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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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과 젓가락, 그 둘에게 연관성이 과연 있을까 했는데요. 어마무시합니다. 사람들은 아무것이나 가지고도 '그 무엇'으로 만들 수 있을만큼의 절박한 악의를 때론 너무 쉽게 가진다는게 슬프기도 하구요. 오해에서 시작된 악의로 가까운 이들에게 저주를 건 이들은 또다른 후회의 길을 간다는 걸 보게되니 '저주'라는 미신이 여전히 통하는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 게 효과가 있대."라는 것만큼 인간을 흔드는게 있을까 싶긴 합니다. 그래서 여지껏 시험 때만 되면 엿을 서로에게 선물하는 것도 그런 뜻에 넓게는 포함될테니까요. 미쓰다 신조, 쉐시쓰,에티우쯔,새오샹선,찬호께이.. 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받아서 젓가락에 관련된 사건들을 앞 사건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요. 작가들의 상상에 따라 한 소재가 이렇게나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워집니다. 그것도 앞에 생긴 사건의 미스터리함을 뒷사건이 받아 풀어주듯, 딱딱 맞아 들어가니 더욱 더 말입니다.


"귀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인간도 할 수 있습니다. 열 배는 더 잔혹하게 할 수 있죠."-132

나라마다 귀신을 불러내 앞 일을 물어본다는 게임 비슷한 것들이 있다는 걸 영화에서 보곤 했는데요. 그럴 때 생각해보니 결국 대부분은 타인에 대한 잔혹한 부탁을 하는 걸 봤던 것 같습니다. 원한 살 일을 했다고 나쁜 일을 무서운 귀신에게 비는 걸 보면 어느 인간을 나쁘다고 해야할지 모를만큼인데요. 미쓰다 신조의 젓가락님에서부터 젓가락에 특정 행동으로 84일동안 소원을 빌면 나타난다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소원빌기는 늘상 옆 사람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고 다시 그 저주를 거는 행위를 하게 하는 걸 보면, 뭐든 귀신에게 갖다 붙이는 건 미신이라 하면서도 어딘가 기대게 되는 인간의 약한 심리가 이 모든 이야기의 바닥에 있음을 보게 됩니다. 저주를 걸면 하나씩 사라지는 아이들이 나오는 교실 꿈을 꾸게 되는데요. 마지막에 자신이 죽는 아이가 될지 모른다는데도 계속 해나가는 이들을 보면 그 무모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하게도 됩니다.


"저주는 사회의 무능이예요."-480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가능한 작게'로 테두리 지어놓는 사회라는 이름앞에서, 약자들이 만들어놓을 수 있는 게 저주라는 이야기에는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기회와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없는 곳에 놓여진 개인이라면 저주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자신의 한풀이를 맡길 수 밖에 없었겠다 싶고, 그래서 시작된 운명의 꼬인 고리를 누군가는 힘으로 여겼기에 이어져나갈 수 밖에 없었겠다 하게도 됩니다.


상아로 만든 젓가락님을 모시며 대를 이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섬뜩하고 우리가 사용하면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젓가락의 유래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 아닐까 합니다. 미신을 별로 믿는 편은 아니지만 밥그릇에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세워 꽂아놓는다던지 하는 행동을 하는 이를 본다면 하지 말라고 알려줄거같은데, 정말로 그런 행동을 하는 이가 서양 사람이라면 놔 둘 겁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하지 못할테니까요. 그런 걸 보면 나 역시도 알게 모르게 문화와 전통이라는 굴레에 많이 익숙해져있구나 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날 묶어놓은 건 또 없을까 하게 되는데 아마도 많을겁니다. 동, 서양을 가르는 차이로도 여겨지는 한 지점, 젓가락 사용의 놀라운 효능과 힘의 넓은 영역을 새로 들여다본 듯합니다. 귀신을 불러 낼 수도, 신을 불러낼수도, 그리고 이계의 생물도 불러낼 수 있다는 이야기들마다 가지는 공통점과 다른 점, 그리고 반전에서 말이죠. 미쓰다 신조부터 찬호께이까지 나라를 넘어 왼팔에 물고기 문양이 생긴 이들과 9명의 아이가 하나씩 죽는 교실이 나오는 꿈, 그리고 상아젓가락이 어떻게 연결될까 했는데 역시 그들의 '악의'와 '젓가락'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지도 못한 사건의 해결까지 볼 수 있기에 왜 "괴담 경연"인지를 알 수 있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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