 책이다. 음악에 어찌 한학자가 글을 썼느냐고 의아해하시는 분이 많으실 것이다. 그런데 그 답은 사실 간단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조들이 모두 향유되던 음악의 가사였다. 그것을 기록한 수단이 한자였고, 음악의 연원과 언급이 우리네 고대 지식인들이 남긴 문집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냥 쉽게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용비어천가>도 노래다. 아주 긴 노래. 그렇다면 <단심가>도 <하여가>도 모두 노래다.

    이 책은 고대에서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물과 악기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우리가 잘 들어보지 못한 다양한 노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설명이라고 해서 이론서에 입각하여 말하지 않고 주변의 흔한 것을 대하듯 편안한 글쓰기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자칫 음악과 한시라는 무거운 주제가 줄 수 있는 무게감을 문체로써 상쇄시키고 있다.

   이 책은 각각의 노래에 대해서 다양하고 깊이있는 설명을 한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 놓은 기록을 검증하고 제시한다. 우리네 조상들이 즐겼던 음악 문화를 재구성해내는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정악에서 속악까지 두루두루 망라해 놓았다. 그 중에서 두어 부분 소개해 보자. 아시는 분은 아실 노래들이고 처음 들어본다는 소리도 하실 분이 있으실 것이로 안다. <구음 시나위>와 <회심곡>이 그것이다. 물론 이것 말고도 <돈타령><매화곡 매호곡> <배따라기> <도산 십이곡> <봉황곡> 등도 있다.

   <구음 시나위>는 입소리로 노랫말을 대신한다.가락의 반주에 그저 일정한 소리를 얹은 것인데 이것이 묘한 매력을 가진다. 가사의 전달성이란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지만 듣고 있다보면 그 의미없는 소리가 귀를 울리고 가슴을 울리고 마을을 울려 가슴을 열게하고 영혼을 울리는 울림을 만들어내게 된다.

   <회심곡>은 어버이를 위한 노래인데 , 김영임의 <회심곡>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4분 혹은 5분 정도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겐 조금 많은 인내력을 요하는 곡이다. 오페라의 아리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어도 좋을 노래이다.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위에 소개한 몇 곡 이야기 해보자. <돈타령>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돈에 대한 타령이다. <봉황곡> 봉과 황의 노래인데  이것은 남녀가 배필을 찾는다는 일종의 사랑노래이다. <도산십이곡>이야 잘 아실 것이고 <매화곡 ,매호곡>은 해빙기의 사랑노래이자 이별노래다.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의 안타까움이 절절하다. <배따라기>는 뱃사람들이 부르던 노래를 사신들이 떠나는 길에 전별연곡으로 쓰여진 노래다. 언급한 것 말고도 다양한 우리 음악들이 <홀로 앉아 금을 타고>에에 소개되어있다.

   평소 우리 노랫말과 가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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