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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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속고, 속았다는 걸 알았어도 화나지 않고... 이게 가족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내가 헤이스케였다면.. 만일 내가 나오코였다면 어땠을까 싶어집니다. 선택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어 슬퍼지기도 하구요.


열심히 가족을 챙기는 헤이스케에게 끔찍한 일이 생기게 됩니다. 일이 생겨 처갓집에 아내 나오코가 딸 모나미를 데리고 며칠 다녀오려고 했는데 그들이 탔던 버스에 사고가 생긴 겁니다. 그렇게 아내를 잃고 딸 모나미도 눈을 뜨지 못하는데요. 그러다 모나미가 눈을 뜨게 되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는데 딸아이는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모나미가 살아 돌아온다면 나는 기꺼이 어디로든 없어질 거야."-46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이 이것이라니!! 예상외의 비밀로 우리를 끌고갑니다. 헤이스케와 겉만 모나미인 나오코가 공유하는 비밀속으로요. 어느 순간 딸 모나미의 의식이 돌아올거라는 걸 무작정 기다리는 헤이스케와 나오코인데요.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은 계속되고 나오코인 모나미도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그리고 고등학생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98년도작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은 딸과 몸이 바뀌는 엄마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보여줍니다. 늘상 다작인줄로만 알았던 히가시노 게이고에게도 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그러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나온거라고 하는데요. 영혼은 아내이지만 몸은 딸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헤이스케, 계속 생기는 친구들과 달라지는 환경에 잘 적응하며 자라는 나오코가 남편인 헤이스케에게 차마 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 그리고 우리도 당연히 떠올리게 되듯 성년이 되어가는 나오코와 헤이스케가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등등.. 뻔할 거 같은 앞 일을 알면서도 보게 됩니다. 그들에게 이별이 온다면 어떤 식일까 싶어서요.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다른 가족에도, 그리고 헤이스케 가족 이야기에도 반전을 넣어놨습니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게 가족간의 일이고, 묻히지 않는 슬픔도 묻으며 지내는 척 할 수 있는 게 가족이라는 걸요. 시대의 흐름이란 걸 군데군데 느낄수 있지만 결국 사람들이 지금껏 선택하게 되는 건 사랑하는 이의 행복이란 걸 볼 수 있는데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한 쪽을 선택해준다..."-441

우는 자의 "선택해준다"는 마음의 깊이를 제발 상대방이 알아줬음 싶은데 가족인 그들은 서로 알았으리라 괜히 내가 억울하지만 속는 셈치고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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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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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것에 의구심을 품은 인간들은 그런 비슷한 고민을 가졌던 인간들의 흔적을 더 잘 느끼게 되는 걸까요? 잘 쓰이지 않아서 고민이지만 책을 쓰려는 그녀는 자신이 책을 써갈 수 밖에 없다는 고백을 합니다. 어렸을 때 겪은 이상한 일들, 그리고 일상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의 발목을 낚아채는 듯한 느낄 수 없는 이의 손길은 그녀를 혼자있게 하지만 또 혼자이지 못하게 하기때문인데요. 책을 쓸 때만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곁에 있어줄 것만같은 남친 진이 생기는데요. 그들은 늘 거리를 둡니다. 그걸 알면서도 만나구요. 그렇게 진이 인천 대불호텔 이야기를 하고 그녀는 유령이 있는 그 이야기속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엄마의 이야기로, 다시 대불호텔 이야기로 넘어가며 살아있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보게 됩니다. 대불호텔같은 건물만이 가진게 아닌, 어디에든 잠시라도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나 사연이 만들어내는 역사가 있다는 것도요. 특히나 생사가 단지 운만으로 갈리는 전쟁으로, 그래서 찾아온 가난으로 이별을 해야만 했던 이들이라면 유령이 나온다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의 남길 이야기가 있다는 걸요. 그렇게 유령보다 더한 게 인간의 악의란 걸 보게 됩니다. 절망에 빠진 이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나의 진실이 무엇보다도 더 아프고 지울 수 업슨 상처가 된다는 것도요.


일단 재미있잖니. 누가 누구를 의심하고, 그러다 죽게하고 도망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이란 어쩜 그렇게 공감하기 쉬울까. 그래. 이야기를 믿었다기보다는 이해했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인 것 같구나,-252

중요한 건 유령이 왜 나왔을까가 아니라 거기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싶습니다. 그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옮기게 됩니다. 누군가 기억하는 순간들만을 가지구요. 때로는 그 여자가 서있던 공간을 자세히 바라보게 되고, 때로는 어느 남자가 바라보던 시선이 닿아있는 저 먼곳을 애써 기억하며 사연이 입혀지고 이야기가 남게 되는건데요. 그게 꼭 맞는 이야기가 아니면 어떠랴 싶어지는 건 때로는 듣는 이가 뭐라 생각하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했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워지는 게 사람이란 걸 알기때문일겁니다.


그래서 호텔과 유령이라는 단어들에 내가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그 사연이 특별할거라 믿고 계단마다 서려있는 이야기들에도 그 여자가 느꼈던 어떤 적의나 원한이 덩어리 진 일상이 늘어져있을거라 믿으면서요. 그래서 그녀는 박지운의 이야기가 신기했고 그 다음이 궁금했을 것이며, 여러 번 들었던 진은 외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짜라고 믿기에 창피했을 겁니다. 앞 뒤가 늘 바뀌니 말이죠.


사람은 믿는 그 순간 모든 것이 진짜,그렇지 않으면 가짜가 되는거라는 걸 보게도 됩니다. 계단에서의 사고가 연극이라는 걸 몰랐던 차오는 연주의 힘을 믿었고 영현이라 믿었던 연주는 그녀가 자신을 속이거나 거짓을 말할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영현 또한 연주가 이런 식으로 떠나달라고 말할 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유령이 남았을지도 모르구요. 어쩌면 그 유령은 마지막 진심을 말하고 싶었던 영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유령으로라도 남았다는걸 다시 전해줄 수 있는 이에게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었을 거 같으니 말이죠.


짚어보면 다 다르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유령을 만난듯 일렁이게 되는데요.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거 아닐까, 이제는 매일 매일 글을 쓸 수 있게 됐다는 그녀라면 이런 마음을 알지 않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할 말이 많이도 있나보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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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해빗 - 완전한 변화로 이끄는 습관 설계
케이티 밀크먼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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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짜가 벌써 며칠이야?? 할 때면 올해 계획했던 일들 중에 못하고 있는 게 몇 개 떠오를텐데요. 계속 미루기만 하는 내가 싫어지려는 이들을 위한 "더 이상의 작심삼일이란 없다!"입니다. 여러 실험을 통해 인간의 공통적인 행동을 알아내서 좋은 습관으로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행동 변화 프로그램'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의외로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앞으로 내 계획표에 '실행했음'으로 표시되는 숫자들이 늘어갈까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하구요.


주위에서 누구보다 생산적인 인간이라 칭송받는다는 저자 케이티 밀크먼이 이런 말을 듣게 된 건, 계획대로 움직이려는 나를 방해하는 '인간 본성의 욕구'가 표출될 때 그것에 대한 행동방법을 살짝 바꿨기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단 7가지 장애물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시점 선정,충동,미루기,망각,게으름,자기 의심,동조" 라는 것들을 행동과학에 의거한 방법으로요.


'게으름'에 좋은 습관 길들이기 방법에 대해 나와있는데요. 주3회 운동을 하고자 하는 두 명중에 한 명에게는 좋아하는 시간과 요일을 정해 일주일에 3번씩 한 달이라는 규칙을 정해 주고, 다른 한 명에게는 한 달에 걸쳐 가능하면 일주일에 3번씩은 운동을 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규칙과 유연함, 습관을 들이는데는 어떤 게 더 도움이 될까요? 지속적인 루틴이라는 많은 근거를 떠올리며 규칙이 더 도움이 될거라 생각할텐데요. 한달이 끝난 후 자발적 운동을 하기로 선택한 이들은 유연한 시간속에서 습관을 만든 이들이였다고 합니다. 물론 매일이 습관을 만드는 데 제일 좋지만 유연이 허용되도록 하는 탄력성을 잊지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어쩌다 하루,그러다 몇 번 빼먹으면 자책하면서 포기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건데요.


'자기 의심'편에서는 생각보다 우리는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요청했을 때 그들은 조언을 들었을 때보다 더 많은 동기를 부여받았다고 느낀다는 걸 알려줍니다. 학생들에게 더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냐는 요청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미루는 습관을 피하려면 무엇이 도움이 될까요?","어디에 가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학교 생활을 더 잘 하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등등으로요. 그런 후 조언해 준 학생들의 성적이 오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에게서 타인의 기대에 대한 뭔가를 해낸다는 기쁨, 조언해 준 답에 대한 자기 확신을 느꼈다는 공통적 의견을 들었다는 겁니다. 그것을 "말하는 것을 믿는 효과"라 한다는데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나면 그것을 더욱 강력하게 믿으려는 인간의 경향성을 말한다는 겁니다. 왜 좋은 습관을 가지라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면 그게 효과가 없었는지도 알 수 있고, 조언을 해준 내가 그 다음날부터 괜히 찔려 그 비슷한 행동이라도 하려고 바빠졌는지를 비로소 알 수 있게 됩니다.


이 밖에도 여러 실험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관점이 달라지면 내가 하는 일을 다르게 봄으로써 건강 자체가 좋아지는 사람들, 만기가 될 때까지 저축을 못 찾게 하면 더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던지, 할 일이 있을 때 시간맞춘 알람이라는 간단한 방법이 생각보다 잘 먹힌다던지, 잘 하는 사람들 틈에 자연스럽게 놔두면 '복사 붙여넣기'방식으로 따라하게 되는 사람들 등등으로요. 생각보다 단순하게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도 있겠다 싶어지는데요. 물론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강제적이라던가 차이가 너무 나서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곳에 밀어넣는 건 안 된다는 것으로요,


이렇게 내가 한 계획대로 일정 시간안에 끝낼 수 있는 방법도 배울 수 있지만 아이들이나 친구들에게 조언이라고 건네는 방식에 대한 것들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은 모범이 될 만한 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아픈 실험 결과만 봐도 내 습관 들이기가 한 사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올해도 못하고 지나가는구나, 포기에 들어서는 게 2월인데도 벌써 있었는데요. 핸드폰 알람으로 할 일을 정해놓으니 아직은 가볍게 몇 개를 하게 되더라구요. 원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겠다는 좋은 기대가 남아있는 지금, 쪼개고 쪼개는 시간 선정 방식으로 '다시 시작일'을 자주 정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좋은 '장기 습관' 만들기 다시 시작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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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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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는 법의 오묘하게 뚫린 구멍사이로 빠져나가려는 범죄자와 그런 자의 속셈을 알고 막으려는 정의로운 자의 한판 승부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들의 관계가 사건 이전부터 복잡하게 꼬여있다면 더 흥미진진해질겁니다, 밖에서 관전하는 입장에서는요. 그 안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해서 이를 악문 이는 물론 다르겠지만요.


"그들에게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있다."

작가 빅터 메토스가 실제로 만났던 악의 현존이라 불리는 이에 대해 말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검사,변호사로 법정 생활을 했을 그이기에 범인을 추리해 쫓는 과정 못지않게 정말로 변하지 않을 거 같은 뻔뻔함의 극치인 범인에게 걸맞는 형량을 과연 줄 수 있을까까지의 이야기도 실감나게 됩니다. 잡으려는 야들리 검사와 빠져나가려는 전남편 에디 칼과 그의 모방 범죄를 저지른 진범을 잡기위한 법정 안 팎에서의 치열한 머리 싸움도 그만큼이나 생생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결국 누가 뜻한 바를 이루고 법정에서 당당히 나갈 수 있을지 짐작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전남편 에디가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지면서 야들리는 고통을 당하게 됩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물론이거니와 유난히 머리좋은 딸 타라도 힘든 학교 생활을 하게 됐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그녀는 직업마저 검사로 바꾸며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렇게 앞만 보고 가려는 그녀에게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에디의 모방범죄가 발생한건데요. 오랜 친구이자 FBI이기도 한 볼드윈이 그녀를 찾아와 이 사건에 참여할 것을, 그리고 그녀가 제일 할 수 없다 여겼던 에디의 면회를 가줄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결국 더 이상의 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그녀는 사건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사건의 단서는 새로운 게  없는데  수사관들만이 알고 있는 증거들만  새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됩니다. 모방 범죄자는 야들리와 타라까지 위협할 수 있는 에디의 그림자인고로 반드시 잡아야 하는데요. 그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 그리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란 사실은 그녀를 다시 한번 흔들게 됩니다.


이렇게 추격 시리즈로 나가나 했는데 그를 법정에 세우면서 일이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상대도 그녀만큼이나 법을 잘 아는 영리한 이였기때문인데요. 너무 좋은 머리로 엄마를 괴롭히는 딸 타라를 지키면서 이 틈에 죄를 줄여보려는 에디의 교묘한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증거를 들이미는 족족 배제시키는 능력을 가진 상대를 잡아야 하는 그녀에게는 이중, 삼중의 힘든 일이 시작되게 됩니다.


진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범인을 잡는다고 다가 아니구나 하게 되는데요. 추격에서 체포, 범인과의 법정싸움에 에디를 도와주는 의외의 인물이라는 마지막까지... 세상 쉬운게 없다는 걸 야들리는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그녀를 쫓아갔기에 다시 그녀에게 어두움이 드리우는건 아닐까 걱정도 하게 되구요. 추격과 범인찾기, 그리고 법정에서의 일들과 새로운 빌런의 등장까지...


"그들에게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있다."

정말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법과 정의사이에 다시 놓일게 뻔한, 멀고도 험한 그녀의 다음 사건을 안 기다릴 수가 없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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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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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과 젓가락, 그 둘에게 연관성이 과연 있을까 했는데요. 어마무시합니다. 사람들은 아무것이나 가지고도 '그 무엇'으로 만들 수 있을만큼의 절박한 악의를 때론 너무 쉽게 가진다는게 슬프기도 하구요. 오해에서 시작된 악의로 가까운 이들에게 저주를 건 이들은 또다른 후회의 길을 간다는 걸 보게되니 '저주'라는 미신이 여전히 통하는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 게 효과가 있대."라는 것만큼 인간을 흔드는게 있을까 싶긴 합니다. 그래서 여지껏 시험 때만 되면 엿을 서로에게 선물하는 것도 그런 뜻에 넓게는 포함될테니까요. 미쓰다 신조, 쉐시쓰,에티우쯔,새오샹선,찬호께이.. 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받아서 젓가락에 관련된 사건들을 앞 사건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요. 작가들의 상상에 따라 한 소재가 이렇게나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워집니다. 그것도 앞에 생긴 사건의 미스터리함을 뒷사건이 받아 풀어주듯, 딱딱 맞아 들어가니 더욱 더 말입니다.


"귀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인간도 할 수 있습니다. 열 배는 더 잔혹하게 할 수 있죠."-132

나라마다 귀신을 불러내 앞 일을 물어본다는 게임 비슷한 것들이 있다는 걸 영화에서 보곤 했는데요. 그럴 때 생각해보니 결국 대부분은 타인에 대한 잔혹한 부탁을 하는 걸 봤던 것 같습니다. 원한 살 일을 했다고 나쁜 일을 무서운 귀신에게 비는 걸 보면 어느 인간을 나쁘다고 해야할지 모를만큼인데요. 미쓰다 신조의 젓가락님에서부터 젓가락에 특정 행동으로 84일동안 소원을 빌면 나타난다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소원빌기는 늘상 옆 사람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고 다시 그 저주를 거는 행위를 하게 하는 걸 보면, 뭐든 귀신에게 갖다 붙이는 건 미신이라 하면서도 어딘가 기대게 되는 인간의 약한 심리가 이 모든 이야기의 바닥에 있음을 보게 됩니다. 저주를 걸면 하나씩 사라지는 아이들이 나오는 교실 꿈을 꾸게 되는데요. 마지막에 자신이 죽는 아이가 될지 모른다는데도 계속 해나가는 이들을 보면 그 무모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하게도 됩니다.


"저주는 사회의 무능이예요."-480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가능한 작게'로 테두리 지어놓는 사회라는 이름앞에서, 약자들이 만들어놓을 수 있는 게 저주라는 이야기에는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기회와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없는 곳에 놓여진 개인이라면 저주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자신의 한풀이를 맡길 수 밖에 없었겠다 싶고, 그래서 시작된 운명의 꼬인 고리를 누군가는 힘으로 여겼기에 이어져나갈 수 밖에 없었겠다 하게도 됩니다.


상아로 만든 젓가락님을 모시며 대를 이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섬뜩하고 우리가 사용하면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젓가락의 유래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 아닐까 합니다. 미신을 별로 믿는 편은 아니지만 밥그릇에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세워 꽂아놓는다던지 하는 행동을 하는 이를 본다면 하지 말라고 알려줄거같은데, 정말로 그런 행동을 하는 이가 서양 사람이라면 놔 둘 겁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하지 못할테니까요. 그런 걸 보면 나 역시도 알게 모르게 문화와 전통이라는 굴레에 많이 익숙해져있구나 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날 묶어놓은 건 또 없을까 하게 되는데 아마도 많을겁니다. 동, 서양을 가르는 차이로도 여겨지는 한 지점, 젓가락 사용의 놀라운 효능과 힘의 넓은 영역을 새로 들여다본 듯합니다. 귀신을 불러 낼 수도, 신을 불러낼수도, 그리고 이계의 생물도 불러낼 수 있다는 이야기들마다 가지는 공통점과 다른 점, 그리고 반전에서 말이죠. 미쓰다 신조부터 찬호께이까지 나라를 넘어 왼팔에 물고기 문양이 생긴 이들과 9명의 아이가 하나씩 죽는 교실이 나오는 꿈, 그리고 상아젓가락이 어떻게 연결될까 했는데 역시 그들의 '악의'와 '젓가락'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지도 못한 사건의 해결까지 볼 수 있기에 왜 "괴담 경연"인지를 알 수 있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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